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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맛없는 음식들을 먹고 있나《외식의 품격》 by 착선

혹자는 말한다. 현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개개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라고. 소셜과 블로그 등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의 발달이 기여한 바는 우리가 더 이상 공간을 주어진 절대항으로, 그 속에서 사회적인 것이 벌어지는 용기나 테두리로 이해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비로소 생산된 것으로서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언제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의사소통을 통하여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 이해는 모든 사회적 단계에서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런 새로운 공간관은 적어도 하나의 동일한 장소에서 참으로 다양한 공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허용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음식문화도 예외는 아니라서, 수많은 음식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주장하는 맛집 정보는 이미 사람들에게 주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수많은 인터넷 공간을 항해하는 항해자로서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인터넷의 정보가 모든 것이 가치있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알아채기는 어렵다. 특히 음식이라는, 직감적이고 감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듯 하면서도 모르는 정보는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의 경험이다. 원광대 서예과 졸업작품전에 서예작품을 구경하러 간 날이였다. 학생들의 서예작품을 보고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지만 그 주변의 음식점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모 포털의 모 블로거가 제목에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추천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라 주변에서 뭐든지 맛있게 먹는다고 말하는 편인데, 군대에 가서도 하이라이스 빼고는 전부 맛있게 먹는 편인데, 그 집은 정말 아니였다. 군복무 중에 먹었던 하이라이스에 비하면 맛있는 편이였지만, 13,000원이라는 돈을 주고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음식이였다. 요즘 말로 낚인 셈이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괜찮다고 평가할 만한 요소는 그릇과 인테리어 뿐이었다.《라면요리왕》이라는 만화에서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면을 본적이 있고 개인적으로 옳은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음식이 기본은 되야 가능한 일이다.

튀김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리 방식이므로 겉은 바삭하되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취향을 놓고 따질 수 있다. 여기서부터 진짜 주관적인 영역으로 접어든다. 좋은 예가 생선요리에 섞는 바닐라 향이다. 유행인지 종종 써먹는 셰프들이 나온다. 이 또한 생선살이 촉촉함을 잃지 않고 잘 익었다는 전제 아래, 어울리는지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럴 때에야 '내 취향에는'이 나올 수 있다. - p.11 

물론 1년전의 경험으로 블로거와 맛집문화라는 것을 정면으로 부인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정말 맛있는 집은 그만큼 맛집리뷰도 많고, 개인적으로 맛집 추천글에 대체로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블로그가 칭찬일색인 경향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아마도 음식이라는 문화가 우리사회에서 대체로 감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수준만 만족하면 맛있다고 평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 평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닫힌 환경을 만들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듯하다. 때문에 음식이 맛없는건 맛없다고 말할수 있는 글, 그러한 주장을 다른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식을 가진 글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외식의 품격》을 쓴 이용재의 글은 인상적이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건 블로그에서였는데, 풍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칭찬 일색인 맛집문화에 비해 전투적이라면 전투적이라고 할수 있기에, 모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 절차까지 받았다. 맛없는것을 맛없다고 말하는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다. 에마뉘엘 피에라가 쓴《검열에 관한 검은책》에서도 현대사회에서 고소는 검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기검열의 형태로 나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그 날카로움은 그다지 변한게 없는 듯하다.

회의주의자의 삶은 고달프다. 비판자의 위치에 서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사색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굴복해 버린다. 에밀졸라마저도 "부끄러운 공포가 지배한다. 가장 용감한 자들은 겁쟁이로 변했으며, 배신자나 부패한 인간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감과 감성이 지배하는 한국의 음식계에 지켜야 할 기본은 지키자고 말하는 저자의 포지션은 그래서 기억해둘만하다.

풀기 없는 밥, 조미료 찌개, 국물이 흥건한 파스타, 토핑이 우선시되는 피자 등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지양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마저 지키지 못하는 한국 요리계의 현실에는 아마추어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장사 해볼까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게 외식사업이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음식은 '배만 채우면 되지' 수준에서 많이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맛있는 음식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자 하고 있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 문제는 파는 사람이 적다. 새로운 세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외식의 품격》이 그런 변화의 지평선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


덧글

  • 따뜻한 맘모스 2013/12/19 12:33 # 답글

    글쎄요. 우리나라의 전통 식문화를 폄훼하는 발언같아 불쾌한부분이 있네요.

    우리나라음식은 원래다그렇게 먹는겁니다. 우리나라 오랜맛집에서 제대로 튀김옷입혀 튀겨서 그런런맛나오는겁니까.

    외국것을 기준으로 잡고 우리식문화비아냥댖ㄱ마시죠
  • bw 2013/12/19 13:11 # 삭제

    제가 읽기에는 음식이 기본을 만족해야 취향의 차이를 이야기 할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것 같은데요. 한국음식은 한국음식 나름의 기본이 있을테니, 그걸 적용하면 될테구요. 왜 불쾌해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 Vapid 2013/12/19 15:16 #

    이 댓글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전통 식문화를 폄훼하는 발언같네요. 뭐 생각없는 어그로꾼의 한계겠지만
  • ㅇㅇㅇ 2013/12/19 17:18 # 삭제

    컨셉 잘 봤습니다.
    맛없는 집을 맛없다하는 것돠 이렇게 해야 맛있다는 다른 거랍니다
  • ok 2013/12/20 09:29 # 삭제

    // 따뜻한 맘모스

    무식이 절절 흐른다는게 바로 이런거군요
    우리나라 음식은 원래 다 그런거다? 저런 튀김이라는게 외국거다? 대체 어디서 그런 헛소릴 주워듣고 온거요?
  • bw 2013/12/19 13:22 # 삭제 답글

    음.. 문제는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조차 별로 없다는게 큰 문제 아닐까요? 음식 맛에 대한 비판이 정당한 비판으로써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영업방해로써 받아들여진다는게 기본적인 완성도에 대한 어느정도의 사회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에 저런식의 고소가 쉽게 여겨지는게 아닌가 싶네요. 기본적인 완성도가 없다는걸 부끄러워 해야 발전이 있을텐데 말이죠;
  • se 2013/12/19 13:22 # 답글

    맞아요. 가끔 엄청 맛없는 가게가 인테리어만 번지르르하게 해놓고 손님을 끌고있죠. 한번 가본 사람들은 다시는 안갈텐데, 유동인구가 많아서 처음 가는 손님들 덕분에 한동안은 가게가 유지되기도 하고...신기해요;9
  • 착선 2013/12/27 13:15 #

    그중에 정점은 역시 논산훈련소 앞의 식당이라던지.. 306보충대 앞 식당이라던지..
  • 따뜻한 맘모스 2013/12/19 16:42 # 답글

    우리 요식문화의 일정부분 전통으로 자리잡은 부분을 "아마추어" 운운하며 폄훼함은 우리 뿌리를 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 ㅇㅅㅇ 2013/12/19 17:06 # 삭제

    이 짐승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 ok 2013/12/20 09:38 # 삭제

    //따뜻한 맘모스

    전통이랑 관행은 다른 것입니다 사전을 찾아보시오.
    잘못된 관행을 전통이라고 말하는건 넌센스.

    님말대로라면 우린 우리 선조들먹던 "고봉밥에 깍두기"를 여전히 먹고 있어야 되겠구려. 그게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는 아시오?
  • 2013/12/19 17: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27 13: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살벌한 아기백곰 2013/12/19 17:23 # 답글

    한편으로는 맛에 대한 무지보다는 남에게 비치는 허세가 더 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음식이 음식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사진찍고 힐링하는 부산물 이상의 뭔가를 얻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든 자신의 고급스러움을 자랑해야 하는 현재의 sns풍토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차도둑 2013/12/20 17:43 # 답글

    댓글을 모 찻집에서 겪은 일이 생각나는군요. 꽤 유명한 찻집이었는데. 쟈스민을 시키니까 딸랑 잔만 주더라구요. 그래서 "주전자는 안주세요?" 하니까
    "어? 손님 차에 대해 잘 아시네요?" 하면서 화들짝 놀라면서 준비가 안됐다느니 이렇게 잘 아는 분이 오시는줄 몰랐다느니 하더군요...어이가 없어서...
    "기본적인거 아닙니까?" 하고 되물으니 또 다른 변명을 하더군요. 거기다 일행이 다른 차를 시켰는데...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차를 내놓더군요...그거 항의하니까..."미안합니다...실은 새 차가 안들어와서..." 하는 변명을 하기에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꽤 유명한 찻집이던데...그쯤 되니 변호하는 분들이 떼거리로 달려오더군요.

    그동안 사람을 약간의 허세가 가능하게 해서 띄워놓게 한뒤 얼마나 뒤통수를 ㅊ쳐댄건가...를 생각하면 지금의 맛집 블로그 글들은 다시한번 또 한번...직접 확인하기 전에는...좀 그렇더군요
  • 착선 2013/12/27 13:16 #

    요새 맛집 정보는 두세번 걸러서 봐야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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