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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불었네, 휘파람 whistle『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by 착선


사랑하는 연인이 죽자 절망한 여인이 분노의 화신이 되어 혈혈단신으로 수십만 병사들이 주둔하는 곳으로 돌진한다. 놀랍게도 그녀는 수십만 병사들을 뚫고 최고지휘관인 황제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장렬히 전사한다. 그녀가 조자룡이나 사자심왕 리처드 정도의 무인이였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당나라 군대가 '당나라 군대'라는걸 말하고 싶은 것인지 이쁜 여배우의 출연료를 줄여보고 싶었던 것인지 도저히 의도를 알수 없는 이것은『안시성』의 한 장면이다. 온통 머리속에 물음표만을 채워주는『안시성』이 가져다주는 허기에 괴로워할 때 본 이 영화는 시작 1분만에 머리속을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호주의 평화로운 동네에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 들어선다. 프래킹 공법을 이용해 가스를 채굴하자 환경파괴를 걱정한 주민들은 반대 시위를 하지만 다국적 기업에는 먹히지 않는다. 영화감독 안나는 다국적 기업에 저항할 강렬한 무기를 찾았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재국가 북한의 영화였다. 독재권력들은 언제나 예술의 힘을 추구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시작은 권력에 의한 미술의 통제, 국가권력에의 복속, 이승만의 장기집권에 이용되는 것이었다. 북한의 강렬한 사상영화들은 분명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

북한, 평양, 주체사상. 지금까지 이 단어들이 가져다주는 이미지는 분명『공작』에 가까웠다. 하지만『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의 북한, 평양은 다르다. 밝은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인류애를 이야기하는 영화인들이 영화를 이야기한다. 입체적인 빌런, 음악의 힘, 연출가가 연기에 미치는 중요성 등은 북한영화 이전에 영화의 기본이며 영화인으로서 북한이나 다른 나라나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체제가 다르지만 모두 사람이며,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의식과 결과물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 권력과 체제와 예술의 경계에서 안나는 '주체 스피릿'을 배우며 자신의 영화를 만든다.

호주 배우들이 북한의 주체 스피릿 속성 코스를 밟으며 영화를 완성한다. 보이는 것은 호주의 동네요, 나오는 것은 호주의 서양인들인데 그 너머에서 북한의 색이 느껴진다. 다국적 기업의자본주의의 프로파간다를 파쇄하기 위해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활용한다. 음악이 깔리고 태권도가 춤추고 인류애와 환경, 평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북한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 수령님 찬양이 나오지 않는 대신 더 높은 가치가 등장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만국의 인민이여, 단결하라! 인민, 민중의 단합된 힘은 사회주의만의 무기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폭주와 빈부격차, 온갖 종류의 차별, 환경파괴를 막을 모두의 무기인 것이다.

주체 스피릿은 얼마나 통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예상한 것처럼 다국적 기업의 거대한 자본과 힘 앞에는 통하지 않았다. 호주의 가스 채굴은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환경파괴로 인해 아이들은 메탄으로 고통받고,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정든 토지를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곳은 채굴이 취소가 되었다. 시드니 가든. 그곳의 밝은 환경은 수많은 인민들이 투쟁한 결과다. 안나가 평양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평양의 영화인들이 본다. 환경과 평화, 사랑, 음악, 그것을 위협하는 악당들과 투쟁, 수령님이 나오지 않는 영화. 그것을 본 평양의 영화인들은 말한다. "안나,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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