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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숨겨진 경제학《사커노믹스》 by 착선

유럽 국가중에서 가장 국가대표 축구팀이 선전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종주국 잉글랜드일까요? 아니면 스페인일까요? 답은 그루지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선전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온두라스입니다. 이 순위는 단순히 축구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닌, 인구와 경제력, 경험을 고려한 선전도입니다. 그 외에도 놀라울 만큼 축구를 잘 하는 나라는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체코, 그리고 이라크입니다. 이처럼 관점을 바꾸면 숨겨졌던 사실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도구로 축구를 바라봅니다. 통계 수치와 데이터베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으로서 우리가 축구를 보며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일깨워주고, 사실을 증명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줍니다.

우리는 축구팀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을때 축구팀이 약해졌다며 화를 내고, 감독을 경질하고,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사례는 과연 그런 인식이 필요한가에 질문을 던집니다. 1980년 이래 잉글랜드의 월드컵과 유러피언 챔피언십의 예선 결과를 보면 14회 출전해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 3회,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이 4회였습니다. 즉, 14번 중 절반은 성적이 나쁜 약체 잉글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16강에 2회, 8강에 4회, 4강에 1회 진출했는데, 이 때의 잉글랜드는 강호 잉글랜드라고 할만 합니다. 이러한 극명한 성과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호 잉글랜드가 약체 잉글랜드보다 예선전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생각과는 다른 진실을 보여줍니다.

약체 잉글랜드 60전 36승 16무 8패 140득점 33실점
강호 잉글랜드 56전 36승 13무 7패 106득점 28실점

이 결과는 강호 잉글랜드와 약체 잉글랜드가 승패기록에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운이였을 뿐, 과연 그 팀이 정말로 약해졌는가? 에 대한 질문엔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축구팀을 가장 발전시키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유명한 선수의 대형 이적일까요? 과거의 데이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978년부터 1997년까지 잉글랜드 40개 클럽의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적료 액수는 리그 내 순위 변동에 16%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임금 지출 정도는 순위 변동에 92%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선수의 임금을 높일수록 최종 성적이 좋아지는 반면, 선수를 이적시키는 데 들이는 돈은 성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이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구단이 팬들에게 제공하는 선물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이처럼 축구에는 많은 부분에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노장은 과대평가되고, 감독 자리는 남녀차별이 심각합니다. 국적에 따라 몸값이 비싸기도 하고, 선수가 외국에서 적응하는데 일절 도움을 주지 않기도 합니다. 자격미달인 감독도 많고, 직원들도 무능합니다. 아이러니한점은 무능력한 이들이 운영하긴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회사 또한 축구 클럽입니다. 영국에서는 1923년부터 존재한 클럽팀의 97%가 건재하고, 85%의 팀이 상위 4부 리그에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업은 끝없는 경쟁 때문에 생존가능성은 언제나 불안정하지만, 축구 클럽은 이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축구 클럽이 무능한 것은 무능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축구팀이 강한지, 페널티킥이 승부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축구판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지와 같은 요소에도 데이터를 통한 경제학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독재정권의 경우 수도의 클럽들은 굉장히 강력합니다. 이는 독재자들이 자신의 영향력이 강한 수도로 모든 인재와 산업을 집중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지방의 산업도시에 있는 클럽들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맨체스터를 비롯한 신생 산업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었고, 이주자들은 기존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열정적인 태도로 축구 클럽에 참여합니다. 산업지역에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유입했고, 낡은 계급 질서가 거의 모습을 감추었으며, 주민의 지역 소속감이 가장 약했기 때문에 결국 정서적 공백이 생겼고 그것을 메워야 했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 국가의 수도의 클럽들은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지방 도시에 비하면 수도는 축구 팀 말고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굳이 무언가를 내세워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이클 크릭은 잉글랜드 리그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했는데, 1990년 이전의 임금 지출 정도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 흑인 선수가 많은 클럽이 적은 클럽보다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다시 말해 흑인 선수는 제값보다 높은 가치를 보였고 이는 인종차별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흑인 선수들은 대략 실력만큼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축구에서 흑인이기 때문에 임금을 적게 주는 차별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종차별이 시작되고 있음을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아시아계 영국인 선수들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른바 강한 팀과 약한 팀이 뚜렷한 리그입니다. 그렇다면 경기에서 이길수록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요? 답은 잉글랜드의 거의 모든 클럽에 있어 리그 성적 변화와 소득 변화 자체에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돈을 버는 길이 아닌데, 오히려 인과관계는 거꾸로 작용합니다. 클럽이 돈을 벌 새로운 통로를 찾을 때, 팀이 경기에서 이깁니다. 가끔 경기가 페널티킥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는 축구팬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는 페널티 킥이 홈팀의 승리에도, 원정팀의 승리에도, 무승부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꽤 많은 페널티 킥이 오심으로 선언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든, 그렇지 않든 승패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 영역을 깊숙이 침투한 데 대한 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페널티 킥은 양 팀의 세력 차이를 보여주는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평균적으로 페널티킥은 그 경기의 승기를 쥔 팀에게 돌아갑니다. 너무나 강한 팀과 약한 팀의 밸런스는 장기적으로 리그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승패가 뻔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강팀과 약팀의 존재는 리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관중들은 홈에서 패배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많은 경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줍니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의견이 발생하는 것은 돈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돈 때문에 실력 차이가 날 때 그것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는 도덕에 관한 문제이며, 모든 팀이 평등한 자원을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이상주의적인 평등주의인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도덕적으로는 옳을지도 모르나 돈의 개입이 불쾌하다고 해서 수백만 팬이 축구를 등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축구 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전반을 보면, 가난한 사람이야말로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제격이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빈민층 출신 선수의 성공을 스포츠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진부한 문구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에 이주해온 가난한 이민자가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꽤 많긴 해도 그러한 성공은 피부색이나 굶주림 따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빈민가 소년이 성공에 대한 지독한 갈증을 느끼는것이 사실이라면 학교에서도, 스포츠 외의 직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 입니다. 그들의 비결은 연습에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 소년들은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이들의 부모는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지 않으며, 돈이 없으니 축구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놀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빈곤이 스포츠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 자료를 보면 가난한 나라, 가난한 민족은 부유한 경쟁자에 비해 스포츠를 못합니다. 또한 인구 대비 스포츠 성적표는 국제연합이 산정한 인간 개발 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삶의 질이 스포츠 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스포츠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축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화는 과거 서유럽에 집중되어 있던 축구 네트워크를 전세계로 확산시켜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축구 기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오직 가난만이 그 기회를 막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만약 이라크에 온전한 평화가 찾아온다면 전 세계 축구계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브라질도, 영국도, 스페인도 아닌 바로 이라크를 말입니다.

덧글

  • 여강여호 2012/09/21 11:12 # 삭제 답글

    항상 진실만을 말해 주는 것으로 믿었던 통계들이
    조금만 뒤집어 보면 이런 반전이 있네요...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본질에 근접해가는 자기노력의 필요성을 생각해 봅니다.
    관심있게 잘 읽었습니다.
  • 착선 2012/09/21 15:26 #

    책 내용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서유럽 스타일이 중심에서 변방부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한국팀이 거론되기도 했구요. 이 책이 괜찮다 보니 책에서 거론된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 『머니 볼』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 2012/09/21 14: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21 15: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9/21 17: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9/21 21: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9/22 00: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draco21 2012/09/21 17:23 # 답글

    며칠전 쓰레기청소부님 글에서도 느낀거지만.. 참 통계에서 무엇을 읽어내는가는 어려운 일이지 싶습니다.
  • 착선 2012/09/21 21:09 #

    훌륭한 통계와 엉터리 통계는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니까요
  • wonhee0118 2012/09/21 20:42 # 답글

    통계가 다가 아니라는 신화는 항상 있지만, 장기적은 통계는 다죠.
    회귀분석이라는 강력한 통계도구는 무시할 수가 없어요.
  • 착선 2012/09/21 21:10 #

    조엘베스트도 지적했던 것처럼 비판적인 태도로 신중하게 통계를 접한다면 우리가 접하는 숫자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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