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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은 분배의 문제다《주4일 근무시대》 by 착선


2018년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주52시간 근무제는 노무현 정부 당시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른바 주5일 근무제 이후 가장 인상적인 변화다. 몇몇 경제지에선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위기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거라 보는 학자들도 많다. 주5일제 도입 당시 노동계는 임금 삭감을 우려했고, 경영계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인건비 부담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가 일어난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무색하게도 기업들은 무너지지 않았고 근로자의 임금이 대폭 줄어들지도 않았다. 주5일 근무제는 노동자의 휴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켰지만 총 노동시간의 면에서 보면 큰 변화는 아니였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현재 주 68시간을 일하는 사례는 예외적이고 대부분 53~54시간을 일한다는 점에서 총 노동시간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한주에 1~2시간 더 쉬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 앞에 다가올 변화이다.

컴퓨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계는 우리에게 높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주었다. 현재 추진중인 제조업 혁명, 4차산업혁명이 이론대로 정착된다면 우리는 또 한번의 높은 생산성 향상을 마주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높은 생산성 향상은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선물을 주었다. 바로 높은 실업률이다. 업무에 필요한 사람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생산성 증가에서 나오는 이윤의 대부분이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높은 실업률은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킨다. 전문직, 대기업 사원 등 높은 구매력을 가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가를 즐기지 못할 것이며, 다수의 소비자는 생산성 혁명에서 발생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이 줄어드므로 소비경제는 점점 멈출 것이다.

이것은 경제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우리는 다시 귀족정으로 돌아갈 것인가? 능력주의를 찬미하며 위대한 인간들에게 종속되어 세계의 부를 모두 몰아주는 사회를 만들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생산성 혁명의 이윤을 분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제, 증세 등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간 단축이다. 현재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적게 일하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함으로서 사회 전체의 부를 조정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교섭력을 강화시키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구매력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주주들, 특히 대주주들의 단기적 이익에 반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땐 부합하는 것일수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에 대응해왔던 역사성을 지닌 운동이다. 1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은 결국 경제공황으로 이어졌다. 대공황을 견뎌낸 것은 성장의 이윤을 분배하기 위한 전국노동관계법, 사회보장, 보험 등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었다. 주5일 40시간 노동의 공유, 최저임금 등을 통해 노동을 공유하고 이윤을 분배했다.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생산성을 향상시켜 왔으며 금융위기 등 다양한 형태로 폭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 실업난은 이러한 변화에 아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 피에르 라루튀르와 도미니크 메다는 실질적으로 주 39시간을 일하는 프랑스에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한다. 주4일 32시간 노동이다. 과거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 시도는 효과가 있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프랑스의 경쟁력을 가로막지 않았고, 사회보장 분담금 경감 비용과 세무 분담금 추가징수, 실업 보상 수당 등 경제적 부담도 적었다.

현재 대한민국 실업자는 실질적으로 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다수는 미래가 없다. 구성원의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하고 행복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이다. 여러 경제지에서 대혼란이 올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주52시간 근무제는 변화의 일각에 불과하며 효력도 적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근본적이고 격정적인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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