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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치킨을 사랑하는가?《대한민국 치킨전》 by 착선

국민적인 음식 하면 여러 음식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치느님', 후라이드 치킨은 단연 최고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2013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영업 폐업률은 85%, 음식점의 폐업률은 95%나 되지만, 치킨집의 폐업률은 53.2%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경험한다는 극도의 환경 속에서도 치킨집은 다른 음식점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생존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치킨을 애용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년 닭 소비량은 7억 8천만 마리로, 5천만 국민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일년에 15마리를 먹는 셈입니다. 이 소비량이 전부 치킨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아마 치킨일 것입니다. 지금은 백숙의 시대가 아니라 치킨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후라이드 치킨은 음식 그 이상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치느님'이란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음식은 때론 신성시됩니다. 현금 경매장이란 독특한 시도를 했던 게임『디아블로 3』에서 게이머들은 아이템의 가치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위로 치킨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높은 위상을 가지게 된 치킨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60년대에 명동영양센터에서 전기구이통닭을 처음 선보였고, 70년대에 엠보치킨이 1세대 후라이드 치킨을 선보였습니다. 치킨은 격변의 한국현대사를 함께하면서 시민들과 성장했습니다. 좀 더 나이든 기성세대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짜장면이었다면, 그 다음 세대에게 있어서 추억의 음식은 바로 치킨이었습니다.

요리는 맛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그 나라, 민족, 지방, 개개인을 나타내는 문화이기도 하다. -《차별받은 식탁》p.179
치킨은 철저하게 상업화된 음식입니다. 가정 양계의 시대에서 산업 양계의 시대가 시작된 덕분에 비로소 우리는 치킨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농 중심의 규모화, 집단화, 시설화로 인해 농업이 산업화, 공업화되어야만 1년에 7억 8천만 마리의 치킨 상품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킨은 조리법 자체로도 상업화에 적절한데,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치킨에 사용되는 닭도 일반 판매용이 아닌 염지된 닭이며, 집에서 딥 프라이 방식으로 치킨을 만들려면 시설적인 면이나 기름의 효율적인 면에서 매우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팔기 좋은 음식이라는 장점 덕분에 IMF 이후로 자영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치킨집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조사하고 글을 쓰면서 들었던 의문은 '대체 치킨은 무슨 맛으로 먹는가'였다. 그런데 오래도록 관찰한 결과, 사람들은 치킨을 닭과 연결짓지 않는다. 치킨 자체가 닭이긴 하지만 우리가 치킨이라 부르는 것은 더 이상 닭이 아니다. 각자 갖고 있는 치킨의 취향은 후라이드냐 양념이냐로 갈리지만 그건 튀김옷이나 소스에 대한 취향에 가깝다. - p.58
IT업계의 비관적인 농담 중 하나는 코딩이 어려울 때 치킨집 사장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무자들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줄 정도로 IT에 오래 근무했던 사람들이 치킨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치킨이 인기상품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초보자도 금방 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치킨집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국 어딜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맛의 개선이나 메뉴의 차별화가 기업 단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는 음식인 짜장면에 비하면 치킨은 맛의 마지노선을 잘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짜장면 맛있는 집이 없는 건 당연한 거야. 좋은 춘장이 없으니까. 지금도 집에서 춘장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춘장을 상업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캐러멜 넣은 강력한 공장 춘장의 맛을 못 이겨. 불행한 거지. 된장찌개 맛있는 집들 생각해봐. 그런 집들은 다 이유가 있어. 어느 절에서 스님이 만들어놓은 메주를 쓴다거나 고향집 할머니가 직접 만든 된장이라거나. 아직까지 좋은 된장을 찾는 사람이 있고,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좋은 된장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명맥이 유지되는 거잖아. -《짜장면뎐》p.184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치맥은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변화시켰습니다.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불금, 그리고 치느님은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문화컨텐츠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후라이드 치킨이 가지는 문화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적인 측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축산업계의 반독점 기업 하림의 계약농가 문제, 프랜차이즈 관계에서 비롯된 갑과 을의 문제, 배달 앱의 수수료 문제 등은 우리 사회의 치킨문화가 장기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부분들입니다. 어떤 네티즌들은 한국정부가 한류를 지원할때 외국인들에게 제발 김치좀 그만 먹이고 치킨을 먹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김치맨'들이 김치보다 치킨이 먼저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에게 치느님은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치킨에 대해 여러가지로 조명한 저자의 시도는 "이제야 이런 책이 나오다니" 할 정도로 늦은 감이 있고, 그래서 반갑습니다. 이 책은 디아블로3식으로 말하자면 '1치킨'입니다. 치킨만큼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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