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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춘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는가《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by 착선


일본의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 한 연구조사 결과 무려 20대 여성의 70퍼센트, 20대 남성의 80퍼센트가 연인이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젊은이들이 사람에, 성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에 대한 갈망, 성에 대한 열망은 예전 못지 않다. 90퍼센트의 젊은이들은 연애나 결혼을 원한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과거 일본의 이상적 결혼상대는 고수입, 고학력, 고신장의 3고(高)라 불렸다. 지금의 이상형은 평균 수입, 평균 외모, 평온한 성격, 이른바 3평(平)이다. 이상형이 평균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봉 2,000만 원 가량의 20~34세 독신 남성의 기혼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약 40%에 달하며, 이들은 정규직 임금의 50%를 받는다. 비정규직은 언제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결정된 사람들이다. 설령 임금을 지금보다 많이 받게 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연애나 결혼을 하는 것은 민폐행위이며 자살행위다.

분수에 맞게 사는 것, 힘 빼고 사는 것도 불행한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젊은이들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 장기 불황의 영향이다. 연애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별로 필요없다, 투자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생각한다. - p.29
금전적 제약이 해결되어도 연애는 많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인권이 신장되며 과거 연애에 있어서 용납되었던 것들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과거 연인간의 다툼은 오늘날 데이트폭력으로 인지되며, 좋아하는 상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과거엔 용기였지만 오늘날은 스토킹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와 현실이 충돌한다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상사의 성희롱 등을 멸시하고 범죄로 생각하지만, 현실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연애나 결혼을 해서 힘들게 사는 주변사람들을 보며 젊은이들은 더 연애나 결혼을 기피한다. 이것은 여성혐오, 남성혐오로 발전하기도 하며, 연애나 사람을 기피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연애 말고도 소중한 것들이 많아졌다.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증가했지만, 연애나 결혼을 하면 자신의 취미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애나 결혼의 실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결혼한 파트너의 요구라고 해도 자신의 영역을 포기한다는건 힘든 일이다. 또한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 가족을 연인보다 중요시하는 풍토도 늘어났다. 애인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보다 부모와 쇼핑을 하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과거엔 일정한 나이의 사람은 반드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당연시되었다. 당시의 고정관념은 연애, 섹스, 결혼이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연애, 섹스, 결혼은 모두 분리되었다.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고 섹스만 할 수도 있고, 섹스를 하지 않고 결혼만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현실과 달리 사회구성원 다수의 성역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 단계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하는 남성은 여성이 집에서 내조를 해줬으면 하지만 혼자 가정을 부양할 능력이 없고, 남성이 가정주부를 하는 것은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일하는 여성은 맞벌이를 하는 남성이 집안일을 잘 해주지 않아 이중고에 시달리며, 전업주부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상황상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엘리트들은 결혼을 거부하는 행렬에 앞장서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결혼의 가치를 사들이느라 여념이 없다.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은 부모 세대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이혼이 더 어려워져야 한다고 믿으며 혼전 섹스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옳지 않다고 믿는다. 부모 세대에 여성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할 확률이 적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정반대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은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자식을 키울 확률이 다른 여성보다 높다. -《결혼 시장》p.44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의 사회적 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젊은이의 다수는 연애생활을 부러워하고, 결혼을 동경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결혼에 실패하며 이혼율이 증가했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 평화롭고 행복한 가족은 이제 상위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개인주의의 증가, 피임의 발달, 성 해방과 여권 신장 등의 영향이 없진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득이다. 상위계층의 결혼율만이 증가했다. 고소득 남성과 여성은 오히려 전통적 결혼의 가치를 숭상한다.

저자 우시쿠보 메구미는 적극적인 사회적 변화와 지원만이 많은 젊은이들이 연애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철폐, 사회적 빈부격차 해소, 새로운 결혼문화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이 그것이다. 젊은이들은 소득의 부재로 괴로워하고, 문화와 제도의 차이에서 고통받는다. 사회 연대의 관점에서의 결혼등록, 동성결혼, 동거에 대한 사실혼 인정 등 현실과 제도의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공동체가 새롭게 거듭나지 않고서는 가족 불안정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족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것은 더욱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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