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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바보상자의 역습》 by 착선

'TV는 바보상자'. 어렸을때를 생각해보면, 이 이상으로 대중문화를 강력하게 정의했던 단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TV를 보면 머리 나빠지니 숙제를 하거나 밖에서 놀라는 말은 정말 흔히 들어본 말입니다. 세월이 흐르자 TV의 자리는 게임이 차지했고, 인터넷이 차지했습니다. 이런 인식엔 대중문화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싸구려 스릴이 주류가 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은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정말로 대중문화는 우리를 바보로 만들어 왔을까요? 저자는 대중문화가 우리를 바보로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중문화 중에서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게임의 장점을 물어본다면 가장 먼저 시각지능의 향상을 말하는데, 실제로 로체스터 대학에서 사람들을 뽑아 〈테트리스〉와 1인칭 슈팅게임인 〈메달 오브 아너〉를 일주일 동안 하도록 한 결과를 보면 시각지능이 향상됨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은 또한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생시키는데, 일상과 달리 게임세상에서는 라이프가 늘어나거나, 새로운 레벨로 올라갈 수 있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것처럼 보상이 확실히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우리 일상보다 더 크고, 더 생생하고, 더 명확하게 정의된 보상으로 가득 찬 가상세계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임을 통한 지적효용은 우리가 결정을 내리게 하고,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세우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즉, 게임 플레이어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인 것입니다. 겉에서만 보면 게임은 미친 듯이 클릭하고 총을 쏴대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게이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1차적인 활동이 전혀 차원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순간 판단이 됐던 장기적인 전략이 됐던 의사결정이 가장 1차적인 활동이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우는 건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교육계에 만연한 가장 잘못된 생각은 사람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만 배운다는 믿음이다. 공부를 하면서 형성되는 태도나 호불호를 통한 부차적인 학습은 받아쓰기나 지리, 역사 수업을 통해 직접적으로 배우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사는 동안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존 듀이,《경험과 교육》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대중문화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들 또한 갈수록 고도의 인지활동을 요구합니다. 만약 대중문화에서 우리 두뇌가 정말로 생각할 필요 없는 환경을 원하고 그에 맞춰 퇴화해 왔다면, 〈퐁〉이후 비디오 게임은 단순화의 과정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가장 단순한 게임을 내놓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테고 모든 가상세계는 가장 손쉬운 길로 게이머를 안내할 것입니다. 영화도 더욱 단순해졌을 것이고, 만화나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들 또한 직관적인 스타일이 유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대중문화와 현재의 대중문화 작품들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갈수록 많아지는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복선, 숨겨진 의미, 패러디 등은 과거에 비해 현재의 대중문화들이 훨씬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흔히 대중문화의 단점만 모아놓은 듯한 최악의 프로그램들마저도 과거에 비하면 훨씬 고도의 인지활동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대중문화가 복잡해진 것은 판매전략 때문이기도 합니다. 관객의 눈을 처음에 사로잡는 것에서, 여러번 볼때까지 계속 시선을 고정하게 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뀐다면, 이런 변화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번 다시 보게 하려면 당연히 내용은 복잡해져야 합니다. 게임 또한 점점 어려워지는 건 난이도 높은 게임이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재방송의 출연, 대중문화의 다양한 확산은 처음 볼 때보다 두세 번 되풀이해서 볼수록 더 재미날 뿐 아니라, 대여섯 번을 봐도 새로운 느낌이 나야 대중문화가 팔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심슨 가족〉은 충분히 재밌지만, 패러디 장치를 알게 되는 순간 보는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치밀한 구성에 무릎을 치게 되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어려워야 하고, 사람들의 인지능력을 더 자극해야 합니다. 부모들은 종종 TV나 컴퓨터 앞에서 최면에 걸린 듯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고 경악하며 TV나 컴퓨터가 우리 아이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신적 퇴화의 조짐이 아니며, 오히려 집중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개개인이 처한 환경의 복합성은 자극요소와 요구특성에 의해 정의된다.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수록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아진다. 모순되고 분명히 정의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고도의 인지활동이 보상받게 되며, 인간의 지능은 발달하고, 하나의 환경에서 적용된 인지활동은 다른 상황에서도 활용되고 적용되는 것이다. - 카미 스쿨러 

IQ의 역사를 보면 또 다른 대중문화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효과는 IQ점수 중하위 집단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오늘날 평범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100년 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똑똑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상위 2~3%의 천재들은 1900년대 천재에 비해 월등히 똑똑하지는 않습니다. 평균적인 지능을 지닌 사람은 〈포탈〉을 하거나 〈24〉에 빠져 있는 동안 패턴인식 능력이 향상될 수 있겠지만, 천재라면 이정도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풀어내는 데 특별한 두뇌단련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 외에도 대중문화는 일방형의 장문 활자 이야기에 익숙해지도록 우리 두뇌를 훈련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즉 대중문화가 우리를 더 똑똑하게 하지만, 기존의 책과 같은 문화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대중문화는 몰입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멈추게 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 또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갈수록 증가하는 섹스와 폭력 같은 도덕성 문제도 필연적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문화에서 내용은 두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인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에서 섹스와 폭력이 등장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화면 속에 움직이는 것들이 허구라는 걸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결함은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함이지 우리에게 윤리적 기준을 세워주기 위함이 아님 또한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가치를 알려주는데 있어서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건 부모와 친구이며, 〈GTA〉의 차량 탈취범이 아닙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쇼나 게임, 영화의 결말은 도덕의 승리라는 전통적 구조를 충실히 답습합니다.

결국 대중문화는 갈수록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점점 더 어리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하게 하고, 자원을 관리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따라가고, 장기적인 패턴을 인식하게 합니다. 이는 우리는 과거의 지적문화와 비교해 싸구려 대중문화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멍청한 오락물에 빠져사는 생각 없는 사람들 또한 아님을 말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문화가 멍청해진다는 통념은 틀렸으며, 오히려 대중문화는 젊은이들의 두뇌발달을 결정짓는 원동력입니다. 결국 대중문화는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덧글

  • 2012/11/06 15: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07 11: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지나가는 사람 2012/11/06 17:33 # 삭제 답글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도 나왔었는데... 그 때 마샬 맥루한이 한 말을 생각하면.... 참.
  • 착선 2012/11/07 11:35 #

    맥루한이면 미디어이론에서 빠질수 없는 사람인데,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 ME9 2012/11/06 21:19 # 답글

    보통 TV를 없애면 독서 환경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가정법이 있었지만, 제가 볼땐 오히려 그건 TV도 안보고 책도 안보는 결과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상황으로 보면 인터넷의 경우도 또한 마찬가지죠. 물론 활자매체만이 가진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또한 접근성?의 측면이라던지, 등등의 측면에서 볼때에는 영상매체의 기능에 대한 재평가?도 같이 이루어져야 현재의 대중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것 같아요.
  • 착선 2012/11/07 11:38 #

    가끔은 대중문화가 너무 저평가되기도 하죠. 책에서 '게임이 책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했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와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꽤 재밌더라구요.
  • 구름사람 2012/11/07 09:43 # 답글

    인민이 더 똑똑해지면 살기가 더 퍽퍽해진다고 봅니다. 서로 안 질려고 하니까 말입니다.
  • 착선 2012/11/07 11:39 #

    독선과 아집은 언제나 경계해야겠죠. 바바라 터크먼의 책이 문득 생각나네요.
  • akudoku 2012/11/07 11:44 # 삭제 답글

    http://aliceon.tistory.com/2036

    누구나 게임을 한다...

    이런 책은 어때요?
  • 착선 2012/11/07 11:46 #

    흥미로워 보이는데요? 이노우에 아키토의〈게임 경제학 GAMIFICATION〉을 사볼까 했는데, 저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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