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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미의 기원》 by 착선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도입해 진화를 설명했고, 그의 이론은 생물진화론 뿐만 아니라 과학계 전반에 걸친 원칙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선택설만으로는 어째서 어떤 동물들은 자연선택에 반하는 행동을 스스로 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수컷의 화려한 과시 행위, 사슴들의 관습적 싸움, 새의 노랫소리와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미는 분명 천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켜 자연선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였습니다. 큰뿔사슴은 과거에 스스로 멸종했는데, 큰뿔사슴의 뿔은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졌고, 이러한 사치는 지속될 수 없었으며, 결국 그들은 저절로 멸종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윈은 이러한 사치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암컷들이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는 성 선택설을 도입합니다. 하지만 자연 선택은 생물체를 환경에 적응하게 만들지만, 암컷이 주도하는 성 선택은 환경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환경에 대한 적응의 대원칙에 따르면 수컷의 화려함과 낭비에 가까운 소모적인 생활방식은 자멸행위이며, 다윈의 논리에 따르면 암컷만이 환경에 적응하고 수컷은 그러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윈의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수컷들은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이스라엘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수컷은 암컷에게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하며,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생존하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능력이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암컷의 선호도가 커진다는 핸디캡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는 수컷들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기과시적인 행동을 하며 그것은 죽음마저도 불사하는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수컷이 똑같은 핸디캡을 갖고 있다면 암컷의 입장에서 그것은 더 이상 핸디캡이 될 수 없습니다. 핸디캡 원칙이 맞다면 번식기 전이나 번식기 중에 수컷의 사망률은 암컷보다 높아야 합니다. 진정한 위험이란 번식의 기회를 위해서라면 부상과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핸디캡이어야 하기 때문에 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수컷이 암컷보다 많았습니다.

인도에서 표범이 다른 공작을 덮치는 장면을 관찰할 때였다. 표범이 공작을 덮치는 순간 나는 이번에는 공작이 꼼짝없이 잡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표범이 앞발로 깃털을 잡아채는 순간 마치 도마뱀 꼬리 자르듯 꽁지깃을 떼어주고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떨어져나간 장식깃은 나중에 다시 자란다. 만일 표범의 공격을 받은 것이 장식깃이 없는 암컷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 p.128 

이러한 핸디캡 개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그것을 가진 쪽은 수컷이 아니라 암컷입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무게가 덜 나가고, 이런 체격의 차이는 겨울을 나는 등의 생존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다윈이 자연선택에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던, 수컷들의 미적 구조가 실은 생존에 더 유리한 것이였습니다. 수컷 공작의 지나치리만큼 화려한 장식깃도, 수컷 사슴들의 거대한 뿔도 생존에 유용했습니다. 사슴뿔의 크기를 좌우하는 것은 암컷의 취향이라기보다는 환경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또한 수컷들의 아름다움은 종의 측면에서 보면 자체적으로도 필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컷의 입장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체중을 어떤 식으로든 상쇄시켜 최적의 몸무게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몸집의 이점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단점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에게 있어서 깃은 잉여 단백질을 배출하는 또 하나의 형태이며, 수컷 공작이 매번 깃을 바꾸고 화려한 깃을 만들 때 소모하는 물질의 양은 암컷이 알을 만들 때 소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암컷이 후손을 낳음으로서 소모하는 에너지를 수컷은 미적인 부분으로 소모시킴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의 자기조절 방식은 미적인 부분을 통해 동물의 생활상을 알게 해 줍니다. 먹이 속에 단백질이 풍부할 경우 특수한 호화 의상을 만들어 에너지를 조절하고, 녹말이나 지방, 당분이 풍부할 경우에는 활발한 몸짓으로 구애를 함으로서 신진대사를 조절합니다. 수컷과 암컷이 확실히 구분되고 수컷의 화려한 깃이 1년 내내 지속되지 않을 경우 그 종은 암컷이 수컷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새끼를 부화하고 양육하는 종입니다. 반면에 암수가 둘 다 소박한 보호색의 깃을 갖고 있으면 부부가 함께 부화 와 양육에 참가합니다. 수컷이 수수하고 암컷과 비슷할수록 부화와 양육에 대한 수컷의 참여도는 커진다는 것은, 수컷이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만큼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자연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환경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발달합니다.

일련의 실험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제 인간들의 수많은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한 결과 보편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이 나왔다. 실제 얼굴 중에서 이 인공 얼굴과 같은 평가를 받은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이 연구는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음에도 결과가 무척 비슷해서 하나의 보편적 원칙을 추정해볼 수 있었다. 즉 우리가 한 인간, 혹은 전체 인간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때 평균에 초점을 맞추고, 평균적인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적 미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 p.332 

환경 조건에서 적응하는 것은 아주 필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경으로부터 어느정도 세차게 떨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가 성공할수록 생명체는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고,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미란 진화 과정에서 주어진 자유가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수컷들은 암컷보다 자유로웠기에 미를 표현할 수 있었고, 생존하기에도 급급한 암컷들은 미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의 이상은 극한을 향해 달리지 않고 중간을 지향합니다. 자연은 생물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친 유사성은 개성을 해치지만 평균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면 배척을 부릅니다. 우리에겐 이미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각이 있으며, 이것은 계속 새롭게 채워지고 발전하는 내면의 틀입니다. 종의 발전의 핵심은 변형이자 자유이며 그것이 곧 미의 기원입니다. 


덧글

  • 2012/07/15 15: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착선 2012/07/15 15:12 #

    뭐 인간 사회에서는 여성이 아름다운 성이니까요.. 평균에서 좀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 서주 2012/07/16 03:01 # 답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컷이 수수하고 암컷과 비슷할수록 부화와 양육에 대한 수컷의 참여도는 커진다는 것도 흥미롭네요.ㅎㅎ 미의 기준이 평균에 가깝다는 것도 공감이 가구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착선 2012/07/17 00:02 #

    이제 다른사람이 "나 이뻐?" 라고 물어보면 "너 평균이야.." 라고 해야겠습니다.
  • 스펙타클의사회 2012/09/13 16:05 # 답글

    진화의 종말이란
    환경생물학자 책이 생각나는군요.
    미의 기준보다 진화 쪽으로
    생물학적으로 다루지만요
  • 착선 2012/09/14 12:56 #

    음 진화의 종말이라... 그 책도 재밌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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