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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바라본 세계화《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by 착선

세계화는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화가 변화시킨 현재의 모습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저자는 독특하게도 축구라는 매력적인 문화를 이용합니다. 축구 팀, 축구 선수, 축구 관중 등과 같은 요소들이 나타내는 모습들은, 세계화에 대한 신화들을 산산이 부숴 버리고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 본 세계화는 그 기대와 달리 종족주의를 부활시켰고, 부패를 뿌리내리게 했고, 빈곤이나 반유대주의, 급진적 이슬람주의 등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스포츠인 축구가 이러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축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때론 사회 계층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신하며, 종교보다 더 독실한 믿음을 강요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세르비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 구단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의 서포터 '울트라 배드 보이스'들은 엄청난 난동을 피우는 말썽꾸러기 팬들입니다. 이들은 폭력단원들의 조직적인 행동을 능률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구단의 임원들과도 접촉하며, 리더들은 월급도 받습니다.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의 홀리건들은 단순히 팀의 승리에 열광하며, 질 경우에 흥분하는 평범한 홀리건들과 다릅니다. 이들은 1990년대 당시 세르비아의 민족주의가 부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울트라 배드 보이스들은 특히 크로아티아 인이나 미국인 등을 증오하는데, 세르비아의 정치적 배경과 경제적 원인으로 인해 인종주의와 급진적 민족주의에 물들게 됩니다. 35년간 유고슬라비아를 통치한 티토가 죽고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세르비아인들과 크로아티아인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춰냈고, 정치인들은 국가적 의제를 민족주의로 끌고 갔으며, 이런 적의는 축구장에서 분출됩니다. 레드 스타와 디나모의 경기에서 유고슬라비아 인종 집단 간 공개 싸움이 일어났는데, 옥외 게시판을 뜯어내고, 돌을 던지는 등의 격렬한 싸움은 세르비아 선수들을 구출하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출동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홀리건 이야기에 영국이 빠질 수 없습니다. 1999년에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 경기 후에 발생한 사건기록은 역시 영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칼 맥그래오티라는 사람은 석궁에 가슴을 찔렸고, 토마스 맥파든이란 사람은 가슴, 배, 사타구니를 칼로 찔렸고 살해됬습니다. 이렇게 과격한 공격이 오가는 이유는 종교에 있습니다. 레인저스의 응원단은 대부분 개신교 신도들이며, 셀틱은 가톨릭입니다. 페니안의 피가 우리의 무릎을 적시네 라는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는 레인저스의 응원단은 1920년대에 KKK단의 지부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도시에 적을 둔 라이벌간의 경기는 영국 축구 리그의 또다른 볼거리지만, 셀틱과 레인저스는 종교라는 원인 때문에 단순한 적의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개신교와 가톨릭, 경제적 차이 등의 환경은 셀틱과 레인저스의 경기가 스포츠로 끝나지 않게 합니다. 팀의 승리는 곧 종교의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나라 하면 십중 팔구는 브라질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브라질 축구는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이며, 부패가 어떻게 자유화를 몰아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브라질 선수들이 유럽으로 가는 이유는 많은 연봉도 있지만, 부패한 고위관계자들인 카르톨라스의 통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카르톨라스들은 정치적으로 힘이 센 축구클럽에게 유리하도록 해마다 브라질 챔피언십의 규정을 바꾸며 공정한 경기를 방해합니다. 2000년 마지막 경기에서 돈이 절실한 바스코 구단은 최대 수용 인원보다 12,000명이나 많은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들여보냈다가 담장이 붕괴되면서 168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부상자들이 경기장 바닥에 쌓이고 헬리콥터가 그들을 운반할 때 경기를 취소시켰겠지만, 카르톨라스들은 경기를 계속 진행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펠레를 비롯해 많은 개혁가들이 카르톨라스들을 축구계에서 몰아내려 했지만 카르톨라스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들은 세계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모두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브라질 축구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탈리아 축구는 빗장수비라 불리는 방어 전략으로 유명한데, 득점의 기회가 적고 실책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탈리아 축구에서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항의와 책략입니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심판의 관대한 판정으로 이득을 보는 구단은 다름아닌 유벤투스와 밀란입니다. 이 두 구단엔 공통점이 있는데, 구단주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들인 부패한 과두재벌이기 때문입니다. 유벤투스는 아넬리 집안의 장난감이며, AC밀란은 이탈리아의 총리이기도 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장난감입니다. 이 재벌들의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파울을 범한 유벤투스가 가장 적은 레드카드를 받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을 준 덕분에 유벤투스와 AC밀란은 높은 승률을 자랑합니다. 이 과두재벌들은 축구 밖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탈리아의 총리기도 한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회사가 회계 조작 혐의로 고발되자, 회계 조작이란 범죄를 아예 위법행위 목록에서 빼 버리기도 합니다.

피파 회장 아벨란제는 웃으며 말했다. "전 세계가 아르헨티나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야만적인 정부가 전 세계에 보여 주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월드컵은 1936년 아돌프 히틀러가 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또 다른 살인 통치가 스포츠와 스포츠맨을 이용해 선전되었고, 스포츠와 스포츠맨의 영광에 빌붙었다. 아르헨티나의 진짜 얼굴은 아마도 실종자 어머니들의 용감하고 겁에 질린 얼굴일 것이며, 동족을 대상으로 한 군사정권의 더러운 전쟁의 희생자들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진을 들고, 월드컵 기간 동안 매일 수도의 마요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거나 투옥된 사람들의 얼굴일 것이다. - 《피파의 은밀한 거래》, p.53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화가 자본주의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던지, 탈민족주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등의 낙관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학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축구의 세계화를 통해 본 세계화는 오히려 독재를 굳건히 했고, 지역주의에 근거한 응원문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계화는 축구에 내재된 오래된 증오를 침식시키지 못했고, 끊임없는 부패, 빈곤, 인종문제에 대해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강력한 장점인 전세계 어디에서나 원하는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축구팬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어떤 현상이나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축구를 통해 바라본 세계화의 의미 또한 기쁨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고 있지만, 축구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점으로 인해서 어두운 측면을 더 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덧글

  • 2012/11/17 08: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17 11: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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