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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승전국은 어디인가?《임진왜란은 조선이 이긴 전쟁이었다》 by 착선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며, 말을 할 수 없었던 한 소녀가 열정적인 선생을 만나며 장애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헬렌 켈러 이야기'는 교육의 중요성과,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한 인간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사회화 과정의 감동적인 교훈을 전해줍니다. 그러나 헬렌 켈러 이야기는 그녀가 장애를 극복한 이후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습니다. 동화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헬렌 켈러의 소녀 시절 이야기이지, 그 이후의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장애를 이겨낸 기적의 여성으로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투쟁했고, 인종차별을 반대했으며, 노동자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는 사실은 헬렌 켈러 이야기의 교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헬렌 켈러의 삶을 그녀의 어린아이 시절로만 이해합니다.

1924년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 소설《운수 좋은 날》을 이해함에 있어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된 건 당시 설렁탕의 가격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학창시절에《운수 좋은 날》을 처음 배웠을 때는 설렁탕을 현재의 설렁탕, 즉 대중적이지만 어느정도 가격은 있는 음식으로 생각하고 이해했지만, 설렁탕의 가격이 생각 이상으로 싼 음식이었다는 새로운 정보를 인지하게 되면서《운수 좋은 날》이 조금 다르게 보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은 무언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다른 관점을 제공하며, 임진왜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교과서를 통해 배울수밖에 없었던 임진왜란의 상식을 바꾸고자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임진왜란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전쟁입니다. 삼국지가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진 덕분에 여전히 사랑받는 것처럼, 임진왜란도 한국,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관계와 전투, 극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침략야욕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대한 논쟁부터 시작해서 십만양병설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일본의 부산진, 동래성 전투를 시작으로 이름난 맹장 신립의 패배, 수도의 함락과 선조의 피난, 원균의 이야기로 바닥까지 추락한 자존심은 의병과 승병의 등장, 권율의 행주대첩에 이어 이순신의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로 연결되며 임진왜란은 마무리됩니다. 마치 삼국지 중에 제갈공명이 오장원에서 지는 것으로 끝나는 작품이 있는 것처럼, 임진왜란도 극적인 사건관계만이 연결되는 소설적 형태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임진왜란을 큰 사건 위주로 언급되는 교과서 지식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몇가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게 있는데, 조선은 무능했지만 특출난 몇몇 위인들의 활약 덕에 적을 물리칠 수 있었고, 백성들이 스스로 싸워야 했으며, 국토가 피폐해졌다는 인식 등입니다. 무엇보다 임진왜란은 조선만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임진왜란은 조선이 이긴 전쟁이었으며, 그 이유는 조선이 일본보다 강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승리 요인도 이순신의 해군보다는 육군이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무력하게 당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조선 관군이 전쟁의 핵심이었다고 말합니다.

초기 전투에서는 대부분의 육상 전투에서 일본군이 공격하여 승리하였으나, 제2기 총 17회의 주요 육상 전투에서는 일본군의 공격이 4회인 반면, 조선군 및 의병의 공격이 13회로 공세의 주도권이 바뀌었다. 또한 전투 결과에서도 일본군 승리가 6회인 반면, 무승부 3회, 조선군 및 의병의 승리는 8회였다. 즉,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2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전투에서 조선군이 주도권을 쥐고 치렀고, 전투 결과도 조선군이 유리했다. -《교과서가 말하지 않은 임진왜란 이야기》p.236
임진왜란 전 과정을 살펴볼 때 임진왜란은 전투 면에서도 조선군이 일본군에 승리한 전쟁이며, 일본군으로서는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실패한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은 조선반도를 넘어 중국을 함락하고, 인도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도는 커녕 중국땅도 밟지 못했습니다. 조선이 초기에 일본에게 당했던 이유도 조선이 성리학 때문에 국방력이 약화되었다기보다는 현실적 이유에 의해 국방력을 조절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가장 큰 위협이였던 명나라와 외교관계를 통해 평화를 구축할 수 있었고, 여진족과 대마도를 평정한 이후 많은 군사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백성의 여론을 중시했기 때문에 강력한 군대의 유지를 반대한 백성들의 뜻에 따라 일반 사병을 최소화하고 만약을 대비해 병농일치의 군사체계를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군체제는 국민개병제로 평시에 민간인이 전시엔 군인이 되는 체제였기 때문에, 조선 의병이 관군과 유기적 연결을 통해 임진왜란때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패배했다는 인식에는 조선땅만 전쟁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기반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국토의 파괴와 전쟁의 패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등은 국토가 파괴되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모스크바가 도시의 5분의 4가 잿더미로 변했고, 전쟁에서 모든 파괴는 러시아에서 발생했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프랑스였습니다. 전쟁의 승패는 군인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군은 붕괴되지 않았고, 초기 기습에는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총력전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는 일본군을 상대로 우위에 있었습니다.

파괴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막대한 파괴의 피해를 입고도 승리할 수 있다. 적대세력의 경제적 자원과 특히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파괴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쟁에서 파괴의 피해가 결정적이려면 얼마나 파괴해야만 할까? 일본은 68개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항복하지 않았다. 전쟁의 승패는 적의 군대가 패배했는가에 달려 있지, 주민과 거주지역, 국가와 경제시설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p.120
저자는 임진왜란을 왜란, 즉 불법적인 무장 왜구들의 난동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정규 전쟁으로 인지한다면 승리와 패배가 있지만, 난동엔 평정만이 있기 때문에 승리를 승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란 중에 입은 국토의 상처만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역사교과서의 언급도 임진왜란 전의 평화보다는 붕당과 군역제도의 문란에 치중하고 있으며, 조선군에 대한 언급도 대다수는 이순신과 의병만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승리를 다룬 교과서는 거의 없으며, 피해현황을 다루는 언급이 다수입니다. 이런 구성은 당연히 학생들이 임진왜란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되며, 이런 임진왜란의 인식은 조선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으로도 이어집니다. 만약 임진왜란 이야기를 통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중국에 대한 사대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역사인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저자는 묻고 있습니다.


덧글

  • 하늘여우 2015/03/17 10:56 # 답글

    일단 방어자 입장에서 잃은 영토 없이 끝냈으면 승전인거죠 뭐..
  • 11111 2015/03/17 12:32 # 삭제 답글

    정신승리는 적당히 당장 콧대높은 명나라도 못이길 전쟁이었는데관백의 죽음덕에 좋게 끝났다고 하는 판인데
  • 1111 2015/03/17 12:34 # 삭제 답글

    이런 글을 볼때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구절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듯
  • ??? 2015/03/17 16:06 # 삭제

    그래서 명나라도 못 이긴다는 일본군은 당연히 명나라 땅도 휘젓고 다녔겠죠?
  • 324234 2015/03/17 20:27 # 삭제

    관백 안죽었으면 조선은 양분해서 지배가능 ㅇㅇ
  • .... 2015/03/17 22:43 # 삭제

    하는 소리 들어보면 무슨 임진란 끝나기 직전까지 조선땅 절반 다 쓸어담아 먹은 줄 알겠네.
  • 324234 2015/03/17 23:02 # 삭제

    초기에 3남지방 손쉽게 따먹은게 닉본인데 어쩔?

    게다가 당장 급조한 왜성도 점령못한게 조.명 (반복하지만 "명"나라 포함임) 연합군의 현실임
  • 백드러머클랜 2015/03/19 20:11 #

    걍 냉철하게 자기반성을 하는 국까고 자뻑에 취한 국뽕이고 뭐고

    임진왜란은 방어자 조선측의 피로스의 승리라고 보면 되지않나...

    일본이 국가총동원령급으로 쳐들어왔으면 조선 먹을수 있었다 어쩐다 하시는데
    바로 그 총동원을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할수가 없게 되었었는게 도요토미 노망난 후의 일본이고
    누구나 다 알다시피 에도막부 성립이전에는 무슨 울나라 후삼국시대 이상으로 하나의 통일된 국체의식을 가진 국민국가로서 거듭나지도 못했었는데 그런 무의미한 가정을 왜함?
  • 초대륙 아마시아 2017/09/08 01:12 #

    백드러머클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애초에 무의미한 가정이죠.
    뭐 일본군이 초창기에 기세좋게 전진한 건 사실인데 솔직히 나중가면 보급문제 등으로 인해 결국 남해안쪽으로 후퇴한 걸로 압니다..
  • 나인테일 2015/03/17 13:39 # 답글

    패배라고 하면 "토요토미 정권"의 패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의 패배인가 하는건 좀 애매하죠 ㅋㅋ
  • 12 2015/03/17 19:13 # 삭제

    이런식의 해석이 가능하군.
    대부분의 전쟁에서 침략한 국가는 절대 패배하지 않겠군.
    왕의 패배로 끝나쟎아.

    생각좀 하자.
  • 나인테일 2015/03/17 21:08 #

    열도의 국력이 뭔가 축난게 있어야 그런 소리가 나오겠지. 근데 실제로는 경쟁국 조선은 박살을 내 버리고 거기서부터 일본이 세계사에 부상하기 시작했는걸.

    명나라까지 영토를 확장한다는 풍신수길 정권의 전략적 목표는 좌절됐지만 풍신수길 정권과 열도 전체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이야기를 못 할 상황이었다고 봄.

    애초에 풍신수길이 일본왕 책봉을 받긴 했어도 일본 국내에서의 위치가 막부 만큼이라도 안정적이지도 못했고...

    그럼 내가 한 번 물어보자. 고구려는 당나라한테 영혼까지 털려서 아예 간판을 내려버리고 그 영토는 중국한테 태반이 넘어갔는데 이건 반도의 승리냐 패배냐?
  • 구라펭귄 2015/03/17 13:48 # 답글

    충무공 아니었음 정말 ㅠㅠ
  • 레이오트 2015/03/17 13:56 # 답글

    사실 일본 입장에서 임진왜란은 대마도 영주의 면피성 낚시질에 제대로 걸려 벌인 전쟁이지요. 사실 그런게 아니라도 일본은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전쟁 치뤘을 것이지만요.
  • 천마 2015/03/23 15:05 # 삭제 답글

    1. 이 책 나온지 좀 오래된 책입니다. 1994년에 고려원에서 "다시보는 임진대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었죠. 고려원이 문을 닫으면서 절판되었다가 2001년에 가람기획에서 "임진왜란은 우리가 이긴 전쟁이었다"로 재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2012년에 개정되서 나온 개정판입니다.

    저자가 법학전공한 언론인이라 내용의 깊이있지는 못하고 세부적인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판을 거듭해 책이 나오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대중서적으로서 임진왜란의 인식을 바꾼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90년대까지 교과서에서 임진왜란 설명은 조선지도층의 당쟁과 국방에 대한 무관심으로 방심하다 당했고, 의병과 이순신만 싸운 것처럼 강조됐는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건 사실의 일면만 본거였죠. 황윤길과 김성일을 보내 일본의 분위기를 살핀거나 무기점검하고 성을 보수하는 등의 조치를 했고 (그러다 난데없이 노역을 늘렸다고 백성들이 반발하기도 했고) 이순신을 몇단계를 승진시켜 수사로 임명하기도 하는 등(그러다 원균같은 자를 수사로 앉히는 대실수도 같이 저질렀지만^^;;;) 전쟁준비를 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재승방략에 따라 지역병력이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는 등 국방체제 자체는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문제는 조선의 예상이 대규모 약탈공격정도였는데 일본측의 의도는 정복전쟁이었고 전진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대단히 빨랐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그 빠른 공세는 평양을 넘어서면서 한계에 도달했고 그때부터 전쟁은 지지부진한 소모전이 되버립니다. 그리고 결국 그 소모전에서 밀려 조선을 정복해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적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조선땅에서 쫒겨났으니 조선이 승리한 것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2. 임진왜란 이후에도 일본의 국력이 강했으니 패한게 아니라는 주장대로면 베트남전쟁의 미국도 아프간전쟁의 소련도 패한거 아니라고 해야합니다. 또한 일본이 패한게 아니고 도요토미정권이 패한 것 뿐이라는 주장대로면 과거 왕조시대 전쟁은 다 그 왕조의 패배일 뿐이니 그 나라가 패한건 아니라고 해야하겠습니다.^^;;; 가령 그리스-페르시아전쟁은 다리우스황제가 패한 거 뿐 페르시아가 패한게 아니라고 해야하게되죠.^^;;

    전쟁의 승패는 (깊이 파고들면 논란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난 쪽을 패자로 목적을 이룬 쪽을 승자로 봅니다. 전쟁수행주체가 현명치 못했다거나 전투 수행의 우열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 2015/03/27 08: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치우 2015/04/06 13:54 # 삭제 답글

    조일전쟁은 우리가이긴전쟁입니다..신립탄금대전투도 선조가 소서행장을 항복한다고 유인한전쟁입니다... 충주성을 빼앗기고 신립장군의
    팔만대군이 소서행장에게패한것입니다..그러나 이일장군 이전투를 참고해 대포전쟁으로 진주대첩/행주대첩/평양전투../해군읜엄청난 대포승리...이것이 이긴전쟁입니다!
  • 치우 2015/04/06 13:55 # 삭제 답글

    심유경의 야사에 수길이 심유경의 약물머고죽는이유가나옵니다..양부하함께...
  • 치우 2015/04/06 13:57 # 삭제 답글

    20일만에 평양성으로가나 보급길차단으로 소서행장잔/가도....평양성전투/함경도전투...패하고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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