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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여기자의 메시지《더러운 전쟁》 by 착선

피카르트는 우리 중 누구라도 히틀러가 될 수 있음을, 파시즘에 물들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의 지적대로 세계 곳곳에서 파시즘의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 한곳이 바로 체첸입니다. 난민 수용소 위로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부모가 보는 앞에서 자식이 살해당합니다. 강간과 방화, 죽음이 삶의 바로 곁에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였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을 학살하는 가해자가 되었고, 나치 독일의 파시즘과 맞서 싸웠던 러시아군은 스스로 파시즘의 공모자가 되어 체첸인들에게 증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우리는 세계대전이란 대학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곁엔 언제나 용감한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체첸의 생지옥을 독자들에게 여실히 전달해 줌으로서,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체첸은 소련 붕괴를 기회로 14개 연방 공화국들이 분리될 때, 독립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체첸의 사실상 독립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났고, 체첸에서 민간인 70만명이 희생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차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패배했고, 하사뷰르트 협정을 맺게 됩니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군은 체첸영토에서 퇴각하고 체첸의 아슬란 사령관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이 됩니다. 하지만 1999년 2차 체첸 전쟁이 발발합니다. 이 전쟁으로 푸틴은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며 훗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푸틴이 주도한 체첸진공작전 덕분에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는 전부 불바다가 되었으며, 수없이 많은 민간인들이 살해당했고, 수십만 명이 난민이 되었습니다.

그는 연방안전국(FSB)이 캅카스에서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매일 밤 비디오를 보여 줬다고 말한다. "그 비디오에서는 무엇이 나왔나요?" "죽이는 법과 강간하는 법이요." - p.100 

체첸전쟁은 장기화되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으며, 러시아 전 지역에서 체첸 출신이거나 체첸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강제로 추방당합니다. 체첸은 러시아에 속해 있지만, 체첸인은 러시아에 속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체첸인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영토에 숨어 살았던 유대인들처럼, 러시아 경찰의 눈을 피해 살아갑니다. 체첸인이라는 것만으로 범죄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범죄 국가라는 개념은 과거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들과 집시들이 받았던 취급과 동일합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과 집시들에게 학살 수용소를 제공해 주었듯이,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체첸인들을 위해 러시아군이 방화와 강간, 살인을 일삼는 체첸 땅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 앞에서 우리가 이 파시즘의 공모자였고 파시즘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 - p.22 

저자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체첸인들의 삶을 기록했고, 러시아 신문『노바야 가제타』에 푸틴의 안보 정책과 체첸 분쟁에 관한 비판적 기사를 썼습니다. 안나는 글을 통해 체첸분쟁이 민간인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살하고 고통을 줬는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습니다. 안나의 이런 행보에 러시아 당국이 가만히 있었을리 없습니다. 안나는 군에 억류되기도 하고, 폭행과 강간을 당할뻔 했으며, 독극물 테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나의 집필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2006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네발의 총을 맞고 살해됬습니다. 안나의 죽음은 그녀가 체첸 민중의 목소리였으며, 평화의 수호자였고, 필립 짐바르도가 말하는 '평범한 영웅'이였음을 말해 줍니다. 4개의 총알은 그녀를 결국 침묵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먼 미래까지 계속 이어질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 평화란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입니다.


덧글

  • 로리 2013/03/19 15:01 # 답글

    사실 여러가지 이유로 누구도 그들의 편이 될 수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 착선 2013/03/19 15:40 #

    그렇죠. 누가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선뜻 체첸을 도와주려고 할까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 백야 2013/03/19 22:04 # 삭제 답글

    심심하면 이글루 둘러보는 비로긴 유저입니다
    우연히 벨리 둘러보다 발견했는데 여태 왜 착선님의 이글루를 몰랐을까 싶을만큼 관심있는 종류의 책을 소개해주셔서 천천히 읽으면서 역주행 중입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내일은 서점에 갈 것 같습니다
  • 착선 2013/03/20 15:06 #

    반갑습니다.
  • 2013/03/27 14: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9 14: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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