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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사회악인가?《게임의 귀환》 by 착선

"범죄를 선동하고 부도덕하고 외설적이며 신성을 모독하는 온갖 상품을 아무런 규제 없이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우리의 시민권 기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해졌습니다. 제작자들의 일을 규제하고 감독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범죄가 증가하고, 모든 계층 사람들의 도덕성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저명한 사회 지도자가 걱정했던 이것은 다름아닌 영화였습니다. 당시에는 정치가, 종교 지도자, 사회 활동가, 심지어 건강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그런 작품이 도덕적 가치와 문화, 법질서, 심지어는 문명 자체를 파괴시킬 거라고 호들갑스럽게 비판했습니다. 아이들이 모험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타락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주장했고, 갱 영화를 보면 도덕적 가치를 저버리고 상점을 약탈하고 기차를 폭파할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부류의 영화 중에 대표적인 작품으로『대부The Godfather』가 있습니다.

이런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은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수백 년 전에는 소설이 그런 취급을 받았고, 그 이후엔 영화, 그 다음엔 만화가 그 자리를 차지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의 싸구려 소설과 갱 영화와 만화책을 상상력이 풍부하고 때 묻지 않은 시절의 향수 어린 작품으로 생각합니다. 만화는 아직 오명을 다 벗지 못했지만,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회악은 다름아닌 게임입니다. 오늘날 게임산업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아이들의 순수함과 미덕을 위협하고, 폭력적으로 만들며, 음란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폭력적인 게임은 뇌를 변화시키고 조종하며, 순수했던 우리의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부모들은 무의식중에 행동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아이가 야구나 피아노를 매일 네 시간씩 연습하면, 부모는 아이가 헌신적인 운동선수나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팀의 모든 게임 통계와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꿰고 있고, 그 팀의 모든 기념품을 사 모으는 십대는 열렬한 팬이라고 여겨진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취미이며 실제로 권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똑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고, 매일 여러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며, 게임의 세부 사항과 전략을 떠벌리면, 우리는 중독이라고 걱정한다. - p.236 

하버드의 로랜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은 그런 주장들이 과장된 두려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게임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두려움은 낯선 기술과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과거의 소설, 영화, 만화처럼 사회에 받아들여질 문화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소설, 영화, 만화도 처음 등장했을 당시엔 엄청난 사회적 우려를 낳았고,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만화《배트맨》의 경우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가 동성애적 분위기를 보여준다며 비판하던 종교 활동가들도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볼만한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비판가들이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과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선 어떤 논쟁도, 심지어 종교논쟁마저도 과학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논쟁에서도 과학은 어디서나 등장합니다. 게임뇌 가설, 짐승뇌 이론, 폭력성 실험 등 다양한 주장들이 과학의 이름하에 실시되고 발표됩니다. 문제는 과학의 탈을 쓴 이런 주장들이 앨런 소칼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적 사기'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경험과 관점이 다른 문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연구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과거에 담배회사들이 과학의 이름하에 담배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낸 역사를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편향된 데이터와 거짓 추론 그리고 논리적인 잔재주가 뒤범벅된 그 무엇이다. 숨겨진 데이터, 특정 결과를 염두에 둔 추론, 공격적인 독단주의, 그러므로 다시 말해 완전한 사기인 것이다. -《청부과학》p.103 

故최진실씨의 죽음으로 인한 사이버모욕죄 개정,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인한 아청법 개정 등 특정 사건이 사건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미국에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정치인들과 종교 활동가, 미디어는 조승희의 행동이 게임 때문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경찰이 게임이나 콘솔, 혹은 여타의 게임기기를 조승희의 방에서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조승희의 대학 룸메이트들 중 한 명이 조승희가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그에 관심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조승희의 살인 만행과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간의 가정된 연계는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조승희의 룸메이트는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조승희의 그런 점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십대 소년이 게임을 전혀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별나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서 또래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강화하며, 조승희가 게임에 관여하지 않은 점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징표이자, 사회적 외톨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과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버렸다. 게임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단지 폭력적인 게임이 아이들의 심리에 해롭다고 비난하는 언론 보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든다. 현실을 백안시한 채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정치가다운 처세다. 연방법원 아홉 곳이 삼 년간 거의 똑같은 법령을 연속해서 기각했다. 이 법안을 밀어붙인 사람들도 그 결과를 뻔히 알고 있다. 모두가 그것이 절대로 법령이 되지 못할 것임을 잘 안다. 그들은 애초부터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잘 아는 법령을 옹호하기 위해 세금을 쓸데없이 낭비한다. 이는 현실을 무시하는 냉소적인 처세다. 전혀 부모를 돕는 일이 아니다.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다지기 위한 사사로운 눈속임일 뿐이다. - p.297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스는 게임을 하는 이유로 경쟁과 승리, 과정을 파악하는 과정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의 사교성을 유지하며, 화를 발산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잊고, 덜 외롭게 느끼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이는 게임이 다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는 활동임을 말해줍니다. 콘텐츠는 폭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그 폭력과 공격성의 의미는 개개인 안에 있는 것이지, 게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만 같은 놀이라도 어떤 사람이 가정에서 학대를 받고 있거나 가정 내 폭력을 목격하는 등 환경에 따라서는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것입니다.



덧글

  • 오린간 2014/04/09 15:52 # 답글

    오 게임..저도 게임 참 좋아하는데 게임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들 정말 싫네요.
  • 2014/04/09 20: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코로로 2014/04/10 06:06 # 답글

    그렇다고 게임이 무해하다고 사회가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각 매체는 사람의 정신과 관점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비판성 없는 매체 수용은 그 자체로 위험을 초래할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도 만화도 마찬가지고요
  • 백범 2014/04/25 15:15 # 답글

    문제는 지금 30대 후반, 40대 초반들은 대부분 오락실에 가서 게임한번쯤 해봤을 인간들인데, 저런 미친짓에 동조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다고 자기 자식들이 공부를 할까???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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