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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이해하는 세상《괴짜경제학》 by 착선

1987년 4월 15일 자정, 미국 전역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아동들이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 700만명이라는 이 엄청난 숫자는,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도, 나치의 홀로코스트도 범접할 수 없는 인류 최악의 사건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범죄학적 지식은 전혀 필요없습니다. 간단한 지식, 인센티브만 이해하면 됩니다. 700만명의 아동이 실종된 이유는 바로 미국 국세청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미국 국세청이 규정을 하나 바꾸었는데, 세금 신고시 공제를 받으려면 단순히 부양 자녀의 이름만 적어선 안 되고, 그 옆에 사회보장번호까지 함께 적어야 한다고 정한 것뿐이었습니다.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인센티브는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입니다. 이 인센티브를 통해 세상의 많은 부분, 심지어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인센티브는 그 특색에 따라 기본적으로 세 가지로 나뉘는데, 경제적 인센티브, 사회적 인센티브, 도덕적 인센티브입니다. 예를 들면 담배에 붙어있는 세금은 경제적 인센티브이며,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사회적 인센티브이고, 테러리스트들이 담배 암거래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일종의 도덕적 인센티브로 작용합니다. 이 세가지 인센티브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는 한 인센티브가 다른 인센티브의 자리를 빼앗아 버리기도 합니다. 1970년대에 도덕적 인센티브를 경제적 인센티브로 대체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헌혈을 할 때 소정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사람들이 헌혈이라는 이타적인 행위에 대해 칭찬을 받을 때보다 적은 액수의 현금을 받을 때 오히려 헌혈을 덜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박애정신에서 우러나온 고귀한 행동이 금전적 대가의 도입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가며 몇 달러를 버는 천한 행위로 돌변한 것입니다. 그 몇 달러는 헌혈까지 해가며 벌어야 할 가치가 없는 돈이었습니다.

헌혈의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인센티브의 사용이 실패한 사례입니다. 헌혈에 현물 보상을 함으로써, 도덕적 인센티브를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경제적 인센티브마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헌혈 인구의 감소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헌혈인구를 증가시키려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인센티브를 다시 살리던지, 아니면 경제적 인센티브를 살려야 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늘리면 당연히 헌혈자의 수는 늘어나겠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이 변할 것입니다. 모든 인센티브에는 어두운 측면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칼끝으로 다른 사람의 피를 빼앗을지도 모르고, 자기 피 대신에 돼지 피를 넘겨줄지도 모릅니다. 저우칭이 쓴《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에서 지적하듯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늘릴 경우 전국적으로 에이즈가 퍼져나가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전부 없애고 도덕적 인센티브를 늘린다고 해서 한번 각인된 사람들의 헌혈에 대한 인식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습니다. 헌혈의 사례는 인센티브가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입증함과 동시에, 인센티브로 한번 변한 가치는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인센티브를 해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모든 분석은 데이터의 축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은 사람들의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15판 중 8승을 하면 순위가 상승하는 스모 대회에서 7승7패 선수와 8승6패 선수의 경기 기록은, 이 특수한 상황의 스모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교사가 보너스 혹은 해고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답안지 기록은, 상당수 교사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부정행위에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할 것이라는 의심은 누구나 해 볼수 있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들은 그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펠드먼의 무인 판매 베이컨 사업도 마찬가지였는데, 꼼꼼한 기록 덕에 펠드먼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정직하지 않으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흉흉한 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경찰력의 증가를 외치거나, 형벌의 강화를 외칩니다. 단순한 계산으로 보면 경찰력의 증가나 형벌의 강화가 범죄 사건을 감소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범죄율에 관한 막대한 데이터는 역사적으로 그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 힌트는 바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제공해줍니다. 바로 사회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범죄율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낙태를 하지 않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경우 평균보다 50퍼센트 이상 빈곤한 삶의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편부모 슬하에서 성장할 가능성 역시 평균보다 60퍼센트 이상 높습니다. 범죄율에 관한 자료는 낙태의 합법화는 범죄율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는 사회적 보장제도의 차이로 인해 국가별로 어느정도 차이점은 있겠지만, 미국의 경우 범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낙태 유무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는 불법입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전해주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머지않아 범죄율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 중에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서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이 말은, 마치 학부모들에게 있어서 똑같이 하지 않으면 자식의 교육에 불이익을 줄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연구한《아파트 공화국》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강남8학군을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러한 상식에 반기를 듭니다. 많은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주변 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아이의 성적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개인적 환경과 학교 성적 사이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환경은 아니였습니다. 좋은 학교 성적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부모의 요소들은,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 것,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 것,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세 이상일 것, 아이가 태어날 때 몸무게가 적게 나가지 않을 것, 부모가 영어를 쓸 것, 입양된 아이일 것, 집에 책이 많을 것 등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가족 구성이 온전하거나, 주변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거나, 아이를 박물관에 자주 데리고 다니거나, 매일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행동 등은 학교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수많은 데이터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의 해석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들을 가르쳐 줍니다. 윤리학이 이상세계를 반영한다면, 경제학은 현실 세계를, 때론 잔혹할정도로 현실 세계를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헌혈하라고 길에서 영화티켓을 제시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그 행동이 헌혈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피땀흘려 돈을 모아 무리해서 강남8학군으로 이사간 부모에게 그 결정은 아이의 성적에 별 도움이 안 되며, 그 돈으로 차라리 집에 책을 더 사두는게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잔혹합니다. 하지만 그게 데이터들이 말해주는 진실이고, 진짜 세상입니다. 저자들은 치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센티브라는 열쇠를 통해 진짜 세상을 볼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덧글

  • 여강여호 2012/12/06 14:51 # 삭제 답글

    눈 내린 날 오후의 볕에서 냉기가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건강한 날 보내시고요....
  • 착선 2012/12/06 23:09 #

    요새 정말 추워졌죠. 여강님도 몸조심하시길..
  • 2012/12/06 16: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06 23: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ㅁㅁ 2012/12/06 21:57 # 삭제 답글

    이번 스토킹 8만원 범칙금신설 뉴스(손석희 시선집중)를 들으며 문득 유치원 지각비용이 생각나더군요. 스토킹을 줄여보겠다는건지 면죄부를 줄려고하는건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고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결과물들이 나타나겠지요.

    참 괴짜경제학 다큐가 최근에 나온걸로 압니다.
    http://www.sdhaninnews.com/27397

    TED
    http://www.ted.com/talks/lang/ko/steven_levitt_analyzes_crack_economics.html

    경제학 콘서트에도 언급이 있고 인센티브가 건축으로 표현된 경우라 ...(창문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10302442l&sid=0107&nid=007&ltype=1

    숙명의 트라이앵글 읽어보기전에 정리차원에서 황금의 샘(대니얼 예긴) 구입했는데 오늘도 배송이 안왔네요(지난주 토요일 구매)
    감기 조심하시고 착선님의 리뷰 기대할께요.










  • 착선 2012/12/06 23:13 #

    정말..영상링크 너무 좋습니다. 책으로 본 내용도 영상으로 보니 색다른 맛이 있네요. 링크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절판이나 품절된 도서가 아닌게 지난주 토요일에 샀는데 배송이 아직도 안왔으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거 아닌지..
  • ㅁㅁ 2012/12/07 14:09 # 삭제 답글

    배송완료일이 5일이였는데(황금의 샘 확보시기) // 보상마일리지 받기는 했네요 2000점 ... 다른 수요일에 시킨 택배는 목요일에 도착했는데 유독 현대택배만 말썽이네요 ^^; 빙판길 조심하세요
  • 착선 2012/12/08 19:17 #

    그런 보상제도가 있긴 하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 wonhee0118 2012/12/09 22:51 # 답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경제학은 돈을 굴리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을 다시한번 알려주었어요.
  • 착선 2012/12/10 11:53 #

    확실히 재밌었습니다. 괜히 유명한게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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