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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은 어떻게 세계적 음식이 되었나?《스시 이코노미》 by 착선

가끔 뉴스를 보면 김치를 세계적 음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김치가 세계적 음식이 될 수 있을지, 세계적 음식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하게 세계적 음식이 된 사례가 바로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스시' 입니다. 한때는 일본의 길거리에서 팔던 패스트푸드 음식이, 이제는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스시가 세계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과 의미,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전세계 식문화의 여러 흐름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른바 맥도널드로 구분되는 글로벌 식문화입니다. 조지 리처가 쓴《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지적하듯이, 이 글로벌 문화는 단순히 음식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자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거대 흐름에 반발하는 식문화도 존재합니다. 지역문화, 反WTO로 대표되는 슬로푸드 이데올로기입니다. 이러한 극단과 극단 사이에 스시 문화가 존재합니다. 스시 문화의 권력이 분산되고, 브랜드도 없고, 표준도 없으며, 글로벌적인 이동성과 상호 의존성을 가진다는 특징은, 음식 이데올로기의 두 가지 거대 담론들에게 의견을 제시합니다. 현금의 권능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스시는 인간이 수렵채취민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슬로푸드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는 글로벌 교역과 음식 문화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스시는 그 음식의 특성상 전세계적인 공급망을 실현하기 위해선 냉장기술, 운송기술의 발달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스시는 그렇기 때문에 기술의 발달을 이끌어 왔습니다. 스시가 전세계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JAL은 비행기의 남아도는 화물칸을 활용할 궁리를 했고, 참치를 운송할 계획을 세웁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냉장 컨테이너의 개발, 항공기의 발전 등에 힘입어 생선이 비행기에 타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운송기술의 발달은 스시를 일본의 음식이 아닌, 전세계의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각종 기술의 발달은 스시의 모습을 변화시켰습니다. 맥주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매혹된 요리사 시라이시는 1958년 가이텐즈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회전스시 기법을 도입해 스시의 대중화를 열었습니다.

스시가 전세계에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경제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당시 일본의 경제인들은 전세계에 퍼져나가 일하기 시작했고, 전세계에서 스시를 먹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출장중인 기업인들이 스시를 원한다고 해서 스시가 전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당시 전세계적인 음식의 트렌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진한 소스가 특징인 프랑스 요리를 거부했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요구했습니다. 덩달아 날씬함이 새로운 미적 기준으로 등장하면서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고, 이 두가지 조건에서 스시는 그야말로 최적화된 음식이였습니다. 스시는 상류층에서 받아들여졌고, 각종 미디어에서도 긍정적 상징으로 묘사하게 됩니다. 스시는 그야말로 엘리트 도시인의 입맛을 대변하는 음식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음식에 맛을 들이고 적응하려면 해당 본국에서 온 하층민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역사학자 하비 레벤슈타인 

스시의 세계화는 음식이 세계화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일본이 아닌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순수한 전통'을 지키는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의 역사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옛것을 지킨다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없습니다. 스시의 변화는 그러한 점을 잘 보여줍니다. 세계화가 된 스시는 유명한 캘리포니아 롤 말고도 유콘산 으깬 감자 위에 청어회를 얹은 스웨덴식 스시, 카레 스시, 치킨 라이스 스시, 스팸 스시, 타코 스시, 메추라기와 야채와 양고기를 넣은 스시, 콩과 옥수수를 곁들인 삶은 닭고기로 만든 스시, 크림치즈 스시, 크루아상에 얹은 스시 샌드위치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스시가 일본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음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더이상 스시의 형태는 일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시의 세계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시의 세계화는 그야말로 글로벌 산업주의가 이루어지는 역학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시의 세계화는 여타 다른 세계화와는 다른 일면이 있습니다. 월마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다르게 규모의 경제도 이루어질 수 없으며, 독점화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사소한 것까지도 원산지 표기가 이루어지는 다른 음식 분야와 다르게, 스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재료를 공급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소비자들과 만납니다. 지역에서 생선을 잡아온듯한 느낌을 주는 스시문화는 지역경제를 상징하는것과 동시에 스시를 먹음으로써 세계화에 참여하는 모순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시는 돈과 권력, 사람, 시대의 상호연결이 발명한 요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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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봉봉군 2013/01/03 08:32 # 답글

    몇일 전 발리나 다른 외국에서 비빔밥이 한국음식이 아닌 일본음식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씁슬했는데 이 책이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네요. 서평 잘 읽고 갑니다.
  • 착선 2013/01/04 15:09 #

    그런 기사가 있었군요..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2013/01/04 15: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05 16: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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