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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은 피와 땀으로 이루어져 있다《나쁜 초콜릿》 by 착선

세상에는 많은 과자가 있지만, 그 중에서 초콜릿은 아마도 가장 인기있는 과자일 것입니다. 달콤한 초콜릿의 인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을 뿐더러 가격마저 저렴합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싼 이 식품은 충치 걱정을 해야한다는 것 외에는 단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초콜릿을 단호하게 '나쁜 음식'이라고 규정합니다. 음식에 좋고 나쁨이라는 가치가 적용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초콜릿은 나쁜 음식의 한 표본입니다. 긴 세월동안 초콜릿은 많은 요리법의 변화가 있어왔지만 그 핵심적인 특징은 역사에 초콜릿이 기록된 이래로 한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초콜릿은 지위가 낮은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특권층이 소비하는 사치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카카오에 대한 기록은 3000여 년 전의 올메크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후에 마야족으로, 아즈텍으로 이어집니다. 카카오는 신의 음식이라 불리웠으며,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지배계급의 초콜릿에 대한 갈망은 하층계급의 고된 노동에 의해 채워졌습니다. 이는 아즈텍을 침략한 에스파냐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스파냐가 아메리카를 노략질하며 알게 된 카카오는 에스파냐 수도사들에 의해 유럽으로 점차 알려지게 됩니다. 신의 음식이라는 카카오의 고유한 엘리트주의는 유럽대륙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럽의 왕과 귀족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부유한 상인과 유명한 지식인들은 초콜릿을 즐겼지만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유럽의 기득권층이 초콜릿을 즐기기 위해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노예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대량생산의 위력 덕분에 일반인들도 부유한 상인과 지배계급만이 누리던 기호식품들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기엔 커피와 차와 같은 식품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점차 초콜릿도 약효가 있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미국에서 인기를 얻어 갔습니다. 네델란드의 판 하우턴은 카카오 분말을 생산하면서 현대 초콜릿의 역사를 시작했고, 존 캐드베리는 차별화된 포장과 마케팅 전략으로 초콜릿의 입지를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초콜릿을 발렌타인데이의 일부이자 사랑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부활절과 연결시켰습니다. 허시 또한 다양한 전략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초콜릿계의 대부가 되었습니다. 초콜릿은 점차 개성있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바탕에는 여전히 아프리카인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1890년대만 해도 벨기에는 콩고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1000만 명의 아프리카 인들을 죽였습니다. 노예제는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이름만 바뀐 노예제'로 실존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경마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핸디캡이 심하게 주어진 개발도상국의 말들은 출발문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순종 경주마는 이미 경기장을 거세게 내달리고 있다. 세계무역 경마의 규칙은 당연히 가장 좋은 말을 가진 주인들이 고안해낸 것이다. - 피터 로빈스,《도둑맞은 열매》 

전 세계에 카카오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국은 자주 바뀌었습니다. 멕시코에서 시작해서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서아프리카 국가들, 가나, 코트디부아르,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집니다. 이처럼 생산국이 자주 바뀌는 이유는 때론 정치적이였고 때론 경제적이였습니다. 초기엔 얼마나 노예들을 쉽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생산국을 결정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업형 농업방식이 생산국을 결정했습니다. 카카오 나무는 다른 나무의 그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작물과 같이 키우는 것이 자연적으로 옳은 방법이기 때문에, 카카오 나무만 키우는 기업형 농업방식은 자연의 논리에 역행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끊임없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멈출 경우 땅은 황폐화되고 버림받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바람은 카카오 농민들에게도 거세게 불어닥쳤고, 농민들이 이를 버티지 못하면서 생산국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과 IMF로 대표되는 자유화의 충격요법은 카카오 농민들에게 독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카카오 가격은 마구 요동쳤고, 런던과 뉴욕의 상품거래소가 카카오 생산 농민들의 삶을 볼모로 잡게 되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세력은 원두를 평생 한번도 본 적 없는 상품 브로커들과 자체 비축분을 능란하게 관리하는 극소수의 다국적기업들입니다. 투기꾼들은 카카오 원두의 선물 가격을 예측하면서 헤지 마켓을 주물러댔습니다. 이에 대해 코트디부아르의 대통령 우푸에부아니는 다국적 초콜릿 기업과 은행들을 상대로 카카오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우푸에부아니의 완전한 패배이자 다국적 카카오 기업들의 완전한 승리였습니다. 이로서 전세계 카카오의 절반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카카오 생산국조차 그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그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이루어졌고, 극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카카오 생산을 장악했습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농민들은 카카오 원두를 더 저렴하게 생산해야 했고, 결국 카카오 재배법이 처음 시작될 때의 방식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노예제였습니다.

예전에는 노예가 비쌌다. 그래서 노예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를 돌봐야 했다. 요즘에는 몸값이 싸다. 노예들이 너무 많아서 더는 쓸모없어진 노예는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일회용 인간이다. - 케빈 베일스  

결국 초콜릿 생산과정은 노예 시절과 변한게 없을 뿐더러 어떤 의미에선 노예제보다 악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노예시절엔 왕이나 귀족, 유명한 지식인들과 같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선진국에서 태어날 경우 설령 길거리의 거지일지라도 초콜릿을 맛볼 수 있지만 정작 카카오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신의 음식입니다. 카카오 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콜릿을 먹어보기는 커녕 카카오로 뭘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 노동에 투입되고 있고 인신매매가 성행합니다. 빚을 지게 하는 교묘한 방법으로 그들은 계약노동자라고 부르는 노예들이 됩니다. 브라이언 우즈, 케이트 블루웨트가 만든 다큐멘터리『노예제도 : 국제조사』에서 나온 한 아동 노동자의 말은 그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초콜릿을 먹는 건 제 살을 먹고 있는 거예요"

이런 현실들은 오랜 시간동안 잊혀져 있었지만, 정의심에 불타는 보도기자들이나 용기있는 내부고발자들을 통해 점차 초콜릿 산업의 그림자를 대중들이 알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노예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카카오 원두를 보이콧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은 초콜릿 회사들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노예들이 생산한 카카오로 만들었는지 여부를 표기하라는 제도를 도입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식품업계의 개척자인 크레이그 샘스는「그린&블랙스」를 만들어 현대의 공정무역과 같은 제도를 초콜릿 시장에 도입했습니다. 유기농 초콜릿의 등장에 대해 UN 같은 국제기구들은 처음에는 사업의 미래가 어둡다며 농민들에게「그린&블랙스」와 거래하지 말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였고 UN은 기존의 권고를 철회했습니다. 공정무역 초콜릿의 성공으로 농민들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재래종을 되살려냈고, 전보다 나은 수입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정무역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기존의 생활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원두 재배 이상의 것은 하지 못합니다. 세관 장벽은 농민들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수 있는 직접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의 복잡함과 관료주의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쓰지 않고 어린이노동이나 노예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카카오로 만들어지는 공정무역 초콜릿의 성공은 소비자들의 정치적 소비가 산업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런 변화는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초콜릿은 정확한 출처를 알수 없는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길고 긴 초콜릿의 역사속에서 과연 이런 어두운 측면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초콜릿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소비자들에게 달려있을 것 입니다.


덧글

  • 로리 2013/02/15 15:39 # 답글

    다이아몬드 이상으로 카카오가 문제 된다고 들었는데...참 어렵네요..
  • 착선 2013/02/15 21:44 #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죠
  • 로리 2013/02/15 15:46 # 답글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인데, 가공 공장을 현지에 세우는 방법은 안 되는 것일까요? 사실 원 재료 자체가 워낙 저가 산업이라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가공 공장을 세우는 식으로 하면 나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프리카쪽은 그 부분이 참 안 되는 것 같더군요. 커피도 그렇고... 다이아몬드 같은 것들도 그렇고요
  • 착선 2013/02/15 21:45 #

    막상 만들어서 유럽, 미국 시장에 팔려고 하면 세금이 좀 문제가 되는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 내부에서 소비하기엔 내수가 없을 테구요.
  • 너털도사 2013/02/18 13:50 # 답글

    커피도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 착선 2013/02/18 15:39 #

    커피도 그렇겠죠? 커피에 관한 책도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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