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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 나라인가?《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by 착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아무 부담 없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어능력시험을 본다면 고득점을 받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입니다. 모국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외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가까운 이웃 나라들, 중국과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물어본다면, 기껏해야 대표 음식들이나 정치인들, 사회적으로 이슈거리가 되는 것들 몇 개를 거론할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외국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 역시 단편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입니다. 저자 다니엘 튜더는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다룬 책이 별로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영국인이 한국을 소개한다는, 어렵고도 이색적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사회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책인 만큼, 다니엘 튜더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의 발발과 군사독재 정권의 등장,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전의 이해를 기반으로 현재의 한국을 이야기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국의 특정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훌륭하게 중도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문화는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가난에서 벗어난 지금도 과도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얻은것 만큼 잃은것도 많았습니다. 높은 교육열은 저임금과 연결되어 사회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교육열로 인한 청소년 자살 문제, 비효율적인 영어 교육 문제, 교육으로 세습되는 새로운 엘리트 계층인 '신 양반' 계급의 탄생 등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합니다.

튜더가 지적하듯이, 군사독재 정권이 남긴 잔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군대문화와 조직체계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하여금 일탈을 금지시킵니다. 대학은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고,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 합니다. 취직하기 위해선 영어를 공부해야 하고,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취직하면 결혼을 해야 합니다. 결혼은 남들처럼 할건 다 해야 합니다. 여성들은 비키니 몸매에 도전해야 하고, 남성들은 초콜릿 복근에 도전해야 합니다. 재벌과 관계되거나 극히 드문 블루오션이 아니면 기업으로서 성공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요받고, 승진을 위해서 50이 넘은 나이에 사용할 일이 없는 영어를 공부해 토플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기업에 절대충성을 요구하지만 평생고용은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푸코가 지적했듯이 정통성을 부여받은 이성애 커플인 부부의 성애만이 특권화되어 동성애는 배척됩니다.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은 제노포비아를 교육시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의 삶을 스트레스로 가득 채운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이 바로 이 과잉 경쟁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114 

한국의 교육문화, 기업문화, 결혼문화, 종교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들은 한국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봤거나,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튜더의 이야기는 한국을 잘 모르는 영어권 독자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자 한다면 적절한 선택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가지고 있는 중도적이고 새로운 시각 덕분에, 스스로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기에도 괜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튜더는 한국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영어권 독자들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광적인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은 2002년의 한국은 저자 다니엘 튜더가 가장 먼저 한국을 접한 첫인상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이기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덧글

  • 포스21 2014/03/11 12:51 # 답글

    소개를 보면 좋은 책인거 같군요. 도서관에서 한번 빌려 봐야 겠습니다.
  • 착선 2014/03/13 14:04 #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한국인이면 가볍게 읽을만해요.
  • rumic71 2014/03/11 14:38 # 답글

    가난할 적엔 먹을것을 놓고 경쟁했고, 지금은 스펙을 놓고 경쟁할 뿐이죠. 스트레스는 마찬가지...
  • 착선 2014/03/13 14:06 #

    저자가 한국맥주 맛없다고 말한게 이슈가 된 적이 있더라구요. 이젠 제대로 된 맥주 먹을 나라가 아니냐고 묻는거 같습니다.
  • 2014/03/11 14:56 # 삭제 답글

    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살아왔기에, 경쟁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쟁없는 사회을 만들어야 할 지, 아니면 경쟁이라는 틀은 그냥 두고 그 틀안에서 경쟁의 규칙을 공정하게 정하여 경쟁하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다른 좋은 방도가 있는지, 이런 문제를 염려하고 걱정하고 이슈화하고 사회화하는 것들이 지식인들의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착선 2014/03/13 14:11 #

    거품을 줄이고, 민주주의다운 경쟁방식을 의논해 봐야겠죠
  • 漁夫 2014/03/11 15:11 # 답글

    경쟁의 문제야 잘 알지만, 만약 경쟁으로 얻는 이득이 별로 없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경쟁을 거의 혹은 아주 안하게 되면 그건 한국처럼 천연 자원이 없는 나라에겐 더 큰 문제일 수도 있겠죠.
  • 착선 2014/03/13 14:09 #

    저자는 한국이 경쟁 덕분에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툼, 투쟁, 경쟁은 필수적인 요소죠
  • 2014/03/11 16: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3/13 14: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순수한 늑대개 2014/03/12 10:28 # 답글

    앗 저도 이 책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

    원래 자신의 모습은 자기가 거울로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른다고...
    남이 얘기해 주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외국인 입장에서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말해준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이 책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주문했어요.
  • 착선 2014/03/13 14:13 #

    저자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글들이 비극적인 혹은 극단적일 뿐 섬세함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섬세하죠.
  • ㅇㅇ 2015/02/10 15:59 # 삭제 답글

    이 책의 해외 판매 부수와 국내 판매 부수가 궁금하네요.
    판매부수가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요.
  • 착선 2015/02/13 15:17 #

    2013년 8월 기사 보니까 해외에선 2만부 정도 팔렸다고 하네요.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0731_0012260777&cID=10201&pID=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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