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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블랙 라이크 미》 by 착선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차별받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책의 저자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고 일약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할 당시에 흑인의 삶을 체험했고 그의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남겼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어느날 갑자기 눈동자색이 검다는 이유로, 혹은 머리카락이 검다는 이유로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을 두고 5km나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거나, 취직을 거부당하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제대로 살수 없다면 어떨까요? 그러한 차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자는 흑인으로 분장을 하고 흑인차별이 가장 심한 미국 남부 지역을 7주동안 여행합니다. 그에게 비춰지는 미국은 지금까지 알아왔던 미국이 아닌 전혀 새로운 세계로 다가옵니다. 그가 매일 아침을 즐겼던 레스토랑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단의 식당이 되었고, 밝은 햇빛과 대로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어둠과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도시가 됩니다. 그가 찾아갈때마다 활짝 웃으며 농담을 건네던 여자 직원은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버스를 타다 휴게소에 들려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흑인이 되었기 때문에 길거리의 백인 여자를 쳐다보는 행동을 해서도 안되며, 심지어 영화 포스터에 그려진 백인 여자마저 쳐다봐선 안됩니다. 그 모든 이유는 그의 피부가 검정색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비록 그때와 다름없는 식욕과 미각을 가졌고, 심지어는 지갑 사정까지도 똑같았지만 이 지구상에 아무리 힘 있는 자가 와도 나를 이 유명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여보내 식사를 하도록 해 줄 수는 없다. 예전에 한 흑인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은 여기서 평생 살 수는 있지만 주방 잡일꾼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멋진 식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 - p.90 

아이러니한 점은 저자가 여행하던 당시의 미국사회도 겉으로는 인종차별을 용납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인종차별 금지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고, 백인들은 흑인들을 예의바르게 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예의는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예의바르게 대한다 해도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해 흑인들은 그 일을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차별을 자기 개인을 향한 것이라 느끼며 화를 느낍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흑인은 백인에 대해 일정한 견해를 갖게 되며, 반대로 백인은 흑인이 왜 자기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백인은 항상 개인으로 존재하고 절대로 자신이 흑인을 차별하는 행동을 했을리 없다고 부정합니다. 항상 자기는 친절하고 공정하려 했기 때문에 흑인들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흑인을 점잖고 착하게 대했지만 집단으로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어 흑인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와 같은 분위기는 남부를 여행하던 도중 발생한 맥 파커 납치 린치 살인 사건에 대한 판결로도 알 수 있습니다. FBI는 린치를 가해 살해한 사람들의 정보를 모두 제공했지만, 배심원단은 서류를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백인이 흑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미국의 사법부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 되고, 그것은 흑인 사회에 깊은 절망감을 안겨 줍니다.

우리는 저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고 정의로운 평등을 다짐해 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아무런 간섭도 하지 말고 모든 이를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우리는 온정주의를 베푸는 과정에서 편견을 드러낸다. 온정적인 태도는 저들의 존엄성을 훼손시킨다. -p.240

여행을 하며 만나는 흑인들의 노래는 시끄럽고 경쾌합니다. 어떻게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환희에 찬 삶을 살수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웃음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커다란 노래는 삶의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흑인의 지독한 우울은 시끄러운 소음이나 와인, 섹스, 폭식으로 감각을 무디게 해 삶을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웃음소리는 흐느낌으로 바뀌고, 흐느껴 울면 깨닫고, 깨달으면 절망하게 됩니다. 사회적 차별을 견디기 위해 유대감을 강화하고, 같은 흑인끼리 더 많은 정을 줍니다. 저자의 피부색을 바꾼 순간, 그의 정체가 백인임을 아는 흑인들조차도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우리' 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우리 처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백인들은 흑인들이 소리치고, 술에 취하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의 의미를 모릅니다. 그 단순한 시각은 곧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집니다. 그 편견은 또다시 흑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흑인은 전부 섹스머신이라던지)과 잘못된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흑인에게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흑인으로 변한 저자와 차에 태워주는 백인들간의 대화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이 나이,배움의 정도에 관계없이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머리로 인식하고 그런 다음 마음속 깊이 감정적인 차원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타자'는 없다는 것,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 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처럼 검은(Black like me) 사람이란, 바로 우리와 같은 인간(Human like us)을 의미한다. - p.404 

그는 이 흑인으로 살아가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인간을 판단하는데 있어 피부색이나 우연한 어떤 것으로 판단하는 상황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인 실험은 미국 흑인인권 상향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는 책이 나온 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증오 대상자 명단에 올랐고, 10년뒤 KKK단의 구타를 받아 죽을 뻔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에 굴하지 않고 저자 존 하워드 그리핀은 책을 쓴 후에도 마틴 루터 킹, 딕 그레고리, 사울 알린스키, 로이 월킨스와 같은 세계적 인권운동가들과 활동을 함께 해 인권운동가로서의 명성을 날립니다. 단순히 실험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 그의 책은, 그의 삶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위대한 책의 하나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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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raco21 2012/03/28 13:16 # 답글

    아.... 이야기로만 들어 알고 있었던 그 책이군요. 제목도 저자도 몰랐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여러번 들었었습니다.
    저자가 이후에도 죽을뻔한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걸로... T.T
  • 착선 2012/03/28 13:38 #

    명백히 KKK단이란 폭력조직이 활보하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행동을 했다는건 참 용감하고 감탄할만 하죠. 부모와 형과 함께 멕시코로 잠시 피난을 가기도 했습니다만..
  • wonhee0118 2012/03/28 21:14 # 답글

    역시 자유엔 끝이 없는거 같습니다. 항상 다시 훑어보고 경계해야죠. 요즘에 열심히 구독하고 있어요ㅎㅎ. 학교다니느라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읽을 책은 쌓여만 가네요 ㅜ
  • 착선 2012/03/29 21:41 #

    뭐 저 책이 나올 당시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요.. 뭐 책은 언제나 여유있게 읽는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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