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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것을 의심하라!《논쟁》 by 착선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미움받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그의 글은 도발적입니다. 우상파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히친스는 타고난 논쟁꾼이며, 누구도 그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히친스는 자신의 저서《자비를 팔다》에서 성인으로 추앙받은 마더 테레사를 거침없이 비판했고,《키신저 재판》에서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헨리 키신저를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용기 목사급의 영향력을 가진 제리 폴웰 목사에 대해서도 어리숙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공격하는가 하면, 종교를 비판한 히친스의《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도킨스의 책과 함께 무신론의 대표적인 서적이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공개석상에서 조금이라도 잘못 비판했다간 수없이 많은 반론을 받고 어쩌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히친스는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쟁을 펼칩니다. 전쟁범죄자라고 비판당한 헨리 키신저는 그의 책에 반박하지 못했고, 교황청은 마더 테레사의 복자 추대를 앞두고 히친스에게 가장 강력한 검증자인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히친스는 진보적인 미국 잡지인『배니티 페어』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히친스는『더 네이션』,『애틀랜틱』등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책을 내면서 촘스키, 에드워드 사이드 등과 함께 미국의 외교정책, 그 중에서도 중남미와 중동에 대한 정책과 전쟁을 비판하는 지식인 논쟁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히친스의 탁월한 논쟁은 가장 최근에 나온 이 책,《논쟁》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 건국의 주역들이 기독교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히친스는 그들이 보고 듣고 싶어하지 않은 진실, 미국 건국의 주역들은 결코 종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무신론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군대 내에서 극단주의 기독교인들의 개종 권유에 대해선 국가에 대한 반역 행위에 가깝다고 일침을 놓는가 하면,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통령, 존 케네디에 대해서도 도덕적 장애자이자 정치적 재앙이라는 독설을 퍼붓습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에 대해선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약해빠진 헛소리꾼이며 찰스가 수많은 영국 과학자들의 업적을 헐뜯고 있다고 말합니다.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분석하면서 기득권의 욕심을 빈곤층이 메워주는 구조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히친스가 비판하고자 하는 것들은 언제나 제국주의자, 전체주의자, 허무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지도자 숭배자, 미신을 믿는 자 등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이데올로기와 사람들이였습니다. 국가의 이름 아래, 종교의 이름 아래 벌이는 사람들이 일으킨 폐해를 직시하면서, 히친스는 책에서 언급한 대로 2001년 이후로 그가 쓴 글은 한 단어도 예외 없이, 노골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그 증오스럽고 허무주의적인 주장들만이 아니라 그 주장들을 어떻게든 변명하려는 사람들을 반박하고 물리치기 위한 것이였습니다. 히친스는 이러한 태도를 평생 유지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책《논쟁》이 그가 죽기 반년 전에 마무리한 히친스의 5번째 선집이자 마지막 책이기 때문입니다. 히친스는 투병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생기있는 회의주의자적인 모습을 책을 통해 보여줍니다.

침묵은 무덤 속에서도 한없이 할 수 있으니, 논쟁과 반목을 기쁘게 찾아 나서라. 아무리 귀에 달콤해도 비이성을 경계하라. 초월적인 경험을 주장하면서 무언가에 복종하라고 말하거나 자신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이들의 말은 듣지도 말라. 남의 동정을 불신하고 자신과 타인의 존엄성을 더욱 중시하라. 남들 눈에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비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전문가를 그저 포유동물로 여겨라. 불공정과 우둔함을 절대로 방관하지 말라. 그대 가슴속에 존재하는 대의명분과 변명을 늘 의심하라. 남들이 그대에게 맞춰 살아가길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그대 또한 남에게 맞춰 살아가지 말라.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의심스러운 것을 의심하라'고 외치며 거짓을 폭로하고, 불의를 비난하고, 위선을 까발리는 히친스의 태도는, 때로는 너무나 과격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합니다. 그의 가시돋힌 말로 인해 때론 망나니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히친스처럼 생전에 과격한 사상가이자 망나니 취급을 받았던 한 사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세계를 뒤흔든 사람, 인권이라는 개념을 모든 사람들의 상식으로 만든 남자, 바로 토머스 페인입니다. 히친스는 반대파가 만드는 의견의 불일치야 말로 개인의 진실성, 사실이 뒷받침된 논쟁, 진정한 진보, 나아가 민주주의의 앞날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웅변합니다. 히친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지독한 애연가이자 애주가였다는 사실입니다. 향년 62세라는, 미국 평균 수명보다 한참 못 미치는 생애를 살다 갔기에, 이 책을 마지막으로 그의 독설을 더 이상 들어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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