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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자본주의 국가였다《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by 착선

냉전 시대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강대국 소련의 붕괴는 평면적으로 자본주의의 승리이자 자유경쟁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렸을 때 봤던 이원복 교수의 책에서도 공산주의 국가는 정부가 일자리와 봉급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태해진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네티즌들은 공산주의의 비합리성을 대학교 조별과제에 비유해서 비꼬기도 합니다. 그러나 토니 클리프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비유들은 잘못된 것입니다. 대학교 조별과제가 일부의 노동이 맺은 결실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면, 소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련은 서구 세계 못지않게 자본주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경쟁적이었고, 안타깝게도 전체주의적이었고 제국주의적이었습니다.

토니 클리프의 이 책은 소련의 스탈린 체제가 절정에 달했던 1948년에 출간되었고, 계속 보완되었습니다. 토니 클리프는 소련이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서고, 우주경쟁시대를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그것이 사회주의 진영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또 사회주의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소련이 붕괴한 오늘날에 와서 클리프의 이론은 소련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그의 지적처럼 소련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해됬으며, 소련은 자신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외쳤지만,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것처럼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혁명 초기, 소련이 왕정제를 극복할 무렵에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 즉 노동조합의 결성의 자유가 있었고,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을 하지 않게 해주는 법적 보호장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주의적 요소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22년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노동법으로 보장받았습니다. 그러나 1931년에 이르러서는 어떤 노동자도 정부의 특별 허가 없이는 자신의 거주지를 바꾸지도, 직장을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소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성과급으로 지급됬는데, 노동자들간의 경쟁을 고취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누진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노동자의 지각 또는 태만시간이 20분을 초과할 경우, 그 노동자는 즉각 해고될 수 있었는데, 해고는 곧 죽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과중하고 비위생적인 노동에 있어서 남녀는 평등하게 배치되었습니다. 광부, 부두하역, 철도 노동자처럼 힘이 필요한 직업에도 남녀의 차별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1944년에 이르러서는 90퍼센트에 달하는 소련 노동자들이 자유경쟁 체제에서 일했습니다.

소련 노동자들의 노동은 자본주의적 노동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형태였습니다. 노동생산성은 계속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했습니다. 정치적 자유도 없었고, 노동자들을 지켜줄 최소한의 장치도 없었습니다. 소련의 노동은 노예노동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관료의 부실 경영과 낭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민의 노력과 자기희생 덕분에 초기 소련은 공업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런 소련의 자본의 시초 축적기는 마르크스가《자본》에서 비판한 영국의 실상을 닮았습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약탈된 부가 유럽을 살찌웠고, 어린아이의 하루 16시간 노동이 초기 영국 산업을 이끌었듯이, 후진국이었던 소련이 빠른 시간에 강대국으로 부상하는데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이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빠른 자본 축적을 하게 된 명분에는 노동자들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사회주의 국가를 이룩하겠다는 모순적 상황이 있었습니다.

마르크스, 레닌은 물론이고 트로츠키도 사회주의 혁명은 한 나라에서는 완수할 수 없다는 국제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체제는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로 이루어진 체제이며, 소련이 완전히 고립되지 않는 이상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일국 단위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을 수행한다면, 머지않아 자본주의적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은 옳았습니다. 나라의 후진성과 세계 자본주의의 압력은 급속한 자본의 축적을 요구했고, 노동자의 계급화를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관료의 지배계급화 현상을 불러왔습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생산성을 따라잡기 위해 관료가 모든것을 명령하고 주도하는, 사회주의와는 정반대의 길을 간 것입니다.

실제로 국가를 '소유'한 채 축적 과정을 통제하는 소련 관료는 자본의 인격화의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 관료는 전통적 자본가 계급의 부분부정인 동시에 이 계급의 역사적 사명의 가장 참된 인격화이기도 한 것이다. 관료 계급이 소련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서 그친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소련에서 지배적인 자본주의 생산관계라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련 사회의 가장 정확한 명칭은 관료적 국가자본주의다. - pp.186~187
클리프는 소련의 국가자본주의는 서구 제국주의 나라들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기 전의 일본 제국주의에 더 가깝다고 말합니다. 4대 재벌이 모든 주식회사 자본의 6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자본이 집중된 일본과 국가와 관료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소련은 공통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두 나라 모두 타국을 약탈하고 착취하는 전쟁경제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과잉생산 공황과 마찬가지로 전쟁경제도 자본주의적 요소입니다. 소련은 위성국가들을 노동력적인 면에서, 자본적인 면에서 착취했고 새로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팽창해야 했습니다. 소련 관료들은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투자의 압도적인 부분을 임금이 아닌 생산수단에만 돌렸습니다. 그 결과 오랫동안은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소련은 강대국의 지위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산이 서방의 생산과 비교할 때 어떠한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한계에 달하면서 생산성이 세계 수준에서 떨어지게 되자 점점 더 많은 자본을 문제 투성이인 산업에 투자하게 됩니다. 취약한 소련은 서방과 경제적으로 경쟁할 능력이 떨어졌으므로 경쟁은 주로 군비경쟁의 형태를 취했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오랜 역사가 증명해주듯이 대중을 끊임없이 착취하며 성장하는 제국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고, 소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착취당하던 위성국가들은 독립투쟁을 시작했고, 빈부격차, 정치적 억압, 언론의 부재 등 내부에서도 여러 문제가 터졌습니다. 클리프에 따르면 소련의 붕괴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승리도 아니요, 인류에게 자본주의 이외의 대안은 없을거라는 담론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소련의 체제가 자본주의의 변종인 국가자본주의 체제였다는 점에서, 서구 자본주의 체제와도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본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소련의 붕괴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사회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마르티아 센이 말한 것처럼 진정한 발전은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덧글

  • 바이라바 2014/10/08 09:05 # 답글

    생산성 향상은 자본주의의 아름다운 미덕이죠.
  • Joker™ 2014/10/08 09:31 # 답글

    이런 책이 아직도 팔리나 보군요

    비극입니다
  • 디스커스 2014/10/08 11:04 # 삭제 답글

    구소련, 북한, 쿠바, 베트남, 중공...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하던 "당"은 초기에 그런 모습이 있었을지언정,
    다 실패했죠.

    그걸 두고서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못했으니 사회주의의 실패라고 볼 수 없다."라는건 참 대단한 변명이네요.
  • 디스커스 2014/10/08 11:06 # 삭제

    제가 볼때는 이쯤 되면 "사회주의 사상"에 무언가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아니면 이를 구현하는 데 주어진 제반 환경(조건)이 매우 모자란 것이 아닌가 스스로를 재검토해야지,

    자본주의, 니네도 문제있다고 깔 상황이 아닌거같은데요.
  • 지나가던한량 2014/10/08 15:20 # 답글

    애초에 완전한 공산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합리화 이상으로 볼 곳이 있나요?
  • 2014/10/08 16: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15 07: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뇨 2014/10/08 17:01 # 삭제 답글

    그게 바로 사회주의 입니다
  • 아아뇨 2014/10/08 18:58 # 삭제

    자유경쟁체제라면 자본주의에 더 가깝겠죠
  • 궁굼이 2014/10/08 17:30 # 답글

    창녀가 아니에요.
    지친 남성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서비스업 종사자에요.


    결국 그게 그거
  • 2014/10/10 16:54 # 삭제 답글

    나는 당신이 한 일의 질에 깜짝 놀라게하고
  • 설봉 2014/10/28 01:58 # 답글

    이런 책들이 허수아비 치기 하는 부분은... 결국 현재 체제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쳐 봤자 결국 폐해는 그대로, 혹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결국 다시 말하면 이건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더 크게 보면 시간과 공간, 물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한계이고, 자본주의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자본주의 비판 운운하기엔 대안이 나올 리가 없으니 참 궁색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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