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idea.egloos.com/


패스트푸드는 음식문화의 중심이다《에도의 패스트푸드》 by 착선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라는 말은 대부분의 음식문화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의 주인 또한 대부분 일반적인 서민들입니다. 일본 또한 예외가 아닌데, 덴푸라(튀김), 스시(초밥), 소바(메밀국수) 등은 모두 서민들이 선택한 음식들입니다. 그 시작이 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에도의 패스트푸드 문화는 일본 음식문화 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일본요리가 들어와 있고, 꽤나 대중화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에 음식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의 음식문화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하는 에도의 패스트푸드 들은 매우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의 포장마차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길거리 음식 판매와 유사한 형태였습니다. 독특한 점은, 튀김처럼 불과 기름을 다루는 업종은 화재를 우려해 야외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 집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집 앞의 도로에 나와서 장사를 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튀김은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인데, 고열량 식품으로 당시 불교의 요리인 쇼진요리가 중심이던 사람들의 영양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덴푸라라는 말의 어원은 포르투갈어의 덴페라, 네델란드어의 덴포라, 그 외에 중국유래설 등 다양한 추측이 있습니다. 유자 기름이나 참기름의 생산량 증가와 에도만에서 잡힐 수 있는 생선이라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다양성 등은 덴푸라 포장마차의 성황에 큰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메밀국수와의 조합이나 고급 요리집에도 들어감으로써 점차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됩니다.

현대에 볼수 있는 스시의 시작점은 나레즈시인데, 생선의 뱃속을 손질하여 그 속을 밥으로 채워 무거운 돌로 눌렀다가 간을 맞추는 형태로서 기원은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밥의 유산 발효를 이용해 생선을 보존 식품으로 만드는 이 방법은 매우 심한 악취가 난다고 합니다. 이 나레즈시는 무로마치시대에 들어와 나마나레즈시로 변화되었는데, 나레즈시에 비해 절여두는 기간이 더 짧아져 2주에서 한달간 절인 후 먹는 음식이였습니다. 숙성음식의 단점인 오랜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니기리즈시라는 방법이 만들어졌는데, 식초로 맛을 낸 밥에 조미한 생선을 얹어 손으로 뭉쳐서 만든 것으로, 현대의 초밥과 유사합니다. 먹는 사람의 기호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주문즉시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푸드의 조건을 달성했고, 이는 서민들의 많은 선택을 받게 됩니다.

그 외에도 포장마차에서 선호받은 음식은 소바(메밀국수)와 가바야키(장어구이)입니다. 소바의 기록은 1614년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며, 그 이전에는 수제비나 떡, 죽 등으로 메밀을 이용했습니다. 가다랭이포 국물과 간장이 보급되면서 소바가 유행했는데, 당시에는 우동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에도에서는 소바를 더 좋아했습니다. 가바야키는 장어를 보다 먹기 쉽게 반으로 갈라 굽는 모습으로, 간장과 설탕의 보급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된 음식입니다. 또한 야나가와나베(추어탕), 양갱, 나라챠메시(찻물로 지은 밥), 쓰쿠다니(생선이나 조개, 해초등을 조린 조림 요리), 가다랭이, 아사쿠사노리(김) 등도 에도의 서민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음식들입니다. 특히 가다랭이의 경우 마누라를 저당 잡혀서라도 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요리는 맛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그 나라, 민족, 지방, 개개인을 나타내는 문화이기도 하다. -《차별받은 식탁》p.179 

이런 에도의 패스트푸드의 발전은 당시 일본의 수도였던 에도에 인구가 집중되었고, 번화가나 제례, 공양, 불꽃놀이, 꽃구경, 달구경과 같은 야외 유흥의 발전과 연관지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에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에도에 온 가난한 남성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봉건제도 속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민 음식들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높은 계층이였던 무가나 상가 주인들은 군것질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 하여 외출할때는 포장마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거나 가게에 주문을 했습니다. 쇼군 또한 하루에 10인분의 요리를 준비할 정도로 호화로운 음식을 즐겼지만, 이런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기도 했었습니다.

서민들이 먹는 음식과는 구별 지으려는 생각 등,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불필요한 틀을 만들어 얽매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게 없는 것일까? - p.121 

수도 인구 100만의 다양성, 260여년이라는 통일기간, 조선과 네덜란드, 중국과의 교류 등으로 인해 에도의 음식문화는 완성됬고, 더 나아가 현대의 일본음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포장마차와 노상판매 음식들인 덴푸라, 경단, 가바야키, 오뎅, 단팥죽 같은 패스트푸드는 일본음식의 큰 주축이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특권층을 위한 음식이 있고, 일본에도 존재했으며, 그런 일본의 고급 음식들 또한 일본 음식문화의 한 일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음식이야 말로 그 나라 음식문화의 정체성이 아닐까 합니다.


덧글

  • 여강여호 2012/11/01 11:34 # 삭제 답글

    일본음식 이야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 착선 2012/11/01 11:36 #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수 있는 요리들이다 보니, 책이 꽤 재밌더라구요. 역사적인 부분이 많아서 좀 딱딱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 양배 2012/11/01 12:36 # 답글

    으 예전에 다큐를 봤었는데 나레스시도 나왔었죠, 젓갈의 기원을 찾는 다큐었나;; 그랬던거같네요.
    옛날 사람들도 저게 맛없긴 마찬가지었을텐데 왜 먹었던걸까요? 단순히 보존성을 위해?
  • 착선 2012/11/01 12:41 #

    개인적으론 역시 보존식품의 필요성이 가장 컸을거 같구요. 책에서 말하길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나레즈시는 후나즈시(붕어초밥)가 유명한데, 후나즈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또 악취를 즐긴다고 하더라구요. 마치 우리나라의 홍어요리나,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과 같은 부류로 보면 될거 같습니다.
  • 양배 2012/11/01 12:42 #

    아아 맞아요 다큐에서 나왔던것도 후나즈시!! 근데 그 촬영팀은 은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
  • 착선 2012/11/01 19:49 #

    후나즈시 찾아보니 독특하게 생겼군요. 저는 아마 못먹을거 같습니다.
  • 2012/11/01 1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01 14: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023
120
1609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