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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에서 미국은 왜 캄보디아를 침공했을까?《숨겨진 전쟁》 by 착선

베트남전쟁이 종전된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전쟁당시 고엽제로 피해를 입은 병사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으며, 베트남의 토양은 2미터 이상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됬습니다. 고엽제로 인한 기형아들은 아직도 태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한 미군이 경북 칠곡에 있는 캠프 캐럴에서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매몰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베트남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독특하게도 베트남전에서 제대로 조망되지 못한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전 당시 있었던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과 인접해 있는 캄보디아는 시아누크 국왕이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시아누크는 극단적인 중립주의 정책을 폈습니다. 시아누크는 소련, 폴란드와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중국의 원조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미국은 이러한 중립주의 정책에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을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북베트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초 단계로 캄보디아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미국 CIA의 지원에 따라 이뤄진 우익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시아누크는 실각하면서 친미정권인 론놀정권이 수립됩니다. 시아누크가 실각함에 따라 미군과 남베트남군의 군사작전은 본격적으로 캄보디아로 확전되었습니다.

당시 북베트남군은 캄보디아를 이용해 게릴라 전술을 펼쳤고, 캄보디아에 북베트남군의 수뇌부들이 모여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의 사령부가 캄보디아에 있다는 소문은 닉슨대통령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박사, 그외 몇명의 군 관계자들은 캄보디아에 있는 북베트남 세력을 공격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B-52폭격기들이 캄보디아에 폭탄을 투하함으로서 캄보디아가 베트남 전쟁에 휘말려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공습 이후에도 북베트남 사령부는 찾지 못했습니다. 공군의 타격이 별 소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군은 본격적으로 육군을 투입했습니다. 미군과 남베트남군은 마을을 닥치는대로 파괴하고, 식량을 불태웠습니다. 론놀정부도 쿠데타 이후 불안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캄보디아인들이 가난한 이유가 베트남인에게 있다는 선동을 펼치며 일방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키신저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전쟁을 두 개의 중립국인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확대시킬것을 주장하는 동시에 베트남에서는 장기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작전은 중립국인 두 나라를 선전 포고도 없이 폭격하면서 미국의 교전 수칙마저 위반했다. 고엽제를 비롯한 화학 무기도 사용되었다. 이때 미군 폭격에 희생된 민간인은 캄보디아에서 60만명, 라오스에서 35만명에 이르렀다. -《키신저 재판》 

미군이 캄보디아에 쏟아부은 포탄의 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싸울때 사용된 16만톤보다 훨씬 많은 54만여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였습니다. 하지만 닉슨대통령과 키신저 박사, 닉슨 행정부내의 강경파들은 이러한 폭격 사실을 자료를 소각하고 이중보고서를 사용하는 등 치밀한 노력 끝에 은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최초의 공습작전인 조찬 작전이 실시된 뒤 일주일 후 뉴욕타임즈에 공습을 의심케 하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지만 대중들과 언론사, 심지어 다른 정부기관마저도 이에 주목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에 닉슨, 키신저 등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고 기사의 출처를 조사하기 위해 불법으로 도청장치 등을 설치하며 훗날 벌어질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미 의회는 4년 뒤인 1973년에 가서야 전쟁이 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중립국인 캄보디아로 확전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미국이 캄보디아로 전쟁판도를 넓히게 되면서 전쟁 이전 경작이 가능했던 논 가운데 80%가 불모지로 변했고, 3800만톤에 달했던 쌀 생산량은 66만톤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지만 친미정권인 론놀정부의 요인들을 비롯해 캄보디아의 극소수의 상류층은 여전히 테니스를 치고, 나이트 클럽을 전전하고, 와인이 곁든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군과 론놀정부군에 대항한 세력은 크메르 루주였습니다. 크메르 루주는 북베트남과 소련, 중국의 지원을 받았고 결국 베트남전이 종식됨과 동시에 론놀정부를 밀어내고 캄보디아 집권세력이 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캄보디아의 주인이 된 크메르 루주는 훗날 폴 포트라는 악명높은 지도자와 킬링필드로 이어지게 됩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은 닉슨 행정부의 강경파들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공산화되었고, 킬링필드라는 대량학살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닉슨 독트린으로 인해 북한에선 독재체제를 더욱 강화했고, 남한에선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새로운 독재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베트남전이 캄보디아로 확전되지 않고 그 전인 1968년에 파리 평화회담이 성사되었다면 닉슨의 운명도, 베트남의 운명도, 캄보디아의 운명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운명도 지금과 다른 모습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이라는 역사를 통해 전쟁을 주장했던 강경파들이 수립한 정책이 민중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다가왔는지를 교훈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덧글

  • 여강여호 2013/04/16 13:50 # 삭제 답글

    누군가는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하더군요. 전쟁은 전쟁일 뿐 전쟁 앞에 붙은 수식어는 해괴망측한 명분일 뿐이죠. 냉전시대 미국의 패권주의가 유일하게 패배한 곳이 베트남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명분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을 볼 때마다 그들을 움직이는 또다른 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 착선 2013/04/18 15:21 #

    전쟁 앞에 붙은 수식어는 말도 안되는 명분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 한량의독서 2013/04/16 14:17 # 삭제 답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 "젊은 것들은 양도 처먹고 닭도 처먹고 돼지도 처먹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처먹지 않으면 배가 차지 않는다는군요..."라고 뇌까린 장면이 떠오릅니다. 인간의 탐욕과 비이성이 전쟁의 형태로 구현될 때 영문도 모른채 전쟁에 잡아먹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참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 착선 2013/04/18 15:06 #

    그리스인 조르바라.. 흥미가 가는 책이네요
  • 산마로 2013/04/16 23:28 # 삭제 답글

    사실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시아누크는 공산권에 기울어진 중립노선을 걸었습니다. 호치민 루트를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짐작이 가는데, 전쟁 당사자 가운데 한쪽에 길을 빌려주는 중립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 산마로 2013/04/16 23:28 # 삭제

    정확히 말하면 중립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고 극단적인 중립이란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 착선 2013/04/17 00:01 #

    책에는 호치민 루트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제가 쓰면서 언급하진 않았구요. 극단적 중립주의라는 표현은 시아누크가 자신의 외교정책을 표현한 말입니다.

    책에서는 캄보디아가 사실상 베트남이 캄보디아영토에서 활동하는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캄보디아가 전쟁 당사자 한쪽에만 길을 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미군도 캄보디아 폭격 전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군사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책에 나옵니다. 책의 내용을 언급하자면,

    렌돌프 해리슨 중위가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반매 투옷'에 위치한 다니엘 분 사령부에 도착한 것은 1968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 그는 정찰중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캄보디아 영내로 침투한 것은 그해 11월 17일이었다. - p.28
  • 2013/04/19 04: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2 13: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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