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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전 불쾌장애(PMD) by 착선

한 여성이 대형 마트 입구에서 엉켜 있는 쇼핑 카트를 풀려고 애를 쓴다. 뜻대로 되지 않자 그녀는 절망감을 느끼고 급기야 울화가 치민다. 다른 쇼핑객들이 손쉽게 쇼핑 카트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더욱 화가 난다. 이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이 여성은 단순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이상의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약 회사 릴리는 이 광고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 여성은 강력한 항우울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월경 전 불쾌장애(PMD)라고 불리는 심각한 형태의 정신 질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병은 미국에서 광고가 방송되기 바로 몇 달 전에 미국식품의약국으로부터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식 질환의 하나로 승인되었다.

컬럼비아 대학 진 엔디코트 교수는 월경 전 불쾌장애가 많게는 여성의 7퍼센트가 겪는 정신적인 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브라운 대학 교수인 파울라 카플란은 이 병이 본질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정상적으로 겪게 되는 월경 전 불편함과 구별할 수 있는 뚜렷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카플란에 의하면 큰 문제는, 월경 전에 심각한 고통을 받는 몇몇 여성에게 질병을 갖다 붙이는 의학적 분류가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근본 원인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1998년 말 릴리 사는 작은 모임을 지원했고, 원탁회의라는 인상적인 이름 아래 월경 전 불쾌장애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6명의 주요 전문가로만 이루어진 이 모임은 워싱턴에서 열렸으며 미국식품의약국 간부와 적어도 4명의 릴리 사 임원이 참석했다. 의장은 10년 넘게 미국식품의학국 승인을 따내기 위해 애써왔던 컬럼비아 대학의 진 엔디코트였다. 지금 그녀는 거대한 제약회사를 든든한 후원자로 두고 있었다. 1년 후 원탁회의 의사록이 한 학술 잡지에 게재되면서 그들은 이제야말로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월경 전 불쾌장애는 '틀림없는 임상적 존재'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비록 아주 작은 저널에 게재되었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실질적 질병이라는 주장에 신뢰를 심어준 셈이 되어서 몇 달 뒤 미국식품의약국이 월경 전 불쾌장애에 대한 치료제로 릴리의 프로작을 승인케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단체의 요구에도 릴리나 미국식품의약국 모두 이 원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음에도 미국의 경우 미국식품의약국은 월경 전 불쾌장애라는 병을 인정하고 릴리의 프로작같은 항우울제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질병 분류에도 그것은 독립된 질병으로 실려있지 않다. 그리고 미국에서조차 엔디코트와 릴리 등의 여러 노력에도 월경 전 불쾌장애는 미국 정신과 의사의 질병 진단 기준인 DSM의 부록에만 실려 있을 뿐 아직은 공식 질병 목록에 올라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쏟아지고 있는 각종 텔레비전과 잡지 광고에는 이러한 월경 전 불쾌장애를 둘러싼 과학적 논의가 빠져있다. 이미 전 세계 제약 업계는 달마다 월경을 경험하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거대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한다.

이들이 노리는 마케팅 전략은 단순하며 명확하다. 월경 전에 생기는 감정 기복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이 치료가 필요한 정신 질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카플란이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광고를 봄으로써 여성들은 그들이 정신적으로 병에 걸렸다고 여기게 된다. 최근 제약 회사 광고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경향을 찾아냈다. 점증하는 약품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광고를 보기 전까진 그저 정상적인 몸의 변화로 받아들이던 것을 광고를 본 후에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이 밝혀낸 것이다.

이런 경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 캐나다의 바버라 민체스 박사다. 그녀는 요즘 많은 광고가 약물 자체보다는 질병을 선전하고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삶 자체를 질병과 약물이라는 구도로 의학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관점에서는 광고가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월경 주기 때가 오면 으레 찾아오는 정상적인 감정 기복에 대해서조차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도록 조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도 몇몇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모든 치료에는 효능과 부작용의 양면이 있다. 월경 전 불쾌장애를 위해 처방되는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는 심각한 성적 장애는 물론 10대들에게는 자살 위험의 증가를 포함한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심각하게 만성적 우울증에 걸린 상태라면 그러한 부작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월경 전 기분 변화로 여자가 남자친구와 싸우거나 쇼핑 카트를 잘 끄집어내지 못하는 정도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가?


덧글

  • 2012/03/18 14: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3/18 22:26 #

    프로작은 역시 해외에서 강세죠
  • 2012/03/18 21: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3/18 22:24 #

    사람에 따라서 진통제는 도움이 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관련 뉴스를 찾아봤는데, 초,중,고 여학생들이 생리 때 복통 등의 통증을 겪고 있지만 사회와 학교의 무관심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며 고통을 참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아울러 보건실에는 전기온돌, 찜질 팩 등 생리통을 완화할 수 있는 설비와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침대를 충분히 확보해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고 하는데 지금쯤 어떻게 됬을지..
  • 양배 2012/03/18 23:19 #

    솔직히 복부를 따스히하면 도움이되지만 진통제 한알에 비할것은 못되는것같아요 ㅜ 요즘엔ㅇ양호실에가면 복부에 댈수있는 찜질팩을 줍니다 ㅎㅎ 하지만전기온돌은 좀ㅋㅋ
  • 착선 2012/03/19 15:07 #

    요즘은 많이 나아졌군요. 제가 남고-공대-군대 출신이라 그런 부분은 잘 몰라서 ㅎㅎ
  • 2012/03/19 16: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3/20 12:49 #

    네 바꾸겠습니다.
  • 라마르틴 2012/03/20 11:38 # 삭제 답글

    여기 남성 분들도 많은데 볼썽 사납네요. 여성 밸리로 보내주세요
  • 착선 2012/03/20 12:49 #

    여성분들 보시라고 처음에 연애 밸리로 올렸는데,

    안녕하세요, 이글루스 운영자입니다.
    밸리는 테마별 이용자 분들의 글을 쉽게 열람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밸리로 발행할 때 본문 내용과 밸리 테마가 맞는지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회원 님께서 해당 글을 연애 테마로 발행하셨는데요,
    본 포스트를 다른 테마로 발행부탁드립니다.

    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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