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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어떻게 타락했나?《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by 착선

대학기관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교육하고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카디널 뉴먼은 고등교육의 역할은 지식인을 양성하고 이성에 대한 역량을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실제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목적인 것입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모든 분야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 사회의 복지와 진보에 필수적인 기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나오고 있고, 그로 인해 대학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교수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대학의 문제입니다.

대학이 지식보다는 지위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순위문화에서 비롯됩니다. US뉴스에서 발표하는 대학순위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 영향력에 비해 순위의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교육의 질을 평가할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는 탓에 대학의 명성은 허점투성이인 가짜 정보에 의해 좌우됩니다. US뉴스와 기타 관련지에서 매기는 순위에 사용되는 졸업생 비율이나 전문직 및 상위 학위과정 진입률, 자격증 시험 통과 비율 등의 정보는 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좋은 수단이 아닙니다. 이런 기준들은 교육 경험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아니라 입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을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켈리포니아대학의 고등교육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연구도 이 같은 현실을 잘 드러내는데, 이 연구에서는 졸업생 비율에서 나타나는 변수의 3분의 2는 입학생의 특성에 따른 차이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대학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면서도 결국 명성을 팔아 연명한다. - p.20

하지만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실적 근거가 아무리 빈약하다 해도 발표를 하는데는 상관이 없습니다. 최고 행정가들의 주관에 따라 평가되는 순위는 대학의 명성에 상당히 의존한 채 순위를 매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각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대학의 수준을 인식하기 때문에 타 교육기관에 대한 충분하고도 체계적인 정보가 반영될 수 없습니다. 설문 대상자들은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명성이나 예전의 순위 기록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끝없이 울리며 반복되는 역학구조를 가진 일명 후광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과거의 인지도에 현혹된 평가자들은 해당 기관의 현 실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높은 점수를 매기게 됩니다. MIT에는 법대가 없고, 프린스턴 대학에는 전문대학 기관이 없는데도, 순위표에서는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나온 적도 있는가 하면, 기존 명문대학들의 텃세가 순위에 명확히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해마다 발표해온 영향력 있는 미국대학 순위선정 역사상 가장 논란거리가 된 1등은 1999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었다. 평자들은 칼텍이 전미 최고 대학으로 뽑히자 마치 스티븐 킹이 노벨문학상이라도 탄 것처럼 조소를 보냈다.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공과대학이 어떻게 하버드대나 예일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게다가 그보다 더 크고 더 유명한 동부의 맞수인 MIT를 능가할 수 있는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이 잡지는 굴복했다. 이후 선정 기준을 바꿔 칼텍이 독주하던 학생1인당 비용 지출 항목의 배점을 줄여버린 것이다. 이 잡지가 선정 기준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칼텍은 그 후에도 몇 년간 정상을 지켰을 것이다. 칼텍은 바뀐 기준에 따라 10대 대학 명단의 아래쪽으로 도로 미끄러졌고, 아이비리그와 기타 전통 명문들은 한동안 뒤집어써야 했을 망신으로부터 구제됐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p.335 

대학이 순위화되면서 대학의 자본화, 상업화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상위대학은 기부금과 지원금이 몰리고 상위대학의 교수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얻게 됩니다. 그에 반해 일류대학의 교수가 아닌 경우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입과 높은 업무 부담을 가지게 되었고 일류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한 경쟁적 구도가 마련됩니다. 교수는 경력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출판물을 내고 있지만, 이런 출판물들을 보면 많은 경우에 인지도를 향한 욕구는 학문적 생산성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긍정적이지 못한 부산물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예는 학문적 글쓰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겉멋만 부린 문체, 난해한 주제 그리고 과도한 인용과 참조이며, 이러한 출판물이 제시하는 현대 학문이 내놓는 글은 난해하고, 사소한 주제를 다루며, 몇몇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읽지도, 읽히지도 않습니다. 또한 교수가 자신의 이해를 좇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비전임 교원이나 대학원생 등 훈련이 부족하고 월급도 적은 고단한 하급 인력들의 손에 학생들을 내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교수가 학부 수업을 맡는다 하더라도 해당 과목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주제에 따른 특화된 내용만 가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명성의 추구는 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종종 교육의 내용보다는 학점에 더 신경을 쓰며 그에 따라 학교, 전공, 교과과정을 선택한다. 헨리 워드 비처는 "만일 누군가 대학에 진학했다면, 그는 타이틀을 딴 것이다. 이는 자부심과 허영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타이틀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된다." 고 했다. - p.25 

대학의 운영이 점점 자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대학 내에서의 빈부격차입니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무직 및 관리직 직원의 월급은 최저 생활비를 밑도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대학의 수치스러운 단면입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같은 사회 비평가들은 만일 대학이 인간의 가치와 사회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먼저 기관 내부의 노사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화는 대학의 운영자금과 연구 기금의 출처가 민간 기업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인데, 그들은 상업적으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원합니다. 정부의 지원은 줄고 연구비용은 늘어가는 오늘날에는 교수들로 하여금 후원 기업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연구가 어떤 종류인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은 필연적으로 학계와 기업간의 커넥션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뉴잉글랜드 의학 학술지는 지난 3년간 시행된 약물 검토의 절반 가까이가 해당 약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연구진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인정했고, 항암제 관련 학술지 기고문을 검토한 사례에서, 약물의 비용 효율성에 관해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한 기사 중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5퍼센트에 그친 반면, 비영리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은 경우에는 38퍼센트에 달하는 차이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나는 베릴륨을 연구하면서 대니얼 로스 박사의 논문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그것은 베릴륨 업계를 위한 로스 박사와 폴 레비 박사의 재분석 논문이었는데,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개변수 일부를 조작함으로써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높은 수준의 폐암 위험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레비박사는 R.J.레이놀즈 담배회사에 고용되어 폐암과 작업장에서의 간접흡연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재분석하는 일을 맡았고, 로스박사는 필립 모리스 사의 소송을 도울 전문가 중 한명으로 고용됬다. -《청부과학》p.90 

이러한 대학의 지위의 추구, 교수들의 명예의 추구, 기업과 대학간의 결탁은 학문에서의 우선순위가 왜곡되고, 좋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저해하며, 대학교수로 하여금 공적 지식인의 역할을 훼손합니다. 과거 조지 오웰처럼 대학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데도 문학이나 정치, 경제 비판 서적을 출간하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적 지식인 시장은 대학교수들이 장악하고 있으나, 학문적 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교수는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오히려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속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대학의 임무는 무엇이며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덧글

  • 2012/09/04 16: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05 09: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개복치 2012/09/04 20:10 # 답글

    업데이트되는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 착선 2012/09/05 09:17 #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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