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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왜 에로한가?《안경의 에로티시즘》 by 착선

안경은 나쁜 시력을 보완하고 강한 햇빛을 가려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입니다. 하지만 안경은 단순한 사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경은 본래의 기능과 별개로 상징적, 사회학적, 미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마치 팬티나 스타킹 그리고 가터벨트와 비슷합니다. 안경을 쓰면 개인 몸의 외관이 변합니다. 안경은 자연의 산물이자 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새로운 흔적을 몸에 부여합니다. 안경은 피부에 밀착됨으로써, 눈 주위에 집결됨으로써 유기체와 분리될 수 없는 실체가 되어 몸을 확장하는 장신구가 됩니다. 점점 더 정교해져가는 안경의 형태와 재료는 안경이 실용적인 물건에서 얼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물건, 즉 예술적 창작의 대상으로 승격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술과 패션과 산업의 교차점에서 안경은 성적 매력의 이미지로서, 그리고 고급 진열대에 진열될 수 있는 유희적 개념으로서 그 위상을 드러냅니다.

현대에 들어서 눈부신 의학기술의 발달 덕분에 눈이 나쁜 사람도 안경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이전에는 안경은 안경을 사용하는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즉 안경은 그 사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한 요소가 됩니다. 원과 둥근 형태의 상징체계는 왕관이나 반지 같은 이미지와 사물에 강력한 힘과 성스러운 가치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안경이 신체 도식의 일부를 이루므로 그것은 몸의 다른 기관들만큼 의미 있는 것이 되며 특히 코 위에 올려지면서 상징적, 성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과거의 관상학자들은 코의 크기와 남성의 성기 크기를 동일시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나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 검은 안경을 착용한 사실은 검은 안경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스타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중은 그 신화 속에서 많은 것을 길어냅니다. 스타의 전유물인 검은 렌즈는 사회적, 성적 성공의 상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지각하려는 열정, 보려는 욕망은 야릇한 성적 충동을 이루기도 합니다. 노출증과 관음증은 상반되면서 보완적인 요소들로 짝을 이룹니다. 검은 안경을 쓴다는 것은 몰래 엿보는 쾌감과 은밀히 보여지는 기쁨을 줍니다. 타인들의 시선에서 만족할 만한 자신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가 갖는 힘을 가늠하고, 욕망의 대상이 된 자신을 느끼려고 애씀으로써 검은 선글라스를 쓴 주체는 매혹을 향한 추구를 계속해 나갑니다. 안경은 관음적 충동을 통해 소비재를 뛰어넘어 환상의 능동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경의 이 기능은 초현실주의적 미학이 현실의 원칙을 쾌락의 원칙으로 대체하고 있음을 밝혀줍니다. 감출 가능성을 제공하는 안경은 무엇보다 노출을 위한 핑계나 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감춰진 신체기관의 가치를 은근히 높이는 구실을 하기도 하는데, 안경은 관습과 수줍음에 거짓 타협을 하고 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하여금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을 떠올리게 만드는 안경은 호기심과 흥분을 일깨워줍니다. 그것은 곧 수줍음과의 타협이요, 에로티시즘의 출발점입니다.

안경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비교적 과학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캐롤린 피츠와 베르나르 르 그렐은 근시와 세계적인 톱 모델들의 눈부시게 긴 다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른 시기에 성인과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들의 지나치게 빠른 성장은 무엇보다 눈 주위의 칼슘 부족을 초래할 것이며, 그것이 안구를 길어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또한 근시는 눈을 살짝 수축시키면서 동공은 크게 열도록 만들어 시선이 광채를 띠게 되어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카롤 부케,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등의 초점 잃은 눈에 매료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안경은 우리를 하나의 정체성에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안경은 세상과 타인을 더듬어 모색해가는 실험의 장으로, 꿈과 병리학과 무절제의 장으로, 결합과 유통, 접속과 중첩을 창출하는 다양성의 공간으로 이끕니다. 눈이 강렬함과 명료함의 변주를, 빛과 그림자의 동요를, 눈길의 마주침들을 허용할 때, 안경이 욕망에 감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육신들 사이로 지나갈 기회를 제공할 때 시선의 윤리와 에로티시즘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안경을 씀으로써 세상과 타인을 안경을 통해 접하게 됩니다. 명료함과 흐릿함 사이, 보려는 욕망과 감추려는 욕망 사이, 현실과 미화된 현실 사이에 안경이 있습니다. 안경은 나와 욕망 사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욕망의 보호자이자 가해자가 되며, 때론 스스로 욕망을 일으키는 페티시가 되기도 합니다. 물질과 생각, 육체와 정신 사이의 이행과 소통의 장소인 안경은 정복해야 할 사랑의 공간을 향해 열리며 순수하고 단순하며 경이로운 성애를 꿈꾸게 하는 것입니다.

덧글

  • 2013/01/24 15: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25 15: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2/24 23:48 # 답글

    정말 매력적인 아이템이죠.
    http://meganefc.com.ne.kr/
    저도 블로그에 배너 달고 있지만, 이런 사이트도 있을 정도로.
  • 착선 2013/02/25 13:52 #

    안경의 에로시티즘을 찬양하는 곳이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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