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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팔고 싶다면 질병을 팔아라《질병판매학》 by 착선

약을 팔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약의 성능을 홍보하면 될까요? 이 책은 제약회사들이 약을 판매함에 있어서 프로파간다의 저자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내세운 이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버네이스는 판매하고 싶은 제품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여성들에게 담배를 사도록 유도했고, 가정 음악실이라는 유행을 주도해 피아노를 팔았고, 대중의 식습관 형성에 영향력이 큰 의사라는 집단을 이용해 베이컨을 팔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판매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을 팔기 위해선 먼저 질병을 팔면 됩니다. 질병이 없으면 만들고, 기존 질병의 정의를 더 넓히면 자동적으로 소비자가 생겨나게 됩니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공격적으로 건강한 보통 사람들을 타겟으로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감정의 기복은 정신 질환의 하나로 둔갑하고,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증상을 질병의 전조 증상으로 변형합니다. 질병의 경계가 최대한 넓게 정의되는 동안, 이와는 대조적으로 질병의 원인은 가능한 편협하게 묘사합니다. 질병은 다중적 원인으로 인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심장 질환은 오직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에, 고관절 골절은 골밀도 수치에만 사람들이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판촉 전략들의 공통분모는 두려움을 마케팅하는 것입니다. 질병을 은연중에 강조하는것은 약 판매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특히나 이런 전략은 프로파간다의 에드워드 버네이스 시절보다 더 효과적인데, 제약회사가 과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글리 사의 껌처럼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도 우리 회사의 약을 파는 것, 그것이 나의 오랜 꿈입니다. - 머크CEO 헨리 개스덴 

몇 년 전 미국 콜레스테롤 전문가들의 전문위원회가 치료를 요한다고 판단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었는데, 이로 인해 건강한 수백만 명을 환자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고, 개정 이후 하룻밤 새 약물 치료 대상자 수가 세 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위원회 의장을 포함해 새롭게 확장된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 14명중 5명이 스타틴 계열 콜레스테롤 저하제 제조 회사와 재정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합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미래에 그들이 심장 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는 많은 위험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홍보하지 않습니다. 만약 흡연자라면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입니다.

포사맥스가 시판되기 일 년 전 무렵 골다공증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세계보건기구 소속 한 연구 단체에 의해 씌어졌습니다. 이 단체는 정상적인 골밀도를 30세 여성 평균치를 기준으로 정했으며, 이것은 자동적으로 30세보다 나이가 많은 대부분의 여성의 뼈를 비정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약회사들은 이 넓게 정의된 골다공증을 세련된 홍보 기법을 총동원해 건강한 여성들에게 그들이 어느 순간에라도 뼈가 부러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확신시키려 했으며, 그들의 생명이 매우 위험에 처해 있고, 골다공증이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강조해 지금 당장 골밀도검사를 받아보라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골밀도 검사의 가치가 매우 논쟁 거리가 되고 있고, 관련 약품들이 가끔 효과를 보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도외시합니다. 심지어 이것을 질병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도 의문의 여지가 있는데,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적이며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캐나다 연구 단체와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출신 의사들이 골다공증에 관한 모든 과학적인 데이터를 분석한 바 있는데, 분석 결과 그들은 여성들 사이에 널리 퍼진 골밀도 검사의 필요성은 전형적인 대중의 공포심에 기반해 형성된 시장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우리에게 그것은 흡연자, 비만인 사람 또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금연이나 체중 감량을 하지 않고, 또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도 그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물 치료만 하면 된다는 암시를 준다. - p.42

이런 상황은 제약회사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의사들은 고혈압이라는 질병을 다루는 것에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고혈압 진단은 한 사람을 자신의 평생 환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환자의 팔뚝에 혈압계를 감고 혈압을 측정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매우 괜찮은 작업입니다. 그것은 짧은 시간에 손쉽게 해치울 수 있으면서도 상당히 괜찮은 보수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혈압 측정 등 간단한 진찰에만 100 달러 내외를 지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혈압 측정 방법 또한 큰 논란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러니 중 하나는 의사라는 존재 자체가 환자의 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마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경이 과민해지고 이 때문에 혈압이 상승되기도 하기 때문인데, 이 현상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잘 알려져 심지어 이에 대해 흰 가운 고혈압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중에게 있어서 금전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4만명 이상이 연구에 참여했던 ALLHAT라고 불리운 연구였습니다. 이 역사적 연구는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싼 것, 가장 최신에 나온 것과 가장 비싼 것을 포함한 4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비교했습니다. 이 약들은 심장병을 감소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가, 또 얼마나 안전한가 그리고 가격에 비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가라는 항목으로 비교되었습니다. 최종 결과는 제약 회사 입장에선 매우 나쁜 소식이었으나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상당히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싼 약들, 즉 낮은 용량의 이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줄이는 데 새로 나온 약만큼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심부전증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선 오히려 신약을 근소하게 앞선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비용적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가장 오래된 약이 명백히 이겼습니다. 이 약들은 매우 싸서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고, 최신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보다 200배 이상 저렴했습니다. 이 연구가 발표되었을 당시 새로 나온 약이 월등히 많이 처방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발견을 당장 그대로 임상에 적용할 경우 전 세계 사람들은 고혈압 치료비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연구로부터 나온 결과는 더 새롭고, 더 비싼 약으로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의 처방 행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훌륭한 과학적 결과나 증거보다도 판매 사원에서부터 텔레비전 약 광고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제약 회사의 판촉망이 의사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약회사의 판촉이 가능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미국식품의약국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1992년 이래로 제약 회사는 그들의 신약을 심사받기 위해 일정 비용을 미국식품의약국에 지불해야 합니다. 그 답례로 그들은 더욱 신속하게 검토를 받고 미국식품의약국과 보다 긴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연방정부가 갈수록 증대되는 미국식품의약국의 예산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미국식품의약국이 약을 검토하는데 소비되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제약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식품의약국 직원에 대한 두가지 자체 조사는 직원이 신약을 승인하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으며, 간부들이 제약 회사 로비에 너무 깊숙히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직원들은 과학적 근거와 공공의 건강보다 제약 회사 등 스폰서의 만족을 우선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자는 현재 제약 회사의 영향력에서 독립적인 질병의 정보 소스를 찾는것이 매우 힘들며, 제약회사에 의해 후원된 마케팅이 공공의 건강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을 위해 편견 없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할 때이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질병과 장애를 정의하고, 그것들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여러 처방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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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4/18 13: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4/19 00:42 #

    그런 상황이시라면 더욱 읽어보실만 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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