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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설탕, 소금은 정말로 '불량'한가?《불량 음식》 by 착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과연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음식이 있다면, '나쁜 음식'은 무엇이며 어떻게 결정될까요? 과연 나쁜 음식이 정말로 나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쁘다고 받아들인 것일까요? 저자는 식품의 평판과 영양이 문화 속에서 쌓여온 결과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근본적 특질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는 식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오해하거나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오크스와 슬러터백은 대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식품에 대한 현대인의 의식을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음식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매우 긍정적이거나 아니면 매우 부정적인 평판을 주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연구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풍부히 지닌 고지방 식품이, 실제로 몸에 어떻게 작용하든,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평판을 얻어왔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여성들은 다른 영양소의 함유에는 별 관심이 없고, 식품의 유익함과 그렇지 않음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오로지 '지방'을 꼽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정의론》을 쓴 존 롤스는 '무지의 장막' 이라는 개념을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식품에 대한 평판을 제거하고 식품 자체만을 사람들에게 평가하게 한다면, 과연 사람들은 식품들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후속 연구에서는 식품의 이름을 표기한 경우와, 영양성분만을 표기한 경우를 대조해 보았습니다. 실험 결과 건강 면에서 매우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양성분 표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얻은 경우가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습니다. 이름만으로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양성분이 좋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는 '사과' 였고, 이름만으로는 대단히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양성분 평가는 대단히 뛰어났던 대표적 사례는 '감자' 였습니다. 이것은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과일과 채소의 대부분이 그 이미지만큼의 영양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양성분표만 보여주면 햄버거는 사과나 당근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 중 하나는 남녀의 차이였는데, 영양성분 표시를 보고 매긴 순위는 남녀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이름을 보고 매긴 점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심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식품에 관해 더 강한 선입견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로진 팀은 설문 대상자들에게 옥수수, 자주개자리 싹, 핫도그, 시금치, 복숭아, 바나나, 밀크초콜릿이 적힌 목록을 제시하면서 그것만 먹고서 일 년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식품을 골라보라고 했다. 42퍼센트의 응답자가 바나나를 꼽았고, 27퍼센트의 응답자가 시금치를 꼽았다. 이 두 식품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성분의 함량은 빈약하다. 일 년 동안 버티기에 좋은 식품의 진짜 1위는 핫도그이고, 그 다음은 밀크초콜릿이다. - p.32 

식품의 평판이 과대평가되어있거나 과소평가되어있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정보 때문에 식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과잉반응을 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흔히 의학쪽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인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인 '노시보 효과'가 이런 식생활에서 나타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정적 평판을 지닌 영양성분을 섭취하면 실제 영양성분이 몸에 좋든 나쁘든, 평판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미국인들이 더 두드러지며, 미국인들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더 변형된 음식, 즉 저지방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방을 누구보다 우려하는 미국인들이 왜 세계적인 비만국일까요? 영양학자들은 오히려 미국인들이 점점 살이 찌고 당뇨 증세를 보이는 이유로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이 원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쉽고 빠르게 소화가 되기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들은 우리의 식욕은 접시 위의 음식 양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 많은 음식이 제공될수록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은 소비자가 특대 사이즈를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더 싼값에 산다고 느끼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생산자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것이, 제품 가격에서 실제 음식 가격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제공되는 음식의 양은 점점 더 많아졌다. 미국에서 파는 음식의 양은 20년 전에 팔던 양보다 2~5배나 더 많다. 음료의 표준 양은 1950년대에는 190밀리리터였지만, 2000년에는 590밀리리터였다. - 《강요된 비만》p.147 

식품에 대한 잘못된 논란은 비타민 신화를 낳았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지방, 설탕, 소금 등에 대한 그릇된 사고방식을 정착시켰습니다. 이런 평가의 원인은 정치가들에게서 시작된 경우도 있고, 식품산업 혹은 몇몇 유명인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정보는 미디어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때로는 신성시되기까지 한 정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정보는 아니였습니다. 하버드의 월터 윌레트는 『과학적 미국인』이라는 잡지에서 "식이지방에 대한 이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비난은 미국농무부의 권위자들에게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으며, 많은 영양학자들이 지방에 대한 모호한 결론들을 가지고 대중을 설득하는 일이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영양 전문가나 미디어, 식품업계, 정부가 권고하는 식품들은 과학적 근거나 논리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지방 식품은 칼로리는 좀 낮지만 오히려 부정적 영양성분이 일반 제품보다 많았으며, 전문가들은 저지방 식품의 경우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입을 모아 설탕 섭취를 줄이라고 권하면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먹는것보단 과일을 먹으라고 권고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일이 오히려 더 많은 설탕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말하고자 하는 바는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과일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이야기겠지만, 중간 크기의 사과 하나에는 도넛 하나의 두 배가 넘는 당질이 들어 있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설탕을 피해 단풍당, 꿀, 옥수수감미료 등의 식품을 섭취하라고 하지만, 이들은 설탕보다 비타민과 미네랄 면에서 우위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설탕보다 칼로리가 더 많습니다. 진정으로 건강을 걱정한다면, '설탕의 섭취를 절제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것보단, '청량음료의 소비를 제한하라'고 말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음식의 좋고 해로움에 대한 정보의 포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보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과장되고 부풀려진 것이 있는가 하면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대표적인 우량 음식으로 알려진 사과가 영양성분적인 면에서 그에 걸맞지 않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 아담과 이브가 먹었다는 사과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뱀의 유혹에 휩쓸리지 말고 사과를 제대로 평가하라는 교훈이였을까요? 저자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선 우리가 일상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다이어트와 영양에 관련된 수많은 지침에 대해, 설사 그것이 명백해 보이는 주류의 견해일지라도 건강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덧글

  • root 2013/01/08 15:43 # 삭제 답글

    인간이 먹기 좋게 정제한 음식을 절제 하라는 의미는 생각치 않고 자기만의 생각을 강요한 아전인수격으로 쓴 글일쎄~
  • 착선 2013/01/08 19:54 #

    인간이 먹기 좋게 정제한 음식을 절제하라...다이어트 이야기인가요?
  • 2013/01/08 15: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09 10: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qwe 2013/01/08 15:55 # 삭제 답글

    지방 소금 설탕이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불량식품에 그 성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있다는것.
  • 착선 2013/01/08 20:08 #

    흔히 말하는 불량식품보다 흔히 말하는 우량식품에 그 성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요는 사람들의 상식에 오류와 맹신이 있다는 것이죠.
  • =_= 2013/01/08 18:30 # 삭제 답글

    뭘 하든... 뭘 먹든... 갈 놈은 가고, 살 놈은 삽디다... ㅎㅎ

    좋은 마음으로 먹고, 절제할 줄 알고, 적절히 운동하고(몸을 움직이고) 그런게 좋다고 생각해요.
  • 착선 2013/01/08 19:55 #

    좋은 마음으로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면 좋죠 ㅎㅎ
  • shaind 2013/01/08 18:36 # 답글

    이런 연구는 음식을 음식에 든 영양분 그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생각하게 해주죠.

    사과는 간식으로 소비된다면 괜찮지만 식사로서 소비되면 몸에 해로울 것이 확실하죠.

    각 식품은 식품자체의 영양소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식문화/식습관의 맥락 안에서 섭취되고 있는지, 그래서 그 식습관의 결과로 개인이 섭취하는 영양분의 총량이 어떠한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생물학자는 영양학은 자연과학이 아니라고까지 말했을 정도로.
  • 착선 2013/01/08 19:49 #

    패기넘치는 생물학자네요. 영양학이 단독으로 분리 독립될 수 있는 과학이 아니긴 합니다.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서 식품의 효능은 달라집니다. 책의 표현을 빌면, 시금치는 철분이 많이 든 채소니 우량 딱지를 붙이기 쉽겠지만, 결석이 생기기 쉬운 체질의 사람에게는 불량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shaind님이 말씀하신대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나, 권위자들의 평가대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의 기준이 과학적 근거 없이 정해진다는 것이죠. 그런 '주류의 견해일지라도 회의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는게 저자의 생각이구요.

    심리학자인 저자가 영양분석표만 본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결과에 넣었던 것은 식품의 이름만을 보고 평가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한 대조 방법일 뿐, 영양분석만으로 음식을 골라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영양분만으로 음식을 골라야 한다면, 어쩌면 개인의 식문화에 어긋나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권장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들에게 번데기를 권한다거나..
  • 라라 2013/01/08 22:35 # 답글

    설탕은 분해시 몸 안에 칼슘 소모하니 좋다고 보긴 무리가 있고 정제된 백설탕은 무기질이 제거 된 거라

    걍 칼로리 덩어리일텐데요.

  • 착선 2013/01/08 23:34 #

    설탕이 좋고 나쁘다기보단, 저자가 말하는건 사람들은 같은 설탕임에도 불구하고 사과에 든 설탕은 좋다고 판단하는 반면, 도넛에 든 설탕은 해롭다라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다이어트 전사가 설탕을 다이어트의 적으로 규정하고 설탕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도넛 대신에 사과를 먹는다면 그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외에 책의 내용 중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적어 보면

    대다수 미국인의 눈에 비친 설탕의 평판은 이 식품이 엄청나게 다양한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질병과 비뚤어진 행동의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그처럼 욕을 먹는 설탕과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설탕에 대한 비난 중 충치를 제외하고는 주류 과학계에 의해 뒷받침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설탕에 관한 많은 선입견들이 어느 틈에 평범한 시민들의 의식에 깊이 스며들고, 영양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사람들이 단맛이 나거나 설탕이 든 음식, 생것이 아니거나 조리된 과일 및 채소 통조림 등을 정크푸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설탕과 한 음식 속에 공존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달콤한 식품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 및 칭찬받는 다른 영양소들은 모두 부족하며, 질병이나 부추기고 원치 않는 군살만 가져다준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설탕을 첨가한 음식이 질병이나 비만을 불러온다고 하는 주장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일부 달콤한 식품중에는 평판이 좋은 영양소를 함유한 것들도 분명히 있다. - p.208
  • 마음에 가득한 의심 2013/01/09 10:04 # 삭제 답글

    ㅎㅎㅎㅎㅎㅎ

    저는 독(poison = drug)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과학, 문헌, 근거중심의 맹점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바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돈으로 쳐바르고, 권위로 찍어누르고 여론조작을 하는 시대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문헌고찰"이라는 분야가 다시 생겨났겠습니까?
    눈가림, 무작위화 임상도 결론조작이 가능하니, 이런게 있는거지요.

    인간이 조작하고 정제한 것에 대해 위험성을 지적한 분에 대해서 원 글 쓰신분은 비웃으셨지만

    글쎄요? 안심하라고 목청을 높이는 자들은 과연 어떤 자들인지에 대해서 한번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임상실험? 과학근거? 도 한번은 의심해야 한다 이겁니다.
  • 착선 2013/01/09 10:24 #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계속 회의하는 태도가 중요하죠. 저자도 그런 자세를 강조하고 있고, 책에서 나온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자면 '저자는 과학적 연구 결과의 한계나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그 무엇도 맹신하지 말 것을 역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태도엔 저자 자신도 해당될 수 있죠. 결국 더 논리적이고 정확한 과학적 태도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조작하고 정제한 것에 대해 위험성을 지적한 분'은 맨 처음 댓글 단 root 의 댓글을 말한 건가요? 저 댓글의 '인간이 먹기 좋게 정제한 음식을 절제 하라는 의미'가 말 그대로의 의미인지 본문과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잘 이해가 안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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