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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투쟁하는 사람들의 것이다《권력을 이긴 사람들》 by 착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그의 심리학 실험을 담은 저서《권위에 대한 복종》을 통해 흥미로운 여러 관점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어떤 사회, 어느 곳에서나 권위에 대한 복종이 너무도 쉽게 발생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행동 대부분은 맹목적이거나, 관습에 순응하는 뿌리 깊은 습관에 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밀그램은 다수의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한다는 것을 밝힘과 동시에 소수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며 그것이 어떤 조건하에서 일어나는지 또한 밝혀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러한 소수의 사람들이 불합리한 권위에 대항해 이루어낸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책의 제목대로 '권력을 이긴 사람들'입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H.카는 역사는 개별적인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해 저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사회가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경향이 역사가가 속한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때 역사가들은 연대기 작가들과 달리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진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시점을 역사에서 찾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혹은 위에서부터의 것이라는 관점과 다르게 하워드 진은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주목합니다. 하워드 진은 역사를 통해 역사는 아무리 정부와 지배층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통치하려고 해도 인민들은 언제나 이에 대항해서 일어났음을 보여주며, 그 저항은 결국 끝내 승리하고야 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권위자의 명령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더라도 그에 저항하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서 비도덕적인 명령은 사람들의 양심과 싸우며 많은 긴장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단순히 실험을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을 깨는것마저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였습니다. 복종적인 사람들은 전기충격의 책임을 실험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금방 편안해질 수 있는 반면, 불복종한 사람들은 실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위에 대항한 사람들은 그 대가로 신의를 저버렸다는 괴로움에 휩싸이고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괴로워하며 자신의 원칙을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도덕적인 행동이였고, 도덕적인 사람이였습니다. 단순한 불합리한 실험을 실시하는 교수의 권위에도 이렇게 저항하기 힘든 마당에, 더 거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권위에 사람들은 쉽사리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문명은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정의에 따르면, 권위자의 명령을 무조건 수용하는 우리는 아직 문명화환 사람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의미 있고 중요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우리의 기본적인 경험에 반하는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것들은 전통이나 관습 또는 권위자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충분히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수용을 요구하는 확실성이 우리가 경험한 확신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자기표현은 그 뿌리에서부터 방해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자유의 조건은 늘 권력이 강요하는 규범을 광범위하고 일관되게 회의하는 것이다. - 복종의 위험, 라스키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시민불복종의 역사는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소로는 정부가 노예제도를 지원하고 도망친 노예들을 주인에게 돌려보내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그런 정부에는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1846년에 미국이 멕시코를 침략하는 것을 보고 그에 반대하면서 세금 납부를 거부했으며, 이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됬습니다. 그의 행동은 도덕적이였고 양심적인 결정이였지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런 행동이 비애국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정부가 하는 일을 대중이 샅샅이 지켜볼 것을, 그리고 법이 국민들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를 박탈할 경우 그 법에 불복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만 역사를 반추해봐도, 문제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정부냐'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우리 정부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표현한 이상인 '인민을 위한 정부'일까, 아니면 인민당 웅변가 메리 엘리자베스 리스가 1890년에 묘사한 현실, '월스트리트의, 월스트리트에, 월스트리트를 위한 정부'일까? - p.43 

민주주의적 가치는 정부나 정치인, 혹은 사법체계가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민이 개척해야 할 몫이며,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부분을 보여줍니다. 흑인들은 인종적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정부에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흑인들은 남북전쟁 이전에 노예제에 반대하는 전국적 움직임을 만들어냄으로써 링컨 대통령과 의회가 노예제를 폐지하도록 이끌어냈던 것과 같이, 이 문제를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에 저항해 들고 일어섰습니다. 그들은 연좌농성, 자유의 행진, 모든 종류의 시위를 비롯한 시민불복종에 참여한 것입니다. 그들 중 수천 명이 감옥에 갔으나 그들은 나라 전체를 일깨웠고, 결국 의회와 대통령은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고 흑인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노동운동 역시 같은 교훈을 배웠습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올리거나 혹은 안전한 노동조건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정부에 의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집단적인 힘을 사용해 조직화하고 파업을 했습니다. 많은 불복종 노동자들이 거대한 사회적 압력과 싸워가며 때론 자신의 생명 자체를 희생시키기도 했지만 그 피와 땀의 결실은 덕분에 현재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또한 불합리한 전쟁에 반대했던 시민들의 반전 외침 또한 전쟁의 종식에 기여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운동들에게서 얻게 된 교훈은, 정부의 권력과 부유한 대기업의 권력은 국민의 복종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이 복종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거부할 때, 군인들이 총을 들지 않을 때, 기존 권력은 힘을 잃고 항복합니다.

모든 선전포고는 일종의 국민축제가 되어야 해. 투우경기에서처럼 입장권과 음악이 있는 축제 말이야. 경기장에는 수영복을 입고 몽둥이를 든 양국의 장관과 장군들이 선수로 등장하지. 거기서 서로 싸워서 남은 사람의 국가가 승리하는 거야. 여기서 엉뚱한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나은 방법이잖아. - 「서부전선 이상 없다」 中 

앞에서 말한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이러한 시민불복종의 역사가 결코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밀그램이 사회와 개인의 조건 변화가 복종 비율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용기있는 시민불복종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독재에 저항해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이 일어났던 것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입니다. 하워드 진은 이러한 역사가 가르쳐주는 '국민의 힘은 정부가 억누를 수 없다'는 교훈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언제나 굳건히 의회와 법원과 정부라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행동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서로 조직할 때, 참여할 때, 일어서서 함께 외칠 때, 어떤 정부도 시민들을 향해 불합리한 권위를 행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덧글

  • 2012/12/19 22: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20 14: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풀칠아비 2012/12/20 13:03 # 삭제 답글

    불합리한 권위에 대한 저항,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깨어있는가 생각하면 뜨끔해지기도 하네요. 이 책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착선 2012/12/20 14:50 #

    꽤 괜찮은 책입니다. 읽기도 어렵지 않구요.. 풀칠아비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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