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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단체는 어떻게 국가가 되는가?《모던 지하드》 by 착선

이 책은 9.11 테러 이후 갑작스럽게 사람들에게 알려진 테러단체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은 누군가가 저에게 테러리스트와 테러단체에 대해 연상해보라고 질문한다면, 두건을 쓰고 한손엔 RPG-7, 한손엔 AK-47을 든 아랍전사를 가장 먼저 연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 테러단체들은 양복을 입고, 재무재표를 작성하는 기업가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던 지하드들은 아랍인만이 아니라 프랑스인, 혹은 미국인이기도 합니다.

현대의 테러단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전쟁 이후 프랑스 정부는 식민지였던 동남아시아에 정규군을 파견했는데, 프랑스 정규군은 인도차이나의 밀림에서 게릴라 전사들을 추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전통적 전술은 게릴라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이 부대를 창설, 똑같은 전략을 사용하면서 싸웠습니다. 이 방식을 대폭동 작전이라고 부르는데, 정치적 싸움에서 새로운 개념인 대폭동 작전은 국가가 지원하는 테러리즘을 정당화시킵니다. 냉전이 시작되자 이 방식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비전통적 전쟁을 뒷받침하는 주요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1998년 코소보 해방군KLA이 세르비아 경찰과 민간인을 공격한 직후에, 미국은 KLA를 테러 집단으로 비난했다. 영국도 이 비난에 가세했다. 그 후 1999년 3월에 미국과 영국의 외교 정책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양국 정부는 입장을 바꿔 이번에는 코소보가 아니라 세르비아 사람들을 비난했다. 갑자기 KLA조직원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유전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새로운 지위는 단명했다. KLA가 미국의 동맹국인 마케도니아 정부를 괴롭히는 이슬람 반군 세력을 지원하자 미국 국무부는 다시 한번 KLA를 테러 조직으로 낙인찍었다.  

테러단체가 계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테러는 이제 더 이상 초강대국과 그 동맹국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됩니다. 테러는 하나의 자율적인 사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쟁을 지속시켜 주는 경제 능력을 꺾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생존전략 또한 경제적인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무장단체들은 독자적인 수입원을 개발하자마자 그들 고유의 국가 체제를 위한 인프라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적 인정은 받지 못하고 돈만 있기 떄문에 국가의 껍데기만을 창조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것은 자결권이라는 주권의 과정을 거쳐 경제와 그 인프라가 조성되면서 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민족주의 모델이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국가와는 다르지만 테러에 의한 전쟁 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사실상의 국가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형태를 의사국가라 부르는데, 대표적인 예로 PLO를 들수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PLO는 경제적, 재정적 제국을 건설하고 강화함으로써 아랍 스폰서 국가들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합니다.

피어슨의 분류에 따르면 의사국가에 결핍되어 있는 현대 국가의 특성은 합헌성과 주권성입니다. 합헌성은 일련의 법률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고 주권성은 단독 통치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볼 때 의사국가는 비민주적이고 대단히 권위주의적입니다. 폭력을 독점하고 전쟁 경제를 장악한 자가 의사국가의 규칙을 정하기 때문에 이런 독점구조를 물리칠 수 있는 자는 새로운 지도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합헌성과 주권성이 없기 때문에 의사국가의 권력이라는 것은 본질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충성심을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므로 자연히 돈을 주고 충성심을 매수하게 됩니다.

재정 자립을 획득한 의사국가의 투쟁과 국가가 후원하는 대리전의 차이점은 의사국가는 그 스스로의 전략을 개발하고 그 목표를 설정하고 사회의 특정 부문에 지지를 호소합니다. 의사국가는 대중적인 지지 기반을 갖고 있으며 자금 동원 능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반면에 대리전의 경우 외국의 강대국이 어떤 정치 그룹, 민족주의자 그룹, 반동 그룹을 지원할 것인가를 결정하며 후진국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그 후진국에서 서구적 경제 이익을 확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의사국가는 기존의 국가가 제공해주지 못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치안과 안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기반이 매우 탄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을 이룩하고 폭넓은 민중 기반을 가지고 있는 무장단체, 가령 PLO나 IRA는 그들이 지배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덜 착취적이고 덜 약탈적입니다. 반면 외국의 후원을 받아서 운영되는 콘트라스나 국내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AUC같은 집단은 그와는 반대로 아주 무자비하게 약탈과 학살을 자행합니다.

콜롬비아 무장그룹 AUC는 부유한 지주, 마약 카르텔 재벌, 콜롬비아의 군부 등이 만들어낸 조직으로 마약 밀매 민병대, 미국으로부터 훈련받은 군부대와 무장 그룹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콜롬비아 대통령 안드레스 파스트라나는 2001년 2월 "국민들은 점점 더 무참한 학살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학살은 대부분 AUC가 저지른 것입니다. 1월에만 13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이 굉장합니다. 부의 분배가 아주 불균형하게 이루어진 콜롬비아 같은 나라에서 정규군은 재벌들의 회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좌익 무장 그룹들과 싸우고 있는데, 지난 10년동안 AUC는 1만 5천명의 노동조합원, 농부, 지역유지, 인권운동가, 토지개혁 활동가, 좌익 정치가와 그 동조자들을 살해합니다.

1950년대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 체제를 점점 더 우려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려는 파푸아 뉴기니의 지위 문제를 놓고 수카르노가 네델란드를 향해 반反식민주의적 태도를 취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이런 배경 아래에서 미국 행정부는 인도네시아 군에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는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서방의 영향력을 증대하려 했다. 군을 대체 정치력으로 추진한 프로그램은 1965년 결실을 맺었다. 수하르토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수카르노를 권좌에서 몰아냈던 것이다. 그 후 6개월간 100만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1975년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침공했다. 미국과 호주는 이러한 침공을 못 본체 했다. 1979년 말 동티모르 전 인구의 약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서방 세계 '인권의 옹호자'이자 장래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터 대통령이 지원하는 폭격기와 반폭동 항공기가 수하르토의 동티모르 점령을 도왔다. 서방의 지도자들은 수하르토에게 칭찬을 퍼부으면서 우리가 원하던 친구라고 말했다. - pp.136~137 

현대에 이르러 테러단체는 국가와 다름없는 자본력과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테러단체들은 합법적,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세계적인 경제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고 상호 작용하고 있습니다. 테러의 신경제는 연간 1조 5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경제의 5%를 넘는 수치로, 이 엄청난 자본과 석유는 테러단체와 세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서방은 마약의 최대 소비자면서 무기의 최대 판매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연결을 끊는다면 어떤 규모의 여파가 찾아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새로운 경제적 질서는 테러단체에 대한 판단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저자는 전쟁은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전쟁은 전쟁을 기반으로 하는 의사국가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말합니다. 테러단체와의 투쟁은 경제적인 투쟁이 될 것이며, 그 여파는 모든 사람들에게 굉장히 괴로울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덧글

  • wonhee0118 2012/06/21 17:46 # 답글

    여기선 의사국가가 제일 흥미롭더라구요.
  • 착선 2012/06/21 23:32 #

    저도 그랬습니다. 기존의 상식과 전혀 달랐죠
  • 2012/06/21 19: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6/21 23:36 #

    현실은 가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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