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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통사회를 배워야 하는가?《어제까지의 세계》 by 착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과거에 자신의 저서《총, 균, 쇠》를 통해 인류 문명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말하고,《문명의 붕괴》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문명이 어떻게 위기가 왔으며, 어떻게 멸망해가는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인류학적 인식에서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어제까지의 세계》에서는 현대 문명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주목합니다. 시민간의 갈등, 육아문제, 세대갈등, 각종 질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과 현대의 문명을 비교분석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위기에 도움이 되는 열쇠 중 하나는 책의 부제에 적혀 있는 것처럼, 바로 전통사회에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전통사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 사회가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 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통사회의 잔재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기 때문에, 어제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다양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한정되고 비전형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만을 근거로 인간 본성을 일반화하는데, 좀 더 일반화된 인간 본성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연구 범위를 전통사회까지 크게 넓혀야 하는 것입니다. 전통사회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며, 우리가 당연시하는 지금 사회의 이점에 고맙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통사회의 유산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수천 곳의 사회를 재설계해서 수십 년을 기다린 후에 그 결과를 관찰하는 식으로 그 실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실험을 시도한 사회들을 연구할 수 있으며,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겪은 수많은 경험에다가 덧붙여서 이 빈곤한 부족사회의 경험을 교훈으로 소화시킬 수가 있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교훈은 예전의 신선함을 지니고 우리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중략) 또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신세계가 앞으로 또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 기회는 아주 없을 것이라는 것도 가르쳐준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상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되돌아와서, 애초에 우리 세계가 신세계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여러 임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서도 그것을 잃어버리고 만 그 시절, 그 위치에 우리들 자신을 다시 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슬픈 열대》p.706 

전통사회의 구조와 그 환경이 낳은 삶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혹은 원하지 않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전통사회의 공간과 경계는 개인과 개인이 친밀한 사이일 경우 따뜻한 정과 믿음으로 가득차 있지만, 적이나 이방인일 경우에는 자연적인 잔혹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는 누구나 이방인으로 만듬으로서 전통사회가 가진 장점을 퇴색시켰지만, 동시에 전통사회가 가지지 못했던 장점, 이동과 여행의 자유 등을 얻게 되었습니다. 개인간의 사고가 났을 때 현대사회는 법에 근거한 동등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지만 판결 이후 개인간의 관계는 거의 단절되는 반면, 전통사회는 상황에 따라 어떻게 책임을 물을 지 알기 힘들지만 개인간의 관계, 단체의 결속력에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사회의 이혼재판과 같은 경우에 그 후속조치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시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미래인 어린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관점도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분만, 영아 선택, 젖떼기, 수유, 아이와 어른의 접촉 등 다양한 관점에서 유아관의 장점과 단점이 나타납니다. 수렵사회는 어린아이를 자주적인 주체로 인정하며 욕구를 인정하다 보니 어린아이들이 칼을 들고 놀아도, 모닥불에 가다가 불에 데일 수 있어도 말리지 않습니다. 반면 전통사회는 아이와 어른의 접촉이란 면에서 현대사회보다 장점을 보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같이 자며, 외출시에도 직접 안고 다니는 등 현대사회보다 많은 접촉이 이루어집니다. 서구 사회에서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 흔히 사용하는 유모차는 신체 접촉을 기대할 수 없고 아기의 자세가 고정되며, 아이의 시선이 어른과 일치되지 못합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가 입증했듯이, 유아에게 있어서 신체적 접촉은 어느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해리의 연구실은 사랑의 역설적인 본질을 증명하게 되었다. 단 하나의 관계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 하나의 관계, 최초의 관계는 다른 모든 관계들을 휩쓸어 침수시켜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중요한 관계이다. 최초의 애착이든, 상호 작용 관계든, 사회에 대한 연결점이든, 뭐라고 부르던 간에 이 최초의 관계가 그토록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보다는 아이 쪽에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 《사랑의 발견》p.335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외에도 노인의 대우, 종교, 언어, 건강 등과 같은 측면에서 전통적인 관습을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대사회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전통사회의 삶을 그대로 추종할 수는 결코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전통사회, 뉴기니의 자연과 사람들을 사랑하면서도 현대사회, 미국에 돌아온 것처럼, 전통사회에는 현대사회에서 과감히 버림으로서 다행이라고 여길 만한 관습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가 이룩한 높은 수명과 자유로운 이동, 다양한 사상의 자유 등 현대사회의 진보 중 상당수는 우리가 이룬 뜻깊은 가치들입니다. 이러한 가치에 전통사회의 장점을 흡수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덧글

  • 2013/05/27 10: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30 14: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함부르거 2013/05/27 19:43 # 답글

    제레드 다이아몬드 신작 나왔군요. 필독 리스트에 올려 놔야겠습니다.
  • 착선 2013/05/30 14:50 #

    오랜만에 신작이죠. 지름신이 강림합니다!
  • 한량의독서 2013/05/29 12:24 # 삭제 답글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사회에도 유용한 제언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전통과 미덕들마저 구악으로 취급해 깡그리 버리고 온 것이 지난 수 십년의 세월이었으니까요. 리뷰 잘 봤습니다.
  • 착선 2013/05/30 14:51 #

    감사합니다 ㅎㅎ
  • 여강여호 2013/05/29 12:57 # 삭제 답글

    물질문명의 과잉으로 생긴 현대인의 피로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전통사회의 가치들이 아닐까요. 관습과 인습의 차이만 제대로 구분한다면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삶은 열대를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제때 내려준 단비일 수도 있겠습니다.
  • 착선 2013/05/30 14:54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표현대로, 회색빛같은 뉴욕의 하늘과 총천연색 같은 뉴기니의 하늘 같은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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