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7년에 태어난 닉 리슨은 첫 직장부터 가장 유망한 은행으로 꼽히던 모건 스탠리에 들어가 선물 및 옵션 결제부 사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선물시장에 강한 매력을 느낀 그는 트레이더가 되고 싶었고, 1989년에 베어링스 은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닉 리슨은 베어링스 은행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았고, 입사 3년만에 싱가포르 국제통화 거래소로 가게 됩니다. 겨우 25살의 나이에 선물시장의 스타가 된 것입니다. 리슨은 오사카와 싱가포르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지수차익거래를 했는데, 선물과 옵션의 차익거래는 기술적으로는 리스크가 별로 없었지만 이익폭도 아주 적었습니다.
오사카는 매도매수 신청이 스크린상에 입력되므로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즉 스크린에다 임의로 매도매수 신청을 넣어 시장의 흐름을 조작할 수 있으므로, 실매매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흐름과는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배짱 게임이다. - p.63
1992년 7월 17일은 리슨에겐 운명의 갈림길과 같은 날이였습니다. 고용된 지 얼마 안된 킴 윙이라는 여직원이 20계약을 사라는 고객의 주문을 잘못 알아듣고 팔아버린 것입니다. 이 실수로 2만 파운드의 손실이 생겼고, 본사에 보고하기엔 큰 액수였기 때문에 리슨은 거래 도중 발생한 에러를 관리하는 88888 계좌에 넣어두게 됩니다. 리슨은 킴 윙의 실수를 덮어주었지만 결국 킴 윙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었고, 결국 킴의 실수는 이제 리슨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거래시장은 수신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킴 윙의 사례 외에도 계속적으로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리슨은 이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할때마다 88888 계좌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실수가 적발되면 실수한 직원 뿐만 아니라 닉 리슨도 쫓겨날 판이였습니다. 거래에 사용되는 금액들은 거래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들이였습니다. 결국 88888 계좌는 점점 커져 가고 있었습니다.
88888 계좌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은 세가지였습니다. 시장이 계속 상승세를 탈 것, 내부 감사를 피할 것, 사이멕스에서 요구하는 증거금을 마련할 것이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객들의 여유자금으로 증거금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스트래들 매도를 시도해 발생하는 이익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시장의 상승세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닉 리슨은 계속 사겠다는 주문을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런던 본사와 런던에서 온 내부 감사원은 선물시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닉 리슨이 만들어낸 88888 계좌라는 대형폭탄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폭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닉 리슨은 나름 이익도 착실히 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옵션은 시장이 19,000선을 유지하면 그런 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995년 1월 17일에 고베대지진이 발생하자 시장은 대폭락했습니다. 19,000선을 유지해야 했던 닉 리슨으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였습니다. 그는 하루에 옵션으로만 70억 엔을 잃었습니다. 시장은 18,000이하로 떨어지고 있었고 시장을 떠받치려면 무작정 매수하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18,050에 500건 사자 를 외쳤고 시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폭탄이 더 커지는 결과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니케이는 16,960까지 떨어졌고 베어링스 그룹은 자기자본의 두배에 달하는 8억 파운드가 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맙니다. 닉 리슨은 싱가포르 감사관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 죄, 이익이 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한 죄, 본사에 송금을 요구한 죄, 허위 보고서를 기재한 죄 등 다양한 항목으로 구속되었고 그는 스스로 유죄를 시인했으며, 싱가포르에 있는 타나 메라 교도소에 가게 됬습니다.
유서깊은 대기업을 하루아침에 파산시킨 닉 리슨의 이야기는 금융시장이 왜, 어떻게 도박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업에서 계속 성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닉 리슨도 돈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손실액을 만회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때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은 트레이더로서 선물, 스왑, 옵션을 다루는 파생상품 시장을 평가하며 히드라의 머리같은 괴물이였다고 말합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