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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드라큘라》 by 착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구성원인 사람들이 육체보다 정신을 더 많이 쓰는 일들을 함으로써 정신병은 점점 증가되어 왔다. 혹은, 발명되었다. 미셸 푸코는《성의 역사》에서 근대 이후의 성적 욕망의 장치를 네 가지로 드는데, 그 중 하나가 성도착의 정신병리화다. 성도착의 정신병리화란 성기 접촉을 수반하는 이성 간 성애 이외의 다양한 성이 도착적 쾌락으로 간주되어 정신병리학에 의해 이상시된 것을 가리킨다. 중세에는 도덕적 일탈이었던 동성애가 근대에는 정신의학적 병리로 취급되어 치료와 교정의 대상이 되었다. 소설《드라큘라》에 나오는 렌필드 역시 'a zoophagous maniac', 즉 '생명체를 먹는 정신병자'라고 시워드는 정의한다. 소설《드라큘라》가 쓰여질 당시인 18세기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렌필드와 같은 색다른 정신질환자들이 출몰했으리라 본다.

렌필드는 정신병원에 있었다. 렌필드의 주치의 시워드는 렌필드의 병세를 기록하면서 특징적인 면으로 이기심, 은밀함, 그리고 목적성을 들고 있다. 렌필드는 파리를 모아 거미에게 먹이로 주고, 또 거미를 모아 새 한마리에게 먹이로 제공하고, 새들이 많아지자 새들을 처치할 고양이를 요구한다. 렌필드의 이러한 행동은 자연계의 피라미드 모형을 표현하고 있다. 웰스는 렌필드나 드라큘라가 비정상적 인물로 표현되는 것은, 그들이 다윈주의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정상적인 인물로 표현되는 반 헬싱과 같은 기독교 세력과 투쟁한다고 말한다.

다윈주의에 따르면 우리의 존재는 단순한 우연이다. 만일 우리가 설계되지 않은 목적없는 과정의 부산물이라면,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성경적인 교리는 틀린 것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설계에 의해서 인간을 창조하셧다는 것은 바로 기독교 뿐만 아니라 다른 유신론적인 종교의 중심 교리이다. 많은 사람들은 창세기의 연대기가 기독교와 다윈주의 사이의 충돌의 근원이라는 인상을 받아 왔다. 어떤 유신론자들은 다윈주의자들의 설계에 대한 거부만을 제외하고서 다윈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수용하는 것으로서 문제를 피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다윈주의는,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자연주의는 객관적인 실재의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들 자신들을 자윈주의적인 진화에 적응시키려는 유신론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들 스스로가 보호되고 사회적으로 처지게 된 것을 발견한다.

반 헬싱을 비롯한 주인공 일행은 전부 착실한 기독교인들이었다. 조나단은 "영국 국교회인인 나로서는 그런 행위를 우상 숭배로 배웠기 때문에 그것(십자가)으로 도대체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다"고 말한다. 주인공 일행은 드라큘라와 싸울 때 십자가나 성체의 빵 등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대립구도는 다윈주의에 반하여 물질 지향적인 세계에 합리성과 기계문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그것은 기계문명과 공존해야 할 영적인 세계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정신병동에 감금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렌필드의 존재는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반 헬싱을 비롯한 다른 주인공들과 대비를 이루며 드라큘라와 같은 존재로 부각된다. 렌필드가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정상으로 간주되는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비상식적인 행동과 말을 하기 때문이다. 렌필드가 다른 인물들처럼 철학을 논하며 상식적으로 통하는 세련된 신사처럼 말하자, 시워드는 그가 완벽한 정상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놀란다. 더구나 주인공들 앞에서 렌필드는 그들의 말과 행동 양식을 완벽히 모방해 냄으로써, 신사나 정상으로 간주되는 것 또한 일종의 관습이며 모방 행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렌필드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었는데, "제발 꽉 조이는 조끼 입히지 말아 주시오. 난 생각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 몸이 묶여 있을 때는 도대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단 말이요" 라고 한 대사에서 그가 이성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면과 가식과 허위로 가면을 쓰고 속의 마음을 숨길 경우, 충분히 자신도 정상인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구분이 전혀 불가능해질 정도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렌필드의 연설을 듣고 시워드는 렌필드의 "이성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렌필드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단순히 생존 경쟁이나 약육강식의 구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렌필드에게 있어서 '나의 주며 주인'인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접근하자 렌필드는 미나만은 드라큘라에게서 멀어지라고 경고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렌필드는 스스로 자신을 '이상한 믿음을 지닌 사람의 예'로 들고, 바로 그 때문에 친구들이 자신을 감금했다고 설명한다. 렌필드의 예처럼 우리는 흔히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 부르며 사회에서 격리한다. 그러나 충분히 '정상인'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구분이 전혀 불가능해질 정도로 행동할 수 있는 '비정상인' 렌필드의 모습은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혹은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덧글

  • 마리 2014/02/03 19:24 # 답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저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랜필드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나네요.
  • 착선 2014/02/10 20:55 #

    작중에서 비중이 떨어지는 케릭터긴 합니다.
  • 2014/02/08 01: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10 20: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10 21: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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