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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변화시킨 사나이《칼 마르크스》 by 착선

근현대를 통틀어 카를 마르크스만큼 강력한 영향을 행사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마르크스의 지적, 도덕적 영향력은 지구 어느곳에나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재정권 당시 마르크스의 책을 가지고만 있어도 잡아가던 시절이 있었고, 이름이 비슷했단 이유로 막스 베버의 책을 가진 학생들이 잡혀가던 웃지못할 일들도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이름은 누구나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마르크스가 어떤 인물인지를 아는 사람은 유명도에 비하면 많지 않습니다. 세기를 대표하는 자유주의 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이 평전을 통해 마르크스의 생애와 시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성장하던 시기는 사회 표면아래 잠복해 있던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이 세계를 짓누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자유, 평등, 박애 사상은 마르크스가 살던 독일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르크스의 청소년기는 프랑스에서 전파된 불온 사상에 대해 기존 체제가 강력하게 탄압하며 억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아버지는 반유대법 때문에 현 체제의 순응하는 모습을 강하게 보였고, 이런 굴종적인 태도는 소년 마르크스에게 분노의 감정을 가져왔습니다. 마르크스의 아버지는 가톨릭교회와 봉건귀족이라는 구체제가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이며, 모든 인간이 정치적, 법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는 프랑스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달리 인간의 생활조건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기존 제도들에 의해 수호되던 체제를 타파하는 변혁의 시기에 지적인 성장을 이룬 마르크스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철저한 이성주의자이자 합리주의자였고 민족주의나 종교적, 인종적 공동체 같은 사회 세력들의 영향력을 싫어했습니다. 마르크스는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현실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마르크스 이론의 특징은 대중들이 단순한 감정적 고양 이상의 작업을 가능케 했습니다. 마르크스 이론은 학문으로서의 학설이 아니라 실천과 다를 바 없는 학설이였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직접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들을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이론은 대표적으로 영국 노동자들의 선거권 획득 운동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마르크스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기본 원리들을 포괄적이면서도 상세하고 현실성 있게 결합한 비범함에 있었습니다. 가장 예쁜 눈, 귀, 코, 입을 각각 모아서 합치면 가장 예쁜 얼굴이 탄생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마르크스는 가장 예쁜 얼굴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이성과 교육의 힘을 강조한 볼테르로 대표되는 계몽주의와 프랑스와 영국의 과학적 경험주의, 과학적 경험주의에 반발해 등장한 독일의 형이상학적 역사주의를 마르크스는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마르크스의 가설들은 독일 관념론과 프랑스 합리주의 및 영국 정치경제학의 독특한 종합을 보여주었는데, 마르크스가 새로운 학설을 확립함으로써 서로 별개의 것으로 여겨졌던 많은 사회현상들을 제대로 통합해서 설명하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입니다.

마르크스 이론의 부분적인 내용은 기존의 사상가들이 이미 제창한 것들이었습니다. 생시몽은 경제적 관계의 발전이 역사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했고, 푸리에는 고삐 풀린 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가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했으며, 시스몽디는 자본주의에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역사와 사회에 관한 역사적 유물론 역시 구조의 기본 개념은 헤겔에게서, 동적 원리들은 생시몽에게서, 물질의 우위에 대한 믿음은 포이어바흐에게서, 프롤레타리아에 관한 견해는 프랑스의 공산주의 전통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르크스의 이론은 완전히 독창적이었고,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절충주의로 흐르지 않고, 대담하면서도 정합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인간사유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르크스는 경제학, 사회과학, 역사학, 정치학, 철학, 심리학 등의 광범위한 학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날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을 모두 합친 이론이 등장했다고 상상해보면 그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왕정제, 귀족제에 대한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자본론》은 전체 사회질서와 그 지배자들 및 지지자들 그리고 이데올로그와 자발적, 비자발적인 앞잡이들, 다시 말해 그 사회질서와 공동운명체인 모든 자들에 대해 그때까지 행해진 고발 가운데 가장 가공할 만하면서 가장 근거 있고 주도면밀한 것이었습니다.

《자본론》은 신념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에 쓰여진 그 어떤 저술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자본론》은 이 책을 한 줄도 읽지 않았거나 혹은 때때로 등장하는 모호하고 애매한 문장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읽은 수백 만의 사람들에 의해 맹목적 숭배, 또는 그 반대로 맹목적 증오의 대상이 되어왔다. 《자본론》의 이름으로 혁명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반혁명 세력은 적의 무기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하면서 은밀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무기를 집중적으로 탄압했으며 지금도 탄압하고 있다. - p.357 

마르크스의 지적 유산은 너무나 엄청나서, 결과적으로 웃지 못할 상황을 많이 만들고 말았습니다. '역사 과정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관념이다'라는 명제를 반박하기 위해 출발한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크스의 관념이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침으로써 스스로의 테제의 힘을 약화시켰습니다. 또한 마르크스는 개인이 거대한 사회 세력들의 꼭두각시라고 말했지만, 마르크스라는 개인은 거대한 사회 세력의 창시자가 되었고, 마르크스는 사상은 위장하고 합리화하는 사회적 이익의 반영에 불과한 부수적 현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마르크스의 사상이야말로 세계를 변화시켰습니다. 마르크스는 신념의 의의와 진실성 여부는 신념 자체가 아니라 그 표현인 실천에 달려 있다고 말할 만큼 혁명적 실천과 다를 바 없는 학설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과 전략을 가져왔고, 이러한 특징 때문에 결국 마르크스 스스로 자신은 결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지적 유산은 우리 세대의 사회, 과학의 본질과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런 위대한 학자로서의 마르크스를 이사야 벌린은 간결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지적을 이 책에 응용해 보면, 이사야 벌린의 마르크스 평전은 독자들이 마르크스와 아는 사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는 것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벌린은 마르크스라는 위인의 사적인 모습과 특이한 버릇까지도 전부 밝혀주고 있으며, 마르크스의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번쩍번쩍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덧글

  • 오린간 2014/01/06 19:04 # 답글

    음..마르크스에 대해서라. 요약한건데도 다 읽기 힘드네요 ㅜ 공대생이라 그런가봅니다.
  • 착선 2014/01/13 13:10 #

    책을 쓴 이사야 벌린이 워낙 간결하고 잘 써서..책을 읽는쪽이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4/01/13 15: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13 23: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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