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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어떻게 구매하는가《절대 가치》 by 착선

인터넷에 두 개의 가방 사진이 올라온 적 있습니다. 두 개의 가방은 동일한 제품이었지만, 한 사진은 가방의 브랜드 마크를 뗀 사진이었습니다.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마크를 뗀 가방에는 혹평 일색이었던 반면, 프라다 마크를 단 가방에는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이 아이러니한 반응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첫째는 브랜드의 가치가 가진 힘이 강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진을 올린 사람은 같은 품질의 가방임에도 불구하고 로고에 현혹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면서, 제품 본연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구매가 합리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리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지만, 변화는 시작되었고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저자 이타마르 시몬슨과 엠마뉴엘 로젠이 말하고 있는것도 이 새로운 변화입니다.

현대의 마케팅은 심리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법들을 동원해 소비자의 판단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프레이밍 효과, 맥락 효과, 태스크 효과, 포지셔닝 효과 등 다양한 심리학적 기법들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같은 소고기임에도 불구하고 90퍼센트 살코기로 홍보하느냐, 10퍼센트 지방으로 홍보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같은 48%의 지지율을 보인 대통령을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반쪽짜리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느냐, 과반수에 육박한 진정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평가하느냐의 차이는 받아들이는 유권자 입장에서 분명 다르게 느낍니다. 기업들은 이런 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며, 제품의 외적인 가치를 통한 이윤을 얻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쇼핑 환경이 등장했고,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전의 마케팅 효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소비자들이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이전보다 더 똑똑해졌거나 논리적이어서가 아니라, 검색 엔진의 발전, 다른 사용자들의 평가, 전문가와 지인들에 대한 접근성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도구들의 등장 덕분입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 블로그, SNS를 통한 수많은 상품평가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절대적인 가치를 더 주목하게 합니다. 과거엔 기존에 써봤던 브랜드라는 이유로, 막연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구매했다면, 요즘은 제품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평가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로튼토마토를 통해『라스트갓파더』대신『다크나이트』를 선택할 수 있고, GOTY를 통해『빅 릭스』대신『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체육관 이름을 '여성을 위한 피트니스 타임'이라고 짓기만 하면 여자들이 알아서 등록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핏타임이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특징으로는 청결, 금남, 다양한 피트니스 수업, 놀이방 등이 있다. 핏타임이 이런 특징을 갖추면 고객들에게는 이곳을 선택할 분명한 이유가 생긴다. -《로드사이드 MBA》p.84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정보들의 중요성은 마케팅 회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를 수십만원을 주고 산다고 제의하고, 웹툰의 평점을 조작하며,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가짜 상품평을 올리는 등 어뷰징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새로운 쇼핑 환경에 암적인 부분이지만, 평가 사이트 및 기관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 조작을 방지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가트너 그룹은 소셜미디어에 있는 평가 가운데 10~15 퍼센트 정도가 가짜일 것이라고 추정했고, 바자보이스는 인터넷의 1 퍼센트 정도가 가짜라고 추정했습니다. 평가 사이트를 자주 활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가짜 평가를 은연중에 감지하기도 합니다.

전문가, 사용자, 그리고 다른 유용한 정보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자신의 강점을 홍보한다면 소비자들은 그 주장을 확인할 여러 방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볼보 자동차가 안전하다는 추상적인 믿음 대신에 객관적인 충돌 테스트 수치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삼성 갤럭시 핸드폰이 타사 핸드폰보다 튼튼하다고 홍보한다면, 유튜브엔 삼성 갤럭시와 노키아 핸드폰의 강도 테스트 영상이 올라올 것입니다. 옴니아가 손톱터치가 된다고 말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말해도 소비자들은 회사가 말하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을 평가함에 있어서 회사가 말하는 부분을 평가하는 대신, 평가 포인트를 자신들 스스로 결정합니다.

새로운 소비형태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듯 계속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하는 카우치 트래킹 현상,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더 빨라진 현상,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가슴보다 머리에 더 의존하게 된 현상을 보입니다. CF에서 말하는 것보다 인터넷의 글을 더 신뢰하고, 그런 수많은 글들을 신뢰해 주저없이 구매하며, 믿는 브랜드여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질적 측면을 고려해서 구입합니다. 이런 경향이 기존의 유명 브랜드에게 위기라면, 새로운 브랜드에겐 기회가 됩니다. 수많은 돈을 들여 브랜드를 홍보하지 않아도, 제품 자체의 질적 경쟁력만 갖춘다면 소비자들이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가진 힘이 전부 무력화된 것은 아니며, 기존의 심리학적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 마케팅 기법들이 통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마케팅 회사의 심리기법에 따라 구매가 유도되며, 제품의 질과 상관없이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가방, 화장품과 같은 사치품이나 음식 등 개인적 기호에 해당하는 제품들은 여전히 브랜드가 강세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느냐 하는 점입니다. 평생 델 컴퓨터밖에 모르던 사람은 다음 컴퓨터 역시 델 컴퓨터를 구입하겠지만, 다른 대안들을 접하게 되면 선택은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진로 소주만 마시며 술의 맛, 어른의 맛 운운하던 사람도 수많은 술들을 접하게 된다면 다른 술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자들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정보에 더 의지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선호를 바꾸려는 시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쟁사의 제품보다 좋다고 홍보할 시간에, 경쟁사의 제품보다 질적인 우위, 절대 가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덧글

  • 2015/05/14 14: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15 23: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하늘여우 2015/05/14 19:51 # 답글

    요새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더니 이런 책 내용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는군요;
  • 착선 2015/05/15 23:29 #

    신간 중에선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들은 최신정보가 중요하죠.
  • 감사감사 2015/05/15 09:07 # 답글

    제품이나 서비스가 먼저 좋거나 아니면 좋아질 가능성이있어야겠죠. 저도 물건 살 때 리뷰도 반만 믿고 검증과정이 길어졌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착선 2015/05/15 23:31 #

    요샌 뭘 사더라도 인터넷 검색은 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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