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idea.egloos.com/


선거전략의 핵심은 사람이다《빅토리랩》 by 착선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선거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독재자들도 명목상이긴 하지만 선거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거는 정치학의 발달에 힘입어 계속적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변화를 짚어보고, 새롭게 등장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오바마의 선거전략입니다. 오바마는 혁신적인 선거전략으로 대통령이 되었고, 책이 나온 후인 지금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그러한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습니다. 기존의 선거 전략은 19세기엔 지역 가르기형 전략이였고, 20세기엔 언론 홍보 중심의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엔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 있는 개별 단위로 다루는 분석법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선거에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사람인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학의 발달로 시작됩니다. 1892년에 개교한 시카고대학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치학이라는 학과를 만듭니다. 당시 정치학은 정치경제학이라고 하는 역사 중심의 학과목이 일반적이였다는 점에서 별개의 학문으로 구분한 것은 매우 현대적이였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정치학은 과학이 아니였는데, 당시 정치학 교수들은 과학적 지식을 정치와 관련짓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우드로 윌슨은 정치학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며, 인간관계는 과학으로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고, 통찰력과 공감, 이해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정치는 관찰하는 학문이지 실험과학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러한 사고방식에 반대했고, 정치학에 점차 과학적 방법론이 도입되기 시작합니다. 고즈넬과 메리엄은《기권》이라는 책을 통해 왜 여성에게 선거권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참여가 급증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했는데, 이는 정치학 분야에서 인구통계학적 속성에 따라 무작위 표본추출로 시행한 최초의 연구였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하버드대학교의 홀콤은 지금까지 미국 정치인들이 과학적 방법을 대접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는 정치학자의 잘못이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평했습니다.

그 후 많은 선거전략에서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변화에 의한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사건이 워터게이트 사건입니다.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활동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시행된 선거자금 개혁 중에 출발했는데, 처음으로 개인 기부금에 제한이 생기면서 거액 기부자가 더 이상 선거 운동에 무제한 수표를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증품은 1인당 정해진 한도가 1,000달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데없이 선거 캠프들은 투표자 연합을 구성할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기부자의 기반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일부 선거 캠프와 정치 위원회는 전화 마케팅에 부분적으로 의지했지만 선거자금 모금에 가장 유용한 수단은 편지를 읽은 기부자가 상대 후보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어 그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당장 수표를 쓰게 하는 일종의 중상모략 편지였습니다. 때문에 편지를 보낼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지지자와 부동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한 필요성으로 인해 결국 과학적인 데이터가 절실해집니다.

과학적인 접근은 그동안의 전략에 내재되어 있던 비효율성을 감소시키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과거의 선거 전략은 확실한 지지층과, 어떤 말을 해도 마음을 돌리지 않을 상대 지지층에 대해 쓸데없는 자원을 소모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확실한 지지자에겐 선거홍보물을 보낼 필요도, 전화를 걸어 표심을 확인할 필요도, 정치인이 직접 가서 악수를 청할 필요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는 대신, 부동층과 상대 지지층을 공략함으로써 전략적인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워싱턴포스트〉는 2004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 총 22억 달러가 들었으며 부시와 케리가 거의 동일한 금액을 사용했다는 선거비용 분석 기사를 게재했는데, 이 기사에서 부시가 선거전략에서 타겟포인트를 제공해주는 회사와 계약하는데 사용한 325만 달러가 그 해 가장 현명하게 소비한 비용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익명의 민주당 정치전문가 또한 이를 인정하며, 민주당의 표적 설정능력이 공화당에 비해 선거를 한 번 치르를 기간만큼 뒤져있다고 말합니다. 부시는 확실한 자기기반에 덜 신경쓰는 대신, 유권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타겟팅 전략을 사용해 케리의 지지자들을 빼오는데 성공함으로써, 결국 2004년 선거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정치학은 행동과학 뿐 아니라, 행동심리학의 기법들 또한 동원합니다. 이러한 심리학 기법을 통해 어떠한 심리요소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은 선거캠프에서 전략으로 변화합니다. 많은 심리학 연구 중에서 마크 그레브너의 연구는 특히나 인상적인데, 그레브너는 선거가 끝나고 난 설문에서, 사람들의 10퍼센트가 투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줄이고 투표율을 높일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35만명의 사람들에게 총 4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각 편지에는 다가오는 선거를 상기시키는 내용과 함께 충고하거나, 꾸짖거나, 협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모든 편지가 편지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투표율이 상승시키는 결과를 보였지만, 투표가 사회적 의무라는 것을 강조한 편지는 그 효과가 저조했습니다. 투표 여부를 가족들에게 공개하겠다는 편지는 좀 더 높았고, 투표 여부를 이웃들에게 알리겠다는 편지가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주변 이웃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정보를 알리겠다는 협박 편지는 투표의 중요성을 친절하게 상기시켜주는 것보다 몇 배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협박편지라는 방법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후보나 사회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그런 우편을 보내려 하지 않을 것임은 명확했습니다. 투표율은 올라가겠지만, 상대방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러한 강력한 정전기를 쓸모 있는 전류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중입니다.

텔레비전 광고가 성장하면서 신문 광고가 외면당했듯 버스 정류장 벤치나, 대중교통 광고도 한동안 외면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만약 다가가야 할 27명의 유권자가 버스 정류장 벤치에 모인다면 버스 광고 벤치에 광고를 할 것입니다. - 오바마 선거캠프의 래리 그리소라노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한 선거캠프들은 꾸준히 높은 성공률을 보여 왔습니다. 미국의 민주당이 대부분 참패했던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으로서 승리한 콜로라도 주의 베넷의 사례, 최초의 마이크로타겟팅 기법을 도입한 미트 롬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보 분석가 알렉스 게이지는 이러한 선거의 변화를 정보의 군비 경쟁이라고 비유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오바마 진영의 선거캠프는 특히 뛰어납니다. 오바마 진영은 자신들의 확고한 지지자를 뺀 사람들의 데이터를 1억명이 넘는 수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행동분석을 통해 점수를 매김으로써, 가장 최적화된 타겟팅을 찾아냈습니다. 대통령 선거쯤 되면, 광고 계획에 버스 광고 등의 실외 광고를 넣는다고 하면 환영할 후보는 별로 없었지만, 오바마는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버스광고든 지하철광고든 편견없이 달려갔습니다.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거 전략을 점검한다는 정치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 이 광고 전술을 통해 오바마 선거 캠프는 전망이 없다고 치부되어 많은 이들에게 외면당했던 분야의 광고 전략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고, 이는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선거 운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과학의 발달로 선거의 모습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20세기 말에 극에 달했던 미디어를 통한 선거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누가 왜 투표하는가에 관한 정교하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레 정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개인에게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선거는 선거 운동이 유권자를 다시 사람으로 대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당, 개인, 심지어 민주주의란 가치에 있어서도 모두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정당은 같은 노력으로 더 효율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개인은 좀더 특화된 선거정보를 제공받음으로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더 값진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덧글

  • ㅁㅁ 2012/11/26 15:06 # 삭제 답글

    조지레이코프 책을 읽는중이지만, 선거란게 철학,정치,경제,광고,마케팅,심리... 각종 이론들에 미인대회라고나 할까요.
    그 미인들중 전 프레임 이론(미녀)에 푹빠져있죠 ㅎ

    참 저도 도서갤에서 언급되서 알게된 다큐인데 손석희씨가 출연해서 더 특별하기도 했구요.(책으로도 나와있더군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60493

  • 착선 2012/11/27 13:08 #

    레이코프의 책은 정말 추천할만 하죠. 《킹메이커》도 괜찮아 보이네요. 일단 다큐쪽을 찾아보겠습니다.
  • 2012/11/27 15: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27 2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023
120
1609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