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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과 마르크스는 왜 열린사회의 적인가?《열린사회와 그 적들 2》 by 착선

저자 칼 포퍼는 2차세계대전을 바라보며 전쟁이 발발한 사상적 토대로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세 철학자를 꼽습니다. 1권에서는 플라톤에 대해 기술했고 2권에서는 헤겔과 마르크스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헤겔철학의 근간은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노예본성론을 강화하여 받아들였으며 그의 최상국가론 - 귀족정치, 봉건제도, 민주주의(통치자만의) - 과 플라톤이 생각했던 파멸의 이데아와는 반대인 진화의 이데아 사상을 헤겔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헤겔의 사상은 당시 독일을 통일한 프러시아와 프러시아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어용철학으로 플라톤에서 시작된 전체주의 사상을 현대의 전체주의로 확립시키는데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그의 사상은 그의 변증법과 동일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단계의 변증법은 프랑스혁명으로 시작된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동일철학은 프러시아의 기존 체제와 질서를 옹호하는 윤리적이고 법적인 실증주의입니다. 헤겔은 당시 독일을 지배했던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윌리엄 3세의 '모든 학문은 국가이익에 완전히 종속되어야 한다' 는 요구를 만족시킵니다. 그와 더불어 피히테로 시작된 독일 민족주의 이론을 받아들여 프러시아 제국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으며 프러시아와 더 나아가 나치독일에 이르기까지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헤겔의 3단계 변증법은 흔히 알려져 있는 정론-반박-종합 이라는 보편적인 과학적 사고진행방식입니다. 다만 독특한 점은 그가 반박 단계에서 제시되는 모순을 긍정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로 과학적 모순은 결국 과학적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므로 환영해야 한다. 모순을 환영해야 한다면, 모순을 제거할 필요는 없으므로 지적 진보를 이룰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헤겔의 동일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진화의 이데아 - 모든 사물은 갈수록 진보,진화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그 사물의 궁극의 형태에 도달하게 된다 - 와 유사합니다. 결국 남아있는것, 살아있는것, 현재 존재하는 가치관과 제도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지금까지의 형태보다 궁극의 형태에 가까운 발전의 정점이며 선[善]이다는 철학입니다. 쉽게 말해서 힘이 옳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곧 헤겔의 시절로 말하자면 프러시아 제국입니다.

헤겔의 영향은 마르크스의 극좌파, 보수주의 중도파, 파시스트의 극우파 모두에 끼치고 있으며 극좌파는 계급간의 투쟁, 극우파는 인종의 투쟁으로 받아들입니다. 헤겔의 역사주의는 현대 전체주의와 동일하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는 하나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민족의 화신이며 그 선택된 민족들의 운명은 세계지배를 위해 결정되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전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여야 한다. 국가는 역사적 성공만이 심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도덕적 의무로부터 면제되며 개인을 버리고 집단적 유용성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래된 국가는 새로운 국가보다 역사적으로 발전의 형태에서 뒤떨어져 있으므로 오래된 국가에 대한 전쟁은 필연적이며 그런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위대한 인간, 세계역사적 인물을 찬양하고 일반 시민들은 영웅적 삶을 이상으로 삼고 동경하며 따라가야 한다.' 이러한 헤겔의 철학은 독일 지식인층에서 널리 받아들여졌고 결국 1,2차 세계대전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칼 포퍼의 헤겔에 대한 평가는 쇼펜하우어의 묘사를 자주 인용하고 있는데, 칼 포퍼는 그 묘사를 대단히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증명된 위대한 철학자로서 위로부터 권력에 의해 임명된 헤겔은 대머리에 무미건조한, 구역질나는, 무식한 허풍장이였다. 그는 지랄 같은 얼빼는 넌센스를 갈겨 놓고 그것을 이리저리 퍼뜨리는 데 용맹스럽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이다. 이 넌센스는 금전적 이익을 탐하는 추종자들에 의해 불멸의 지혜로 떠들썩하게 처받을어졌으며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 의해 얼른 받아들여졌다. 그 어리석은 자들은 이미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경탄의 합창을 불러댔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헤겔에 마련해주었던 폭넓은 정신적 영향력은 한 세대 전체를 지적 부패에 빠뜨리게 하였을 뿐이다. - 쇼펜하우어 

칼 포퍼는 전체적으로 이전의 플라톤과 헤겔에 비해서 마르크스의 업적중 일부분에 대해선 꽤나 후한 평가를 합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순수한 역사이론으로 경제와 정치의 발전, 역사의 미래 진행을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그는 프랑스 유물론의 영향을 받아 사회공학을 유토피아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역사발전의 법칙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간성과 마음의 법칙들에 의해 진보한다는 방법론적 심리주의를 주장하는데, 사회학은 심리학에 환원될수 있다는 심리주의 이론에 대해 마르크스는 반심리주의를 주장합니다.

심리주의는 사회의 모든 현상은 개별적 인간성의 법칙이라는 방법론적 개체주의를 주장한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사람의 보편적 행위가 본능이나 인간성에 뿌리를 두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나 인간의 전통의 기원을 심리학적으로 추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주의의 방향(사회과학은 사회현상에 관해 거시적인 역사법칙에 따라 역사적 예언을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드러냅니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은 사회의 경제조직인 물물교환이 모든 사회제도와 역사적 발전의 근본임을 주장합니다. 인간의 사상은 경제조건 위에 세워진 것이므로 사상과 관념은 그 사람의 삶의 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야만 과학적으로 연구할수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 마르크스이론을 계급투쟁이라 이해하는 통속적 마르크스주의자들과는 다르게 마르크스는 자본가조차도 역사에 무력한 존재로 보았습니다.

마르크스는 정신적 자유를 최종적인 삶의 기점이자 역사발전의 최종단계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은 육체에 얽매여 있으며 신진대사에 필요한 경제적 필수품으로부터 벗어날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살아가면서 할수 있는것은 인간의 품위에 걸맞는 노동조건으로의 개선, 즉 노동복지의 향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중심 사상입니다. 마르크스의 계급론은 사회에서 계급투쟁의 역할에 대한 시각을 넓혀 줌으로서 가치있는 제안이였고 그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에 한해서의 분석으로는 탁월했지만 동일계급간의 투쟁 - 칼 포퍼는 중세 유럽왕과 교황의 다툼을 예로 듬 - 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였다고 평가합니다. 마르크스는 유물론에서 사상은 경제적 조건위에 드러난 하나의 현상이므로 아무런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정치무력설을 주장합니다. 이는 당시 영국의 가혹한 상황속에서 나온 것으로 초기 자본주의의 단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값어치가 있습니다.

메리 앤 위클리는 쉬지않고 26,5 시간을 일했다. 케이라는 남자 의사가 뒤늦게 배심원 앞에서 증언하기를 메리 앤 위클리는 장시간 노동하였기에 죽었다고 했다. 배심원은 이 의사를 훈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죽은 사람은 졸도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이 지나친 노동을 함으로서 가속화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가질 수는 있다. -《자본론》p.257 

마르크스 자신도 자식들이 죽었을때 관도 사지 못했을 정도로 가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법률체계와 현실의 경제상황의 모순을 바라보며 정치무력설을 주장하였고, 형식적인 자유보단 실질적 자유가 중요하므로 노동일수의 단축이 근본적인 필수 사항이라고 말합니다. 그에 대해 칼 포퍼는 현대에 잘 알려진 수정자본주의, 국가의 계획경제 간섭을 주장합니다. 포퍼는 경제적 힘이 모든 악의 뿌리에 있다는 독단은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오히려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 있는 것은 모든 형태의 통제되지 않은 힘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돈 자체가 특별히 위험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위험스러운 것이 되는 것은 돈이 직접 권력을 살 수 있든가, 살기 위해 자신을 파는 경제적 약자를 노예화함으로써 권력을 간접으로 살 수 있을 때라는 포퍼의 조언은 현대의 우리 사회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의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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