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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정치혁명《해적당》 by 착선

해적이 쳐들어왔다! 해적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한다면, 말라카해협의 해적이나 소말리아의 해적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대항해시대2〉의 하이레딘 레이스나〈캐리비안의 해적〉의 잘생긴 해적 잭 스패로우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쳐들어온 해적들은 그 어떤 해적들과도 다른 독특한 해적들입니다. 그들은 청바지와 허름한 티를 입었고,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키보드와 마우스입니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의회에 쳐들어갔고, 전리품을 챙겨 갔습니다. 독일의 해적당은 2011년 9월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8.9%의 득표율을 올렸고, 의회에서 15석을 쟁취하게 됩니다. 해적당은 해적답게 부자는 아니였는데, 위원회의 수중에 있는 돈은 불과 15,000유로, 한화로 2천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해적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모두 20대나 30대였는데, 해적당수 제바스티안 네어츠는 28살이였고, 주의회의 당대표인 야스민 마우어러는 22살의 여대생이였으며, 해적당의 정치감독인 마리나 바이스 반트는 24살에 불과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해적당에게 표를 던졌을까요?

해적당의 시작은 존 페리 발로로부터 시작됩니다. 록그룹의 작사가이자,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이며, 가축을 키웠고, 반핵 활동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발로는 해적당의 정신적 기반이 된 강령을 만들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산업 세계의 정부들을 부정하는 이 선언문은 미국의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검열을 허용하는 통신개혁법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국가의 위계질서와 달리 인터넷은 더 평등하고, 더 투명하고, 더 정의롭고자 했던 사상은 스웨덴에서 해적당을 창설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인터넷과 사회 내부의 커다란 문화적 간극이 넓은 국민층을 범죄자로 만드는 행태에 대한 반발은 해적당의 인기를 올려줬고, 2009년 6월 17일에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해적당은 7.1%의 득표율 달성하며 스트라스부르에 입성하게 됩니다. 스웨덴 해적당의 선원도 꾸준히 증가해 5만명을 넘어섰고, 당원 수로 볼때 스웨덴에서 세번째로 큰 당이 되었습니다.

2006년 9월 10일에는 독일 해적당 탄생했습니다. 독일 해적당은 2009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해 2011년엔 13,500명의 선원이 해적당에 들어갔습니다. 해적당의 성장은 인터넷과 정치의 충돌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국가가 인터넷 자유 지역을 더 많이, 더 비타협적으로 그리고 더 공격적으로 침해할수록,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에서 사회화된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을 생활공간과 작업 공간으로 삼은 사람들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뉴욕과 마드리드가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 독일에서 통신정보 임의저장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해당 법안이 2007년 연방의회에서 가결되고 연방 대통령이 서명을 하자 해적당은 반발했고 해적당의 인기가 상승했습니다. 결국 많은 논란과 함께 통신정보 임의저장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는 2011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독일 해적당에 힘을 실어 준 또 다른 사례는 해커 조항인데, 정보의 탐색 및 해킹 예방이라는 제목의 202c항을 형법에 추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컴퓨터 엘리트들의 단체 CCC는 발표를 통해 유해 소프트웨어 취급의 범죄화가 특정 활동을 더 힘들게 하고 오히려 독일 컴퓨터 네트워크 안전을 해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네트워크 시민들이 수세에 몰렸는데, 새 조항은 범죄 행위 예방을 빌미로 시스템 관리자, 보안 전문가, 대학 교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합법적 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사실상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해적당은 시민의 불만에 기초하고 있지만 비폭력적입니다. 해적들은 폭력은 없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일구어 내서,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굼시키길 원합니다. 이는 현실정치의 정당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비판이며 그 변화의 핵심은 인터넷을 통한 변화에 있습니다. 해적당은 인터넷을 정치의 미래지향적인 플랫폼으로 보고 있는데, 당원들 스스로 민주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적당의 강령도 누구든 자유롭게 수정을 제안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위키 형태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습니다. 해적당의 정체성과 핵심 요구사항은 저작권의 개혁, 특허권 개혁, 정부 활동의 투명성을 통한 시민권 강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익명 소통의 권리 등이 있으며, 기초 민주주의적 담론, 측정 가능한 피드백, 일반 당원의 자유로운 투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없을 때는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4년에 한 번씩 마케팅 캠페인을 꾹 참고 견디다가 투표를 하고 나면 그 다음 몇 달, 몇 년간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여섯 자리 숫자의 지지성명을 받아 내거나 초인간적인 규모로 지속적인 시위를 조직하지 않으면- 절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넌더리를 내고 있어요. - 해적당 위원장 게르하르트 앙거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위와 정부의 실각, 위키리크스의 공개, 뉴욕 월가 시위 뿐만 아니라 해적당의 성공은 인터넷의 잠재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해적당의 주력 지지층은 20대와 30대가 대부분이며, 독일 해적당은 지지율 10%정도로 기민련, 사민당, 녹색당의 뒤를 이어 네번째 정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 창당한 이 젊은 정당은 야심찬 목표가 있습니다. 정치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곳에서 내용적으로 무언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닌, 정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해적당이 원하는 것은 정치가 수행되고 인식되고 결정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금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슈피겔이 평가하길, 공통된 이념이 아닌 공통된 방법론으로 뭉친 최초의 정당인 해적당의 행보는 그래서 신선합니다. 기성 정치에 좌절한 독일의 젊은 세대는 직접 정치에 뛰어 들었습니다. 이러한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해적당의 행보는 꾸준히 주목해볼 만 합니다.


덧글

  • 2012/11/12 12: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12 13: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그리고 축제 2012/11/12 14:24 # 답글

    하이레딘!!!!
  • 착선 2012/11/12 17:52 #

    붉은 수염!!
  • 푸른미르 2012/11/13 00:41 # 답글

    오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군요.
    정보력이 중요한 전략적인 힘이 되는 국가의 시대가 말입니다.
  • 푸른미르 2012/11/13 00:55 # 답글

    http://foodnjoy.egloos.com/5149011

    저 링크로 들어가보시면 알겠지만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착선 2012/11/13 10:28 #

    호드를 위하여!
  • 로도스 2012/11/13 10:0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해적당"을 펴낸 로도스 출판사입니다.
    꼼꼼하고 친절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로도스 트위터에 착선 님의 리뷰를 링크하고 싶어 덧글 남깁니다. 괜찮으실지요? ^^
    저희 트위터 계정의 주소를 덧붙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twitter.com/rhodosbooks
  • 착선 2012/11/13 10:28 #

    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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