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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정말로 위력적인가?《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 by 착선

핵무기 하면 무엇이 생각나냐고 묻는다면, 전 영화『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보여주는 핵전쟁의 이미지 또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핵폭발 시뮬레이션 영상이 생각난다고 답하겠습니다. 지상의 모든것을 파괴하는 하얀마왕같은 이 가공할 만한 핵무기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핵무기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에 동의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소유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저자 워드 윌슨은 핵무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상당 부분 신화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핵무기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입니다. 역사적으로 두 발 만이 사용되었을 뿐더러, 2차 세계대전 종결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사용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일본이 항복한 것도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두가지 역사는 강력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워드 윌슨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에드윈 로크의 말처럼, 상관관계방식은 인과관계 가설을 제시하는 데 아주 유용하지만 과학적 증명방식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관관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가 일본의 항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여러 사실들을 지적하는데, 핵무기의 도시파괴 능력이 그 전에 실시한 미국 공군의 일본 본토 공습에 비해 압도적이기는 커녕 오히려 낮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일본 입장에선 핵무기의 위력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당시 일본 주요 장성들의 기록을 인용하는데, 당시 일본군 장교들은 핵무기의 위력보다는 기근으로 인한 내부의 봉기를 더 두려워했습니다. 일본군은 핵무기를 맞은 이후에도 긴급회의를 소집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핵무기 사용 이후 일본이 항복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무서워했던 것은 핵무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소련군의 참전이었습니다. 소련군이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일본은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전쟁에서 항복했습니다.

소련의 침략은 외교 전략을 불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군사적 결전 전략을 불가능하게 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일본의 모든 전략적 방안은 물거품이 되었다. 히로시마 원자폭격과 달리 소련의 전쟁 개입은 전략적으로 결정적이었다. - p.85
핵무기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론 중 하나로 핵 억제론이 있습니다. 핵무기는 전쟁에 사용될 경우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서로 가지고 있으면 상호확증파괴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전쟁을 할 마음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핵 억제론의 이미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북한의 핵개발을 떠올리게 합니다. 북한이 경제사정과 정치사정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핵무기를 탐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핵무기가 그만큼 필요하다고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핵억제는 위기 시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저자는 부정적인 답변을 합니다. 핵 억제는 이미 여러 번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쿠바 위기, 베를린 위기, 한국전쟁, 중동전쟁 등에서 핵무기는 위기를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핵이론가들은 핵억제가 일반적인 억제보다 더 믿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냉전의 위기 기록은 핵억제가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핵억제에 의존해야 한다면, 핵억제는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억제가 아주 효과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다면, 핵억제 보장은 항상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 pp.159~160
사람들이 핵무기의 출력 계산을 오해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핵무기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핵무기는 천하무적의 무기도 아니고, 문제 해결에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핵무기가 일본제국이 항복한 것처럼 적에게 충격을 주는 독특한 능력이 있고, 전쟁에서 결정적이며, 특별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은 핵무기는 결코 제거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핵무기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게 되자 핵무기는 무기 그 자체로서의 가치보다는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되었는데, 국제사회에서 힘의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무기가 힘의 징표라면, 사물의 실제적인 유용성과는 별개로 유용한 물건이 됩니다.

선택은 드러났으므로 변화는 가능하다. 변화는 총체적 죽음에 대한 단 한 가지 대안이다. 인간 세계를 파괴하든지 또는 좀 더 협동적인 공동체로 변해가든지 조건들은 이미 되돌이킬 수 없게 설정됐다. 현재에 해야될 일은 죽음의 기계를 해체해 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죽음을 공들여 만들어 오는 데 낭비했던 부유하고 지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는 생명을 존중하는 일에 돌려질 필요가 있다. -《원자 폭탄 만들기 2》pp.471~472
핵무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덕적 측면에서 핵무기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핵무기의 유용성을 외치는 현실주의자들의 의견을 굴복시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핵무기를 도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실주의자적 측면에서 핵무기에 의문점을 제기합니다. 핵무기가 그 비용을 감수할 만큼 유용한 무기인가? 핵억제 능력이 평화를 유지하는데 그만큼 효과적인가? 저자의 답변은 핵무기는 아주 위험한 반면, 그만큼 아주 유용하지는 않은 무기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핵무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신화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사실과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핵 체제를 재고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것이라면, 핵무기는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덧글

  • 로리 2014/08/05 10:30 # 답글

    핵무기의 어려운 점은 너무 강하다보니 언제 쓸 수 있는가? 라는 레마가 너무 크긴 하죠
  • 착선 2014/08/05 10:46 #

    확실히 애매한 무기죠. 영화『아마겟돈』이나『딥 임팩트』같은 상황에 쓴다면 좋겠습니다.
  • shaind 2014/08/06 11:22 # 답글

    몇 가지 부분은 상당히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일본 항복의 주된 동기는 핵무기가 맞습니다. 일본 군부에게는 소련의 참전이 더 중요하게 보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항복을 결심한 건 군부가 아니죠.

    또한 베를린 위기와 쿠바 위기 역시, 미국의 핵보유라는 레버리지 때문에 전쟁으로까지 비화하지 않고 적당히 잘 끝난 것이었으니, 핵무기의 억지력을 증명하는 사례죠. 물론 쿠바 위기는 미국의 월등한 핵 우월성에 대한 패리티 확보의 시도라는 측면이 있으니, 핵무기가 위기를 촉발한 면도 있지만 말이죠.

    한국전쟁과 중동전쟁, 베트남 전쟁은 베를린 위기와 쿠바 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쿠바가 미국 턱밑이고 베를린이 냉전의 첨단부였던 것과 달리, 한국, 이스라엘, 베트남은 모두 동서진영의 핵심적 이익과는 거리가 있는 냉전의 '변방' 으로 취급되었고 - 애치슨 라인 기억하시나요 - ,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 굳이 핵무기를 쓸 이유가 없고, 또 여기서 호작질을 한다고 해서 적이 핵으로 보복할 걱정도 적은 그런 지역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핵무기가 이런 지역의 전쟁을 막을 수 없는 것이죠.

    핵무기가 어떻게 해야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핵전략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또 대응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나의 주장으로 편향된 책보다는 핵전략 그 자체를 다룬 책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착선 2014/08/05 11:34 #

    제가 2차 세계대전쪽은 많이 아는편이 아니라서, 일본에서 항복을 결심한 곳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곳은 최고전쟁지도회의였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중동전쟁의 경우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집트의 관계를 언급했는데요, 저자는 핵 억제력이 효과가 있다면, 왜 시리아와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핵을 고려하지 않고 이스라엘과 전쟁을 했느냐 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FREEBird 2014/08/06 16:35 #

    제 기억이 맞다면, 이스라엘은 상황이 좀 다를겁니다.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은 핵 보유국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우린 핵 없다"라고 주장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핵확산 금지조약을 주장하는 미국 눈치 때문이라던가 뭐라던가.. 그 부분은 좀 더 찾아봐야 할 듯..). 즉, 일반적인 전쟁 상황에서 핵을 쓸 수 없는 상태인거죠(말장난이긴 하지만, "없는 무기를 어떻게 쓰겠습니까?"란 상황..)
    .
    말 그대로 국가 존망의 위기때에나 너죽고 나죽자 하는 심정으로나 쓸 수 있을까 정도이니, 진짜 아랍 세력이 이스라엘 말살을 목적으로 전쟁하지 않는 이상은 핵은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 shaind 2014/08/06 16:49 #

    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전에, 닉슨이 골다메이어를 불러서 이스라엘의 explicit한 핵보유가 중동의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핵보유를 공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스라엘의 핵정책은 NCND로 남아있습니다.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아랍국가들은 이전처럼 이스라엘을 지워버린다는 궁극적 목적 대신, 기존에 탈취된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 등을 재확보한다는 제한적인 목적으로 전쟁을 했는데, 이는 일련의 잘못된 행동과 오판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스라엘측을 보면 NCND 정책을 통해 아랍국가들에 대해 핵을 갖고 있다는 '공포심'은 주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핵 사용의 '레드라인'인지, 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credible'한 공표가 없죠.

    그리고 '레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아랍측은 어느정도까지의 도발행위가 이스라엘이 핵 옵션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의 '제한적'인 전쟁으로 끝낼 것인지에 대해 오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딴에는 '제한전쟁'으로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이 불안에 떨며 핵을 만지작거리는 사태를 초래했고요.

    결국 이스라엘이 핵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걸 미국이 감지해서, 미국은 핵 사용 압력을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게 사상최대의 군사장비 공수지원을 해서 이스라엘 재래식전력을 보강해주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핵이 억지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게 아니라, 핵을 어떻게 써야 전쟁을 억지할 수 있고, 또 핵의 한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죠.
  • G-32호 2014/08/05 12:26 # 답글

    뭐 순수한 폭탄으로써의 파괴력은 위에서 서술하신 것처럼 별로일 수 있지만 핵무기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파괴력이 아닌 폭심지와 광범위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EMP 효과로 정밀 장비와 전산 네트워크 체계를 무너트린다는 점이죠. 물론 그 때문에 섬멸전이 아닌 점령전이나 진격전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것이 무리라 전술적인 응용성은 뒤떨어지지만..

    예컨데 폭탄으로써의 파괴력은 재래식 이하지만 다른 의미로 끔찍한 생화학 병균 폭탄같은 케이스랑 비슷한 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더러운 폭탄이라고 해서 핵페기물을 재래식 폭탄으로 터트려 흩뿌리는 염가판 핵폭탄도 있으니..
  • Graphite 2014/08/05 15:10 # 답글

    MAD의 논리에서 도출되는 억지는 상호 핵전쟁이 안 일어난다는 말이지 전쟁이 안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 2014/08/05 20: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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