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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사회가 학습시키는 것이다《푸른 눈 갈색 눈》 by 착선

1968년,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됩니다. 이 빅 뉴스는 어린 3학년 아이들에게도 뉴스거리로 받아들여져 아이들은 다음날 그들의 학교선생님이였던 제인 엘리어트에게 묻습니다. "그들이 왜 킹 목사에게 총을 쏘았어요?" 질문을 받은 엘리어트는 아이들에게 흑인에 대해 아는 것들을 물어봅니다. 엘리어트의 학교가 있는 라이스빌은 인구 천명이 되지 않는 작은 마을로, 마을엔 흑인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교과서에도 흑인을 언급하지 않았고, 흑인이 등장하는 그림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답변은 놀랍게도 흑인은 백인보다 똑똑하지 않다, 깨끗하지 않다, 자주 싸운다, 문명화되지 않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와 같은 것들이였습니다. 이런 내용은 일종의 반감 혹은 멸시에 가까웠습니다.

CNN의 조사 결과를 보면 백인 아이들이 흑인 아이들보다 훨씬 강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이 차이는 부모의 태도 때문입니다. 백인 부모는 살아가면서 피부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태도의 위험성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반면 흑인 부모는 피부색 때문에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 자녀가 상처받을 가능성을 의식하기에 아이들과 인종 문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엘리어트는 학생들을 위해 편견과 차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한 교육을 시작합니다

실험의 등식은 아주 간단해요. 집단을 선택하고 그들을 차별합니다. 그들이 열등하게 보이고 열등하게 행동하도록 몰고 갑니다. 그런 다음 그들이 보이고 행동하는 방식을 열등함의 증거라고 지적합니다. - p.134

엘리어트는 아이들을 푸른색과 갈색 두개의 눈동자 색의 그룹으로 나눕니다. 금요일은 갈색 눈이 우월한 그룹이 되고, 월요일은 푸른 눈이 우월한 그룹이 된다고 미리 알려 줍니다. 엘리어트는 우월한 그룹이 훨씬 똑똑하다고 강조하며 열등한 그룹에 속한 아이들의 실수를 지적합니다. 우월한 그룹은 식수대를 사용할 수 있었고, 쉬는 시간을 5분 더 가졌으며, 점심식사를 먼저 그리고 많이 먹을수 있었습니다. 열등한 그룹은 운동장의 큰 놀이 기구를 이용할 수 없었고, 교실 앞에 앉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월한 그룹의 아이들은 행복해했고 눈이 초롱초롱했으며, 학업 능률이 크게 오릅니다. 반면 열등한 그룹의 아이들은 그들의 자세, 표정, 태도적인 면에서 패배자와 같은 모습을 합니다.

노던 아이오와 대학의 학자의 연구결과 라이스빌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의 학생들에 비해 덜 인종차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스빌 학생 중 엘리어트의 수업을 들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엘리어트의 학생들이 덜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였다. - p.143

실험의 결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차별하는 자와 차별받는 자를 모두 경험한 아이들은 그들의 글과 그림에서 차별에 대해 대단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아이들은 차별에 대해 기분이 더러웠다, 역겨웠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와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였고 실험 전에 가지고 있었던 흑인에 대한 편견적 사고를 부정합니다. 월요일의 경우 우월한 그룹의 아이들이 열등한 그룹의 아이들에 대한 괴롭힘이 금요일보다 줄어든 점도 인상적입니다. 실험이 끝난 후 실시한 스탠퍼드 학업 성취도 검사에서 아이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기억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태도가 친구들에게도 전염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회적 실험이 아이들에게 끼친 긍정적 영향이 일시적이지 않았습니다. 실험이 끝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의 모습을 보면 학생들이 역할극에서 겪은 개인적 상처와 거부당하는 경험은 이후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그들의 능력에 계속 긍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사회적 기관, 특히 학교가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와 학대를 멀리하도록 가르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 다름에 대한 다수 집단의 반응이죠. 다수 집단의 구성원이 다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한,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 연령주의의 문제는 지속될 겁니다. - p.211

아이들이 쉽사리 역할극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열등함과 우월함을 나누는 기준이 권위자에게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엘리어트는 권위를 상징했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계속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반응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성인들의 연구에서 엘리어트가 그들에게 쳐놓은 딜레마에 보인 반응은 미국 흑인이나 다른 소수 집단의 반응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차별받은 사람 대다수는 가만히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 전형적인 권위에 대한 복종을 보여 줍니다.

우리가 서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머리로 인식하고 그런 다음 마음속 깊이 감정적인 차원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타자'는 없다는 것,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 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처럼 검은(Black like me) 사람이란, 바로 우리와 같은 인간(Human like us)을 의미한다. -《블랙 라이크 미》p.404  

제인 엘리어트의 실험은 차별과 편견의 위험, 그리고 공감의 필요성을 의식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피부색의 차이로 사람을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갖기 마련이며 성인이 되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감은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상대방에게서 나 자신을 보고 내 안에서 상대방을 인식할 줄 모른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과 공감할 수 없습니다.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공감 무능력자,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라고 불리우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적 태도는 다수 집단의 영향력이 클수록 극복하기 힘듭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의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은 어쩌면 미국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1년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조사한 연구결과는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적 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문화가정이란 단어는 더이상 아이들에게는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쓰이지 않고 단순히 푸른 눈 그룹과 같은 차별적 근거가 되는 명칭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인 엘리어트의 실험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필요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덧글

  • 여강여호 2012/07/10 19:10 # 삭제 답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가장 잘못된 표현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의 무분별한 사용이죠...
    다문화시대...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지 싶습니다.
  • 착선 2012/07/11 23:22 #

    요즘처럼 변화의 시기엔 더욱 유용하겠죠
  • draco21 2012/07/10 20:20 # 답글

    정말로 참된 교육이군요. 다른것보다도.. 공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좀더 고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롱]과 [차별]이 떳떳하게 문화라고 놀이라고 주장하며 움직이는 사회라면 앞으로도 우리사회는 아이들의 자살과 고통에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겠지요.
  • 착선 2012/07/11 23:23 #

    차별주의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성적까지 향상된다고 하니

    학부모들에겐 큰 메리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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