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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누구의 것인가?《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 하는가》 by 착선

카길Cargill. 1865년에 설립된 이 오래된 기업은 72개국에서 100여가지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입니다. 카길의 모토인 '종자에서 슈퍼마켓까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올 수 있는 많은 식품들을 생산,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브스에서 '카길은 병아리 한 마리당 보는 손해를 달걀 생산과정에서 농부에게 사료를 공급해 얻는 수익으로 그대로 보충하고 있다.(129쪽)'라고 지적하듯이 마치 우리의 먹거리 시스템 자체가 된듯한 이런 사업 구조는 매우 안정적입니다. 카길의 역사는 현대 농업, 축산업에서 진행된 대규모화, 공장화의 역사와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카길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카길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 유력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또한 비공개 기업인 개인기업이기 때문에, 분기별 배당 따위에 연연해 하는 일 없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비공개 기업의 특징답게 내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며 많은 부분에서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 은밀성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식음료 생산 부문에서 세계1위를 달리고 있으며, 5대 곡물 메이저 중 한곳입니다. 이런 거대한 규모답게 카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 또한 막강한데, 스타 트리뷴은 '아마 이 사람은 몇몇 대통령을 제외하고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들 대다수보다 공공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윌리엄 피어스는 반평생 카길 사의 내정과 미국의 농업 그리고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과 적국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끼쳤지만, 미네소타 주민은 이 은퇴하는 카길의 부회장에 대해 거의 들은 바가 없다.(85쪽)'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카길의 특징은 그야말로 이 책의 원 제목인 Invisible Giant, 보이지 않는 거인이라 부를만 합니다.

카길은 초국적 기업답게 세계적 규모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서구 경제학의 고전적인 이데올로기를 추종합니다. 국가나 지역의 식량 자급자족은 비효율적이며, 글로벌 식량 생산품의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데올로기와는 다르게 카길의 모습은 반 시장주의에 가까운 형태로 성장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카길을 지목하며 '농업 자유 시장을 맹렬히 옹호하면서도 절대적일 정도로 정부 노력에 의존하며 곡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93쪽)'고 말하고 있고, 뉴욕 타임즈는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은 연방 행정부서 중 규모가 가장 크면서도 규제는 가장 적게 받는 부처인 농무부 그리고 그 규제 대상이지만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 사이의 공생관계를 잘 보여준다.(95쪽)'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한 농산물 수출보조금 덕분에 카길을 포함한 곡물 수출 대기업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합니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기업 이념은, 기업이야말로 지혜의 원천이며 시장의 지시 또는 이념에 따라 글로벌 생산과 유통을 결정짓는 최고의 경쟁력 있는 주체라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기업들은 공적 수입원의 약탈자로서, 자신들은 입안 가득 음식물을 물고는 공적 부채와 사회복지제도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카길의 예에서 보듯이 결국 이들의 성공은 때로 사업적 통찰력보다는 공적 보조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과 더 관련이 있는 셈입니다.

1993년 카길은 네브래스카에 위치한 기존의 육류 가공공장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시설로 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혼자서 이 소규모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기가 아까웠던 카길은 네브래스카 경제개발부에 155만 달러의 교부금을, 고속도로 관리국에 도로정비 명목으로 30만 4000달러의 지원금을, 그리고 연방 경제개발청에 44만 5000달러의 지원금을 요청했다. 그 걸로도 모자라 지역 주민에게 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263만 달러의 세금 인상안을 주민투표로 결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 p.109 

카길의 시장 전략은 농업 기반 그 자체에 있습니다. 농업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서 회사에 대한 의존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존성을 키우는 것은 식민 지배자가 식민지 주민의 희생을 대가로 이익을 얻고자 사용한 아주 오래된 식민주의적 관행입니다. 카길이 인도에서 추진한 활동을 살펴보면, 카길이라는 식민화 군대에서 종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떠올려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식민지 점령군이 되어 지배자의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곳 농민에게 일용 농산품을 생산하도록 지시한 다음, 생산된 일용품을 거두어 가공한 후 그것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식민지 주민에게 다시 판매합니다. 재배업자들은 자신이 받는 가격에 불만이 있어도 표시할 방법이 없으며 생산비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협상할 길도 없습니다. 그들은 상품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설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재배업자들은 제분업자들처럼 공급과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따라 제분업자들에게 종속됩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태평양의 지배 세력으로 떠올랐고 일본과 한국, 대만은 북미의 군대와 북미 식품에 점령당하면서 미국 식량 침략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되었다. 식량은 말 그대로 사람들을 굶주려 죽는 것에서 구원하는 직접 원조의 형태로 침투했고, 때로는 재건에 조력을 제공하면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해 싸우는 동맹국을 얻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형태는, 남아도는 미국 식품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는 도구로서 이용된 것이었다. 어떤 경우든 최종 효과는 동일했다. 식습관을 바꾸고 주로 흰빵 형태의 직접 소비를 위한 미국산 밀과 밀가루에 대한 의존성을 증가시키며 미국에서 수입되는 가축 사료인 옥수수와 대두에 기반을 둔 집약적인 가축산업이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pp.299~300 

글로벌 시장논리에 따라 우리의 밥상에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7대 곡물 메이저는 현재 5대 곡물 메이저가 되었고, 언젠간 두세개의 기업이 모든 식료품의 생산, 유통, 판매를 담당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세계 식량생산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육류소비의 증가, 바이오에너지 생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갈수록 식량부족이 누적되고 있으며, 이는 급격한 곡물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2000년에서 2006년 사이에 쌀은 77%, 밀은 59%, 옥수수는 70%, 콩은 53% 가격이 상승했고, 이런 가격상승은 투기자본의 새로운 투자처가 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엔 밀의 가격이 169.8%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식량 총생산량 가운데 약 12~13%에 해당하는 2억 5000만톤 정도가 국제곡물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 이 거래량의 80%정도를 5대 곡물 메이저가 취급하고 있습니다. 초국적 곡물기업이 대부분의 유통을 담당함으로서 이러한 가격상승, 투기현상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위 수준인 25.3%(26위)입니다. 전체 식량의 75%를 수입해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식량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이유는 쌀의 자급기반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쌀도 2014년 이후 쌀시장 완전개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의 석유가격처럼 국제곡물가에 큰 영향을 받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현재 카길은 한국 사료용 곡물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며, 200만 미터톤 이상의 곡물과 소금, 가죽, 설탕, 커피, 식물성 기름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카길의 역사, 전략을 바라보며 가속화되는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밥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덧글

  • 저녁 달빛 2012/08/27 13:18 # 답글

    저도 이 책을 잃고 혹시 아버지가 아시나 여쭈어 본적이 있어요.
    [아버지 혹시 카길 이란 회사 아세요?]
    아버지가 바로 대답 해 주시시더라고요.
    미국에서 축산 의약품 만드는 회사라고요.
    20년 전에 녹십자에서 근무 하실 때, 수입해서 중계판매를 하셨다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헐~ 20년 전......
    아버지 기억력에 한번 놀랐고,
    당시에도 회사가 그것 하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두번 놀랐죠.
  • 착선 2012/08/27 14:27 #

    카길은 1956년부터 대만과 한국에서 대리업체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고, 1986년에는 공식적으로 한국 사무소를 차렸다고 하네요. 1956년부터면....어마어마하네요
  • 여강여호 2012/08/27 13:40 # 삭제 답글

    초국적 곡물기업에 의해
    우리의 밥상까지 지배당할 판이니 현재와 같은 식량자급률로는
    도래할 시대에 대처한다는 게 힘에 부쳐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들도 그 이후에 대한 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오랫만에 들러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착선 2012/08/27 14:30 #

    어느정도의 식량주권은 필수적이죠. 계속 자급률이 떨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 최강로봇 도라에몽 2012/08/27 18:23 # 답글

    카길이라 정말 처음 들어본 회사네요 왜 1차산업이 아직도 무시하지 못하는가의 중요한 이유군요...

    거기다가 글로벌 엄체가 비공개 개인업체.... 이글루스 가든 한번 들러야 겠네요 좋은 책들이 많네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착선 2012/08/27 22:58 #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대 비상장 민간기업이라 왠지 무시무시하죠.
  • 2012/08/27 19: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7 22: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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