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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본질에 대한 심리학 실험 by 착선

캐나다의 밴쿠버에 살고 있는 브루스 알렉산더 심리학 박사의 의견은 이렇다. 평생 중독의 본질을 연구한 결과, 중독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약물의 약리적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사회의 복잡한 조직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에 따르면, 탄저병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화학 물질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운다. 첫째, 어떤 약물도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없다. 둘째, 유혹이 강한 약물에 반복 노출되어도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역사는 그의 정당성을 입증해줄지 모른다. 아편이 법적으로 허용될 당시에도 마약 중독자의 비율은 전 인구의 1퍼센트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었다. 알렉산더 박사는 자신의 관점을 증명해줄 사례들을 얼마든지 댈 수 있다. 다량의 모르핀을 복용해야 했던 입원 환자들이 고통이 해결되자 자연스럽게 약물을 끊을 수 있었다든가, 온타리오 지역의 가구 여론 조사 결과 코카인을 사용해본 사람의 95퍼센트가 한달에 한번 미만으로 복용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알렉산더 박사가 가장 즐겨 인용하는 사례는 자연적인 마약 중독 실험이 이루어진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 때 헤로인에 중독된 군인의 90퍼센트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조용하고 간단하게 약의 복용을 중단하였고, 그 이후로 다시는 강박적으로 헤로인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1950년대에는 약물 중독의 생리 메커니즘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시대를 지배했으며, 그 지배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더 박사는 대부분이 가난하고 불평불만을 일삼는 헤로인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지배적 이론인 쾌락 센터가 약물에 의해 그토록 쉽게 자극된다면, 왜 복용자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이 중독되는지 의아해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잊고 있는것을 찾아냈다. 그 생리적 사실들이 일련의 복잡한 정서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약리학은 운과 날씨와 우연과 임금인상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는 증거를 원했다.

알렉산더는 마약에 중독이 된 쥐를 관찰했다. 쥐들이 갇혀 있는 우리는 대체로 더럽고 비좁았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만일 그런 곳에서 지낸다면 가능하면 흥분된 상태로 지내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우리가 제거될 때, 즉 문화적 굴레가 바뀌게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좀더 행복한 환경에서도 똑같은 약물 중독 현상이 일어날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쥐 공원' 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실험실 쥐들을 위해 비좁은 우리 대신 200제곱피트 크기의 거주지를 만들었다. 적당한 온도, 얇게 썬 맛있는 체더치즈와 밝은 색 공, 바퀴, 수컷에겐 돌아다닐 공간을, 암컷에겐 따뜻한 보금자리를 주었다. 그곳은 그야말로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들이 유혹이라고 부른 실험 조건은 쥐들이 단것을 매우 좋아하고 디저트를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토대로 만들었다. 실험실 쥐 16마리를 호화로운 쥐 공원에 집어넣고, 다른 16마리는 비좁고 격리된 일반 실험실 우리 안에 가두었다. 달짝지근한 음료수 속에 거부할 수 없는 마약 성분을 넣었다. 양쪽 쥐 모두에게 달짝지근한 마약 음료수와 일반 물을 놓아두었다. 결과는? 좁고 격리된 우리 안의 쥐들은 처음부터 모르핀이 든 마약 음료수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쥐 공원의 쥐들은 모르핀이 든 용액을 거부했다. 연구자들이 아무리 달게 만들어도 소용없었다. 때때로 쥐들이 음료수를 마신 적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는 일반 물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집단의 쥐를 비교해보았을 때 우리 안의 쥐가 공원의 쥐보다 모르핀이 든 음료수를 최대 16배나 더 마셨다. 이 놀라운 연구 결과는 쥐들이 '쾌적한' 공간에 있을 때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방해하는 헤로인이 든 음식을 실제로 피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약물이 본질적으로 유혹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였다.

아직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중독된 상태라면 어떨까? 중독성 있는 약물을 한번 찾기 시작하면 멈출수 없으며, 금단 현상은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한번 중독이 되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은 당시의 주류 의견이였다. 이러한 가정을 시험하기 위해 쥐들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두 그룹 모두 57일동안 모르핀이 든 물만을 주어서 모두 중독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두 그룹의 쥐에게 일반 물과 모르핀이 든 물을 모두 주었다. 결과는 우리 안의 쥐들은 모르핀이 든 물을 계속 마셨고, 쥐 공원의 쥐들은 이미 중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핀이 든 물을 정기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중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마약 연구가 스탠턴 필은 니코틴의 중독성이 헤로인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며, 담배를 끊기 시작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어떤 도움 없이 혼자서 담배를 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쥐든 인간이든 쇠파이프를 들어 올렸다가 그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파이프를 다시 내려놓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생활 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빈민가가 정비되고 교육 기금 조성에 더 힘쓰는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중독자가 증가하는 것이 구입 가능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자유 시장 사회의 불가피한 결과로 생겨난 혼란스러운 삶의 이동이 늘어났기 때문임을 발견하였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부자나 가난한 자나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직장을 잃었고, 지역 사회는 취약하고 불안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가족과 직업, 기술, 언어, 국적, 소프트웨어, 이데올로기를 일상적으로 갈아치우며 살고 있어요. 물가나 수입은 사회생활을 할 만큼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경제 체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속 가능한 생존 능력도 의문시되고 있고요. 부자나 가난한 자에게나 이러한 혼돈은 사회 심리적 통합의 유지에 필요한 인간과 사회, 물리적 세상 그리고 정신적 가치의 섬세한 상호 침투성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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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3/07 11: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3/08 00:29 #

    흥미로우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만, 군대에서 하마터면 고참의 "외로울땐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불빛을 양초처럼 바라보렴" 이라는 조언에 넘어가서 담배를 배워볼 뻔 했었죠..
  • gull 2012/03/20 16:30 # 답글

    정말일까요? 흥미롭네요..!!!잘 보구 가요. 책 한번 보고 싶네요.
  • 착선 2012/03/21 11:41 #

    재밌고, 책 가격도 싸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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